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비추는 태양 빛 너머로 불어오는 해풍은 바다를 흔들며 파도를 만들어 낸다. 1월의 호주는 거친 바다와 눈부신 태양 빛이 함께 어우러진 역설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주홍빛과 푸른빛이 섞여 세상의 끝에 온 듯한 오묘한 분위기는 이곳이 왜 호주 최고의 여행지라고 부르는지 알게 만든다. 바다 위로 솟은 기암괴석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먼 곳에서 찾아온 나그네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매년 찾아오는 새해 찾은 남호주의 바다는 한국과는 정반대의 기후로 따뜻함을 가졌다. 하지만 매섭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때로는 겨울 북풍한설(北風寒雪)보다 차가운 느낌을 준다. 호주의 10대 절경으로 평가받는 곳, 세계에서 반드시 가봐야 할 여행지로 손꼽히는 호주 남부 해안선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 유명세에 비해 이곳의 해안가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곳이 있다. 소로(小路)를 따라 내려와 절벽 아래를 걸을 수 이곳 깁슨 워크(Gibson walk)다. 넓은 바닷가를 따라 인적이 드문 이곳 피오르드 해안(Fjord coast)을 나만의 것인 것처럼 홀로 만끽하며 천천히 걸어 본다.
해풍에 깎여나가 헐벗은 몸을 드러낸 절벽은 호주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게 해준다. 저 멀리 바다 끝에서 기자를 비추는 태양 빛은 따뜻하고 포근하지만,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파도는 자연의 거친 위용(威容)을 뽐내며 이를 보는 이들을 숙연해지게 만든다. 이곳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볼 특별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듯하다. 또다시 한해가 시작되었다. 이곳의 모진 파도와 따뜻한 태양 빛처럼 많은 이야기가 펼쳐질 2016년을 기대해본다.
사진/글 이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