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3호’의 영광, 나로호까지 전해질까?
‘아리랑 3호’의 영광, 나로호까지 전해질까?
  • 김동영 기자
  • 승인 2012.07.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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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술 도입보다 우리 독자기술 개발해야
[이슈메이커=김동영 기자]

 

우리나라는 1992년 8월 한국 첫 과학인공 위성 ‘우리별 1호’발사에 성공해 우주를 향한 거대한 신호탄을 쐈다. 우주를 향한 진일보한 움직임이 모여 2012년 5월 18일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만든 첫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3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전문가들은 이번을 계기로 ‘나로호’ 3차 발사에 대한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러시아 기술도입 보다는 독자기술 개발하는 것이 한국우주기술 발전에 지름길”이라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도전, 한국 우주의 꿈을 만나본다.

 

 

우주에 울려 퍼진 ‘아리랑’, 일본 언론은 냉담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로부터 시작된 우주를 향한 인간의 발걸음이 모여 1969년 7월 20일 달을 정복시켰다. 지난 5월 18일 새벽 1시39분,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서브미터급 지구관측위성인 ‘아리랑 3호’가 일본 ‘H2A’ 로켓에 탑재되어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아리랑3호는 발사된 지 정확히 98분 뒤 지구를 한 바퀴 돌아 한반도 상공에서 대전 항공우주연구원 관제센터와의 교신에 성공했다. 조율래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아리랑 3호 개발에 8년 넘게 노력한 우리 연구원들의 땀과 열정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아리랑 3호는 우리가 설계하고 디자인한 순수 국산위성인데, 1호와 2호에 이어 불과 3번만에 해상도 0.7미터의 초정밀 광학관측위성을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라고 이번 발사를 평가했다. 아리랑3호의 서브미터급 관측위성은 1m 이하의 지면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위성으로서 현재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정도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 4번째에 해당하는 기술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고바야시 다카시 미쓰비시중공업 항공우주사업본부장은 “아리랑 3호의 발사 성공은 한국과 일본팀의 단결의 결실이다. 한국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고 일본의 첫 해외위성 서비스가 성공했다는 점에서 매우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 에토 마모루 박사 역시 “일본의 첫 해외 위성 발사사업을 이웃나라 한국과 손잡고 하게 돼 매우 기쁘다. 향후 한·일간 우주개발 협력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이번 성과를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리랑 3호가 일본 H2A로켓에 실려 발사되기 전날인 지난 5월 17일, 일본 언론은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로켓 기술은 일본의 1960년대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독자적 기술개발과 해외 기술도입이라는 과도기에 있는 우리나라를 일본이 위성 발사 로켓 개발을 시작하던 1960년대 수준에 아직도 머물고 있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계속된 나로호 발사실패, 더 이상 실패는 없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 나로호 개발에 착수했다. ‘나로’는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KSLV(Korea Space Launch Vehicle)’의 명칭 공모에서 선정된 것으로, 한국 우주개발의 산실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외나로도(外羅老島)의 이름을 딴 명칭이다. 나로호는 2005년 9월 발사 예정이었으나 몇 차례 연기돼, 2009년 8월 25일 재시도하여 오후 5시 발사가 이루어졌다. 나로호는 이륙 54초 만에 음속을 돌파하였으나 2단 로켓이 제시간에 과학기술위성 2호와 분리되지 못해 목표궤도에 진입하지 못하였다. 1차 발사 실패의 원인은 페어링이 한쪽만 분리되고 과학기술위성 2호 무게의 4배나 되는 한쪽 페어링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상승속도를 충분히 내지 못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목표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위성은 낙하하면서 대기권에서 소멸된 것으로 추정됐다. 1차 발사가 실패함에 따라 2010년 6월 9일 2차 발사를 시도하였으나, 오후 1시 58분 소화 용액이 잘못 분출되어 발사가 중지되었고 다음 날인 2010년 6월 10일 오후 5시 1분에 2차 발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발사 후 137.19초에 비행 중 폭발해 재 실패했다. 항우연은 “한국과 러시아의 견해가 첨예하게 갈렸던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양쪽의 의견을 반영해 모두 보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장은 “10월 초순에 발사를 하려면 7월에는 러시아에서 나로호 1단 로켓이 이송돼야 한다”며 “현재 러시아 연구원 16명이 나로우주센터에서 1단 로켓이 도착했을 때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각종 계기들의 작동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2단의 비행종단시스템은 향후 연구개발을 위해 우리 쪽에서 설계에 넣었던 부분으로 러시아 쪽 요구대로 3차 발사 때는 제거하고 페어링 분리용 화약 폭발에 쓰이는 전압도 저전압으로 바꿀 계획이다. 1단에 비행종단시스템이 있어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며 2012년 10월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에 힘을 실었다.

 

 

미국, 일본 우주기술 상업화 ‘가속’

미국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사의 첫 민간 우주선 ‘드래건’이 장착된 로켓 팰컨9호가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후 ‘드래건(Dragon)’은 25일 국제우주정거장(ISS)과의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민간 우주선과 ISS와의 도킹 성공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첫 민간 상업우주선인 드래건은 음식, 의류, 장비 등을 싣고 지구 상공 330km를 떠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과 도킹, 이 물건들은 전달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또한 사용한 우주복이나 불필요하게 된 실험기구 등을 회수 후 대기권에 재진입하여 31일 미국 해안에 무사 귀환했다. 드래곤은 지난해 퇴역한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후계우주선으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으며, 민간에 의한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존재로 주목 받고 있다. 현재 미국은 우주 왕복선 운영 등 사업을 민간에 위탁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사 성공으로 민간인 우주관광 등 민간 우주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일찍 항공우주산업에 투자해 우주발사체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일본은 지난 5월 18일 아리랑 3호를 성공적으로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며 그 일본 로켓기술의 성능을 세계에 드러냈고, 다른 나라 위성 발사 대행 서비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본은 1969년 미국 기술을 도입해 로켓 개발을 시작해 1994년에는 100% ‘기술독립’에도 성공했다. 아리랑3호를 쏘아올린 미쓰비시의 로켓(H2A)은 2001년 이후 21번 발사해 단 한 차례만 실패했다. 일본 우주발사체(로켓) 개발은 1955년 4월 도쿄대 이토카와 교수가 길이 30㎝의 연필형 고체연료 로켓을 수평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4차례 발사 실패 끝에 1970년 L4S형 5호기로 첫 인공위성 ‘오오스미’를 우주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교토대 나카노 후지오 특임교수는 “오오스미 위성 발사는 세계 4번째로 우리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로 만들었던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또한, “일본의 로켓 산업 발전에 1994년에 액체로켓 국산화를 추진해 순수 일본 기술로 H2로켓을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액체연료와 고체연료의 장점을 활용해 국산화에 성공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 “기술도입이냐, 독자기술이냐”

일본이 위성을 쏘아 올리는 우주발사체(로켓) 개발에 나선 것이 1960년대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도입한 1단 로켓과 국내 개발한 2단 로켓을 결합한 나로호를 2009년과 2010년에 두 차례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아직도 발사 실패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과학계에서는 “한국 우주발사체 프로젝트가 독자 개발과 기술 도입,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15년을 허송세월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우주발사체는 10만개 부품이 들어가는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이다. 국가안전을 보장할 위성 감시체계도, 미래 우주자원 개발도 자국 발사체가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1998년부터 본격적인 우주발사체 개발에 들어갔다. 처음엔 관측용 소형로켓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여러 개 묶어 국산 발사체를 만드는 방안을 추진했다. 연구가 더디게 진행되자 2002년부터는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 위해 러시아 기술을 도입했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다. 러시아는 당초 약속과 달리 2006년 로켓 기술을 이전하지 않고 발사체의 핵심인 1단 로켓만 제작해 넘겨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 요구에 끌려가며 로켓 발사 일정을 계속 미뤄야 했다. 한양대 기계공학 조진수 교수는 “2006년에 러시아를 포기하고 다시 독자 개발로 방향을 틀었더라면 지금은 1단 로켓을 만들어 시험하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손으로 로켓을 만들어야 발사에 실패하더라도 원인을 찾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대 우주공학 장영근 교수 또한 “우주발사체는 국가 안보 기술인데 어느 나라가 쉽게 넘겨주겠느냐”며 “차라리 그때 러시아와 계약을 끊고 독자 개발에 나섰다면 지금쯤 로켓 기술이 훨씬 진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로호 개발 책임자인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배운 게 전혀 없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독자개발로 갔다면 우리의 로켓 기술이 지금과 같은 수준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론했다.

 

국민, 국가의 지원 속 독자기술 개발해야

우리나라 우주기술의 방향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일본의 성공사례를 들고 있다. 일본의 우주기술 발전에서 주목할 대목은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인 미쓰비시의 협력이다. 미쓰비시의 우주사업 매출은 연 400억~500억 엔으로 회사 전체 매출의 1~2%에 불과하다. 게다가 발사 위성 수가 적은 해엔 적자까지 감수해야 한다. 이런 여건에서도 로켓사업에 지속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각종 세제 지원과 기술입국에 대한 민·관의 확고한 공조 때문이다. 오미야 사장은 “우주사업의 수익률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높은 수준은 아니다.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관점에서 세계에 높은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도 사업을 지속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조율래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우주여행이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고, 일본은 H2로켓부터 제작과 발사를 아예 민간 기업으로 이전하였다. 이제 우주개발은 정부 차원의 전략적 육성을 넘어 새로운 산업으로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순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졌지만 한국형 발사체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연구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2021년 발사를 목표로 한국형 로켓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일본보다 기술독립 측면에서 30년 가까이 늦은 시도지만 이마저도 사업에 참여할 민간기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피상적으로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직접 느낀 일본의 로켓 기술력은 더 대단했다. 원하는 우주 공간에 다양한 우리 위성을 보낼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협력을 강화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더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일본도 1970년 첫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기 직전 네 번 연속 로켓 발사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인내와 정부의 지속적 지원으로 우주 강국이 된 것”이라며 국민과 정부의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피력했다. 우주개발은 한 나라의 산업기술 경쟁력과 직결돼 있다. 국내 첫 우주인 이소연 박사는 “우주에 올라가기까지 30년이 걸렸는데 당장의 결과를 보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러시아 국민들이 50년을 기다려 준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우주개발 등 과학발전을 위해 기다려주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필요한 것은 돈, 정책 보다 침체된 우주산업을 위한 국민들의 응원이다. 월드컵 4강에 가기 위해 붉은 악마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듯 과학기술계에도 ‘붉은 악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획/임성희 기자 정리/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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