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행동에 나선 시민들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촛불 든 국민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건, 일명 ‘혜실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전국에서 광화문으로 나와 촛불을 든 시민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서울 시청, 청계 광장, 광화문, 그리고 청와대로 가는 길목을 메운 인파는 모두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외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민중 총궐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직업은 물론, 남녀노소를 불문한 대중의 뜨거운 촛불이 흩날렸다.
역사학자들은 한국 역사상 광화문 앞에서의 집회가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1987년 6월 항쟁의 모습이 엿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이날 서울시가 집계한 집회장소 인근 12개 지하철의 이용객은 155만 명으로 알려졌다. 광화문을 마주 보며 광장을 메운 인파는 각자의 어려움, 분노, 고통, 회한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낸다. 부모의 손을 잡고 나와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어린아이, 시민들의 후원으로 버스를 타고 올라온 전국 각지의 중·고등학생, 희망을 노래하는 가수, 민중의 편에선 정치인 등 모두 한자리에 모여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 온 국민의 하나 된 모습을 보며 기자는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기 위해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시대의 흐름을 막기란 어려운 일이다. 끊임없는 행렬 속에서 평화집회를 외치며 다가오는 시민들을 마주하는 경찰과 전경들도 현재 상황이 달갑지 않아 보인다. 누구를 위해 공무를 수행하는지, 그들의 깊은 한숨 소리가 들려온다. 경찰의 차 벽 너머 일렁이는 촛불집회 행렬은 아름다웠으며, 때로는 장렬했다. 평화로운 분위기 속 새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이들의 모습은 알을 깨고 나오는 새와 같았다. 누구도 지시하지 않았지만,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 모습을 보며 기자는 이들의 목소리가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변해갈 씨앗이 되기를 열망했다.
*기사 원문은 이슈메이커 매거진 125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사진/글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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