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역사를 지닌 ‘충정아파트’이야기
기나긴 역사를 지닌 ‘충정아파트’이야기
  • 임혜진 기자
  • 승인 2017.08.01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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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혜진 기자]

 

 기나긴 역사를 지닌 ‘충정아파트’이야기

 6·25근대 아픔을 층층이 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무려 7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아파트,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 3가에 위치한 충정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높이에 60세대 규모가 거주하는 국내 최초 아파트다. 1930년대 조선은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해결 방안을 제시했고, 이 중 하나가 아파트였다. 이에 따라 충정 아파트가 건설되었다.


 

충정 아파트의 역사를 되짚어보다
1937년 일제강점기에 완공된 ‘충정 아파트’는 당시 일본 건축가인 도요타 다네오의 이름을 따 ‘도요타아파트’ 혹은 우리말로 ‘풍전아파트’로 불렸다. 충정 아파트의 완공 연수는 확실치는 않다. 현재 기록된 완공연도는 등기를 위한 등재로 판단해 이보다 더 오래됐을 거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하 1층, 지상 4층에 연면적 1,050평으로 준공당시 서울의 대표적 건물로 자리매김했다. 
 
충정 아파트는 한때 호텔로 용도가 변경되어 소유권이 동아 기업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해방 직후 일본인이 빠져나갔고, 해외에서 귀국한 동포에 의해 무단 점유됐고, 한국 전쟁이 시작되면서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이 이 아파트 지하실에 양민을 학살하기도 했다. 이후 서울이 수복되자, 이번엔 미군이 전시를 이유로 무단점유를 하여 ‘트레머호텔’이라 부르고 유엔의 임시 숙소로 사용했다. 이처럼 충정아파트는 시대의 격랑에 휩쓸린 아파트라 볼 수 있다.
  충정아파트는 전쟁 후에도 헤프닝을 겪었다. 바로 김병조의 사기극이다. 김병조는 1961년, 한국전쟁에서 아들 6형제를 바쳤다고 주장했다. 김병조는 5층에 가건물을 설치하며 ‘코리아관광호텔’를 운영했는데 1년도 안돼서 이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지며 그는 구속되고, 건물은 국세청이 몰수했다. 시간이 지난 후 충정 아파트는 내과병원을 하던 장동현의 부인 최이순 명의로 바뀌었고 관리부실로 인해 유인옥으로 건물주가 바뀌는 등 여러 명의 건물주의 손을 거쳤다. 1975년, 건물의 저당을 잡고 있던 서울은행이 최종적으로 명의가 변경되었고, 이전에 호텔로 운영이 되었던 충정 아파트는 서울은행이 유지비와 이익을 남기기 어려워 다시 아파트로 용도변경을 하여 용도에 맞게 아파트로 리모델링을 하였다.  

1979년은 충정로 왕복 8차선 확장 공사하면서 북쪽의 아파트 3분의 1 정도가 잘려나갔다. 이전에 52가구가 입주해있었으나 잘린 아파트 일부는 19가구만 살게 됐다. 이들은 22.5평에서 살다가 15평이 잘려 전용공간이 7.5평이 돼버렸다. 잘려나간 부분에 살던 주민은 복도를 무단 점유하며 사는 문제도 겪었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이 건물은 2008년 도시환경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개발 대상이었으나 김병조가 무허가 건물을 올려 가건물인 5층에만 토지 지분이 없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입주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결국 재개발도 흐지부지됐다.

이처럼 오랜 역사 속 사연이 많은 충정 아파트는 등록문화재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등록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고 있다.


문화재 지정이 안 되는 충정 아파트

충정 아파트는 역사 드라마에 나오는 파란만장한 주인공처럼 수많은 사람의 삶이 교차하며, 안타까운 사연들을 간직하고 있다. 거의 80여 년이 된 충정 아파트는 재개발이 지지부진하자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충정 아파트를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이다. 
 
충정 아파트는 그 필요성이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아직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본인이 짓고 소유했던 아파트이기 때문일까. 아니다. 북한군에 의해 사용된 철원 노동당사(제22호)나 일본군에 의해 강제 노역으로 만들어진 남제주 비행기격납고(제39) 역시 등록문화재다. 등록문화재를 잘 살펴보면 학교나 청사, 성당, 은행 등 공공의 성격을 띤 건물이 많다. 하지만 원서동 고희동 가옥(제84호)이나 계동 배렴, 가옥(제85호)등 주거나 숙박용 건물도 발견할 수 있다. 대신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발견하기 어렵다. 이유는 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있기 때문일 거다. 개인 소유의 가옥과 달리 여러 가구가 나누어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나 공동주택은 이해관계가 복잡함으로 그러한 건물은 문화재로 지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충정 아파트는 입주자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당장 철거되는 위기는 모면했지만, 아직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알 수 없다. 이 아파트를 보존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문화재청이 충정 아파트를 문화재로 등록하거나, 서울시가 매입하여 역사문화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 아직도 사는 삶의 공간이라는 점이 걸린다.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권이 침해당할 것을 우려하여 세간의 관심을 썩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 충정 아파트는 역사의 상처가 건물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그 상처는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최초의 아파트가 가진 역사적 ·건축적 의의를 애써 망각하고 경제적 이득만 추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역사적·건축적 대의를 외치며 주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 두 가지 당위의 경계에서 양쪽 모두에게 좋은 상생의 해답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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