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Ⅰ]당신은 꼰대입니까?
[꼰대Ⅰ]당신은 꼰대입니까?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7.08.01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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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당신은 꼰대입니까?

세대 간 계층 간 불통에서 시작된 꼰대 이야기

 

 

 

 

얼마 전 롯데와 두산 선수들이 경기를 마친 후 그라운드에 나와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이 장면은 야구팬 사이에서 논란을 야기했다. 선배인 롯데의 이대호 선수가 두산의 오재원 선수를 불러 세워 훈계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 날 경기에서 두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진한 포옹을 나누며 해프닝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여전히 이대호 선수는 ‘꼰대’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꼰대의 기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는 ‘꼰대’가 아닐까 한다. 세대 간 소통의 부재에서 언급되던 꼰대라는 단어는 이제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다. 그렇다면 과연 꼰대는 무엇일까? 사전에서는 꼰대란 선생님과 아버지를 비꼬아 부르는 은어라고 정리되어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을 찾자면 ‘잔소리’와 ‘권위’다. 잔소리와 권위를 내세우는 순간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거나 뛰어난 지적 수준과 풍모를 갖췄더라도 꼰대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잔소리와 권위만으로는 꼰대를 설명할 수 없기에 이에 대한 정확한 어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꼰대의 어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두 가지 가설이 지배적이다. 우선 첫 번째는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주름이 가득한 번데기처럼 피부와 사고가 쭈꿀쭈글해진 세대의 모습에서 꼰대라는 단어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일컫는 ‘Comte’가 일본식으로 발음하면 꼰대가 된다는 설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친일파 다수가 일본으로부터 백작 또는 공작 작위를 받아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일반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보여준 행동을 두고 꼰대짓이라 말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다.

 
꼰대와 함께 ‘아재’라는 단어 역시 최근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재와 꼰대의 경계선이 모호하지만 주변에서 꼰대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꼰대입니까? 아재입니까?’라는 물음을 던지면 아재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하지만 절대 꼰대는 아니라고 답변하는 이가 다수일 것이다. 자신은 절대 꼰대가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꼰대라고 확인시켜줄 수 있는 테스트가 SNS 통해 퍼지고 있다. 제작된 콘텐츠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다수의 테스트 문항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사람을 만나면 나이먼저 묻고, 자신보다 어리면 반말을 한다’, ‘우리땐 그렇지 않았는데라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직장 후배를 동료라는 표현보다 부하직원이라고 한다’, ‘본인보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후배는 용납이 안된다’, ‘인생 선배로서 후배의 개인사에 답을 제시해 줄 수 있고 생각한다’ 등이 있다. 이 중 상당 수 문항이 본인에게 해당된다면 자신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타인에게는 꼰대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꼰대, 과연 나쁜 것일까?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꼰대, 누구나 자신은 아니라고 부정하는 꼰대, 과연 꼰대는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꼰대라 불리는 이들도 억울한 점이 없지 않다. 이들 중 대다수는 ‘상명하복’의 시스템에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고자 그 누구보다 발버둥치며 버텼을 것이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뿌리내렸던 유교식 예절 역시 꼰대들에게는 가장 익숙하며 이들은 예절, 의리, 믿음, 질서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며 살아왔다. 또한 얼마 전까지도 우리 사회는 권위가 원활한 조직 운영의 원동력이었다. 갑작스레 변화된 세상의 잣대를 내밀며 이들에게 꼰대라는 프레임을 씌워 비난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까?

 
꼰대라는 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았다.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에서도 꼰대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가치관이 고착화되며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층도 자신이 그동안 살아오며 만들어 놓은 세계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살아온 이들이 자신의 오랜 가치관을 바꾸기란 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세대 간 갈등과 꼰대의 등장은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꼰대를 ‘나쁘다, 나쁘지 않다’라고 판단하기보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별개임을 인지할 필요하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꼰대의 등장은 젊은 세대, 어른 세대 그 누구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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