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지상 최대의 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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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5.01.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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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Cover Story] 다보스포럼 클라우스 슈바브(Klaus Schwab)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지상 최대의 허브


가장 뜨거운 글로벌 이슈가 오가는 VIP 포럼


 

 

 

매년 1월 말, 전 세계의 시선은 스위스의 작은 마을로 모인다. 전체 면적이 서울시의 절반도 채 되지 않으며 인구는 1만 천여 명밖에 안 되는 다보스(Davos)는 이맘때면 1981년 이래 매년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으로 인해 세계경제의 수도로 탈바꿈한다. 세계의 저명인사들이 모여 세계경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세계경제포럼은 개최되는 도시의 이름을 따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정계, 관계, 재계 수뇌들이 모여 각종 정보를 교환하고, 세계경제의 발전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다보스포럼은 공식적인 의제 없이 참가자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민간 재단이 주최하는 회의이지만 세계 각국의 총리와 장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참여하며 그 영향력을 높여오고 있다. 매년 2,000명에 가까운 참가자들이 약 1주일에 걸쳐 정치·경제 및 문화에 이르는 폭넓은 분야에 걸쳐 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요 인사의 중대 발언이 나오기도 하며, 극비의 수뇌회담이 열리는 등 국제적 영향력을 가진 ‘살롱(Salon)’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지적 리더들


1971년 하버드 대학교의 클라우스 슈바브 교수가 비영리 재단으로 창설한 세계경제포럼은 초기에는 ‘유럽인 경영 심포지엄’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1973년부터 전 세계로 그 영역을 넓히고 참가자도 정치인까지 확대했다. 1981년부터는 스위스의 다보스에서 개최되며 지금의 ‘다보스 포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독립된 비영리 단체로서 세계 각국의 정상과 장관, 국제기구 수장, 재계 및 금융계 최고 경영자들이 모이는 다보스 포럼은 비영리 단체로 출범했음에도 지난 5년 동안의 수입이 72%나 증가하며 그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다. 포럼 이후 발표되는 보고서는 각국의 금융발달지수(Financial Development Index)나 환경성과지수, 복지지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중요한 국제 지표로서 사용되고 있다.


단체를 창설한 클라우스 슈바브 회장은 1938년 독일에서 태어나 19세 때부터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에서 공부했다. 화학공학 학위와 경영학 학위를 받고 다양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67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동시에 스위스 회사 ‘슐처(Sulzer)’의 이사진에 등극한 해 그의 나이는 고작 28세에 불과했다. 슈바브 회장은 현재 스위스 제네바 대학의 경영학 명예교수직과 6개의 명예 박사학위를 갖고 있으며, 독일에서 훈장, 영국에서 기사작위, 프랑스의 레종 도뇌르 훈장 등 총 12개 국가에서 공식적인 지위를 인정받은 세계의 ‘지적’리더로 군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이명박 정부때 슈바브 교수를 국제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기도 했다. 


슈바브 회장은 제네바에서 교수로 재직할 당시 신흥분야의 사업계에 학문적인 분석을 적용하는 시간을 보내며 ‘이해 관계자 이론’을 개발했는데, 이는 후에 세계경제포럼에서 기본 원칙으로 사용되게 된다. 이해 관계자 이론이란 기업의 성공과 번영은 소유주, 채권자에게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직원, 고객, 공급업체 더 나아가 사회와 국가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혼자 독자적으로 사업을 할 수 없기에 이를 연결할 수 있는 고리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슈바브 회장은 이를 ‘접착제’라고 표현한다. 그는 사회를 구성하는 각각 다른 이해 관계자 사이의 ‘접착제’로 세계경제포럼의 존재를 표현했다. 


그의 이런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두고 설립된 ‘유럽 경영자 포럼’은 매년 1월마다 연례회의로 유럽의 비즈니스 리더를 모았다. 하지만 1973년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 1944년 미국의 브레튼우즈에서 발족한 국제통화체제)의 붕괴와 아랍-이스라엘 전쟁의 영향으로 연차 총회의 초점을 기존의 ‘경영’에서 ‘경제 및 사회문제’로 확장하게 됐으며 1974년에는 처음으로 정치지도자가 초대된다. 


그로부터 2년 후, 포럼은 ‘세계 1000대 기업’ 선정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중국의 경제 개혁 정책을 지원하고, 중국의 경제 개발위원회와 제휴를 하는 최초의 비정부 기관이 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87년 지금의 ‘세계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의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2015 핵심 키워드 ‘갈등’


세계경제포럼에 전 세계 거물들이 몰려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금융위기 이후 재기하는 듯했던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이번 다보스포럼의 대주제를 ‘새로운 세계 상황(The new global context)’라고 정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세계경제포럼은 1월 21일에서 24일까지 펼쳐질 연차 총회를 앞두고 2015년 한 해 동안 가장 주목해야 할 10가지를 선정한 ‘2015 글로벌 어젠다’를 발표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지정학 갈등과 국가주의 부활이다. 2010년 이후 매년 선정되는 글로벌 어젠다에 이 두가지가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 관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중·일 간 영토 분쟁, 중동 갈등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국가 간 외교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전방위로 그 후폭풍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갈등의 주범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기에 가장 크게 노출된 곳은 아시아(33%)와 유럽(22%)이다. 


흥미로운 조사도 있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이 이미 미국을 제쳤다(15%)는 응답과 결국 미국의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응답이 31%에 달했다. 중국이 절대 미국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란 응답 역시 34%였다. 글로벌 주도권을 놓고 이들 두 국가가 벌이는 무한경쟁은 그 결과를 떠나 글로벌 경제를 요동치게 할 변수 중 변수다.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전 노르웨이 외교부 장관은 “국가주의 부활, 다자주의에 대한 불신 등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처해선 안된다”며 “더 많은 국제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소득 불평등 문제지만 최근 글로벌 위기를 잇달아 겪으며 가장 뜨겁게 부각된 이슈다. 특히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재조명하며 전 세계적으로 불평등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다보스포럼 글로벌 어젠다 2위에 선정됐던 소득 불평등은 내년 전망에선 1위로 올라섰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오늘날 미국 인구의 1%에 불과한 최상위 계층이 전체 소득의 25%를 보유하고 있다”며 “지난 25년간 최상위 계층 0.1%의 평균 소득은 20배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글로벌 웰스 리포트(2013)’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 중 상위 0.7%가 전 세계 부(富)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하위 68.7%가 보유한 부는 단 3%에 불과하다. 소득 불평등이 전 세계를 짓누르는 이유는 실업, 빈부격차는 물론 정치적 불안정, 국가 간 분쟁, 환경오염 같은 전 세계적인 이슈가 모두 소득 불평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통합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 역시 소득 불평등이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총장 특별자문관은 “소득 불평등은 나아가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물고 지속 가능한 사회, 평화로운 사회에 대한 희망마저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WEF가 선정한 두 번째 위기는 끊임없이 치솟는 실업률이다. 선진국에든 개발도상국에든 ‘공공의 적’은 실업률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그동안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여온 중국마저도 취업률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기술 발전으로 구조적인 실업은 가속되고 만성화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로봇과 3D프린팅 기술 같은 자동화는 실업률 상승에 불을 붙이고 있다”며 “현 추세가 지속된다면 생산가능인구의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퓨 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유럽인 71%, 미국인 54%가 실업을 가장 큰 위기 요소로 꼽았다. 


더 큰 문제는 나라는 골병이 들어가는데 해결할 리더십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WEF 조사에서 응답자의 86%는 전 세계가 겪는 큰 위기 중 하나가 리더십 위기라고 진단했다. 에델만 조사에 따르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기업보다도 형편없다. 기업 신뢰도는 2009년 50%에서 2014년 58%로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정부 신뢰도는 43%에서 44%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의 위기는 대의민주주의의 추락과 같은 맥락이다. 각국 정부와 시민 간 신뢰는 허물어지고 괴리감은 커지고 있다. 유로존 위기부터 아랍의 봄, 우크라이나 사태, 홍콩 민주화 사태 등이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건들이다. 호르헤 소토 Data4 창업자는 “오늘날 각국 리더들은 20세기 사고방식과 19세기 제도로 21세기 시민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10대 어젠다는 결국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해결해야 될 위험 요소들이다. 이 중 환경오염, 기후변화, 물 부족, 의료 격차 등은 직접적으로 삶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다. 특히 이들 이슈는 경제력 격차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글로벌 불균형과도 직결된다. 세계자원연구소에 따르면 물 부족으로 가장 큰 고통을 겪을 지역을 묻는 조사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29%), 아시아(25%), 사하라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31%) 등이 꼽혔다. 북미(6%)와 유럽(2%)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나타낸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맷 데이먼과 함께 물 부족층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게리 화이트는 “상수도에 투자할 돈이 없어 깨끗한 물에 접근할 수 없는 경제력 격차가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 격차는 경제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핵심 변수가 됐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경제성장 격차의 50%는 의료와 기대수명의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 


 



국제 분쟁의 민간조정자


세계경제포럼의 모토는 “현 세계가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 정치, 학술 그리고 다양한 세계, 지역, 각종 산업 의제를 대표하는 지도자를 참여시켜 사명을 다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포럼은 다양한 국제 문제 해결에 앞장서왔다. 1989년에는 북한과 한국이 다보스의 첫 장관급 레벨 회의를 개최했으며, 1988년 그리스와 터키, 199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다보스 회의에서의 회의를 통해 전쟁 직전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또한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우와 독일 수상 헬무트 콜이 다보스 회의에서 독일 통일 논의를 위해 만나기도 했다. 1992년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통령인 데 클레르크와 넬슨 만델라, 망고수투 부텔리지가 처음으로 국외에서 한데 모여 정치적 모색을 나누기도 했다. 포럼은 이후 기업, 시민사회, 정치적 유관기관 등을 포함해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중심으로 활동영역을 확장하고 있고, 지역으로는 인도보건문제에서 아프리카의 만성 기아까지 아우르고 있다. 


세계 각국에 거대한 영향력을 갖게 된 포럼은 유엔의 비정부자문기구로까지 성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나 서방선진 7개국(G7) 회담 등에 막강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 산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보고서’ 등을 통해 세계의 경제정책 및 투자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나 세계화와 시장개방을 주도하는 대표적 단체로 최근에는 반(反)세계화주의자들의 주요 표적이 되어왔다. 격월간 기관지 ‘월드 링크’(World Link)를 발행하며 국가별 국제경쟁력을 담은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세계 공공의 이익에 대한 기업가 정신을 모색하며, 국제적인 분쟁 해결과 민간 협력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다보스 포럼. 2015년을 맞이하며 열리는 이번 다보스 포럼이 향후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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