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에 삶이 녹아드는 ‘한 달 살기’
여행 속에 삶이 녹아드는 ‘한 달 살기’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8.01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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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여행 속에 삶이 녹아드는 ‘한 달 살기’

낯선 감각의 쾌락과 느리게 살기를 동시에 충족시키다




제주 한 달 살기에서 시작된 ‘한 달 살기’ 열풍은 국내를 넘어 파리·런던·시드니 등과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괌·필리핀·방콕 등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더 이상 여행은 일정을 따라 관광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인처럼 일상을 즐기는 통로가 됐다. 한 달 살기는 단 며칠의 여행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감각의 쾌락과 도시 속 일상에서 추구하기 어려운 느리게 살기를 동시에 가능케 한다.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며 ‘살아보는’ 여행의 시대 


‘욜로족’은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의미를 가지며, 미래 계획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욜로족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소비 패턴도 여행이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여행 소비 시장에 대한 트렌드 변화가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공급자 중심으로 돌아가던 여행 소비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며 이 같은 트렌드가 만들어진 것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여행 트렌드는 짧은 시간을 내어 바쁘게 이동하는 여행에서 본인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며 느긋하게 낯선 일상을 호흡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킨포크 라이프’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킨포크 라이프란 자연 친화적이고 건강한 생활양식을 추구하는 사회현상을 말하는데, 미국 포틀랜드의 라이프스타일 잡지인 ‘킨포크’의 영향을 받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인들과 어울려 즐기는 여행 방식이다. 한 달 살기가 인기를 끌면서 긴 여행뿐 아니라 은퇴 후 귀농, 아이들과의 새로운 경험 쌓기, 재충전을 위한 장기 숙박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국내에서도 한 달 살기가 인기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제주 한 달 살기’ 열풍은 단순히 구경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제주의 천혜 자연과 여유를 만끽하며 삶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기에 많은 인기를 얻었다. 지난 5월, 문화 포털 사이트 ‘더 테이블’은 ‘현지인처럼 한 달 살기’란 주제로 응답 형식의 설문을 진행한 결과, 한 달 살기를 가장 해보고 싶은 나라(도시)를 ‘제주’로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신적으로 쉬고 싶어서’라고 답한 사람이 18명으로 가장 많았고, ‘어학 및 문화 체험을 위해’가 1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아이와 느린 여행을 하고 싶어서(9명)’,‘미세 먼지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2명)’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유행에 편승해 도전하려는 태도는 삼가야 


느리고 여유로운 삶의 경험을 위해 ‘한 달 살기’를 시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한 달 살기가 일종의 유행이 되면서 뚜렷한 목적이나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고 단순히 트렌드만 쫓으려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한 20대 대학생 류다솜 씨는 “여행이 아닌 살기를 한다는 것은 다른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활을 짧게나마 살아보며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만큼 기존의 삶의 방식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는 준비가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여행 트렌드가 현지인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잊고 무책임하게 주변 환경을 훼손하거나 현지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달 살기를 경험해본 여행자들은 모두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현지인들의 생활상이나 식습관, 문화 등을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이러한 여행을 통해 현지인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나와 다른 문화와 환경을 가지고 있는 타인의 삶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영국 런던에서 자녀들과 함께 한 달을 보낸 30대 직장인 이지영 씨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뛰어 노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많이 밝아지고 스스로 알아서 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나 마음가짐이 달라지게 됐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남들이 다 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틈바구니에서 잠시나마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한 달 살기’의 매력이다. 타지에서 한 달 살기에 열광하는 이유는 낯선 곳에서 잠시 소속돼 현지인들의 삶에 스며들어보고 그들과 공간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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