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가을이 흐르는 곳
11월, 창녕 우포늪
겨울이 다가오며 어느덧 쌀쌀해진 가을바람이 들판을 누빈다. 새벽에 찾아간 창녕 우포늪에서 전해지는 차가운 한기에 잠시 추위를 느꼈다. 하지만, 이내 떠오른 태양은 때로는 호수로, 때로는 늪지로 우포늪을 따뜻하게 비춘다. 우포늪 한편에는 풍경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아침 일찍 모인 사진동호회의 모습이 보인다.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손에 입김을 불어 녹이며 셔터를 눌러대는 풍경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11월의 가을, 하늘은 푸르고 불어오는 바람은 겨울의 시작을 알린다. 사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방문했던 우포늪. 5년이 지나 방문한 가을의 우포늪은 여전히 차갑다. 억새와 갈대들이 우거진 들판과 함께 호수처럼 보이는 늪지에는 새들과 뱃사공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녕 우포늪의 명물인 뱃사공. 그는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자리에 있었다. 뱃사공은 쪽배에 몸을 싣고 늪을 건너다니며 사람들이 요청하는 부탁을 들어준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푸른빛을 보이는 우포늪과 사공을 카메라에 담아봤다.
아침 일찍 우포늪을 방문하면 인적이 드물어 고독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 위, 오래된 목둔으로 보이는 홀로 솟은 나무토막과 아직 해가 뜨지 않아 푸른 늪을 보면 외로운 감정이 더욱 커진다. 하지만, 해가 떠올라 늪지가 따뜻한 빛으로 물들면 부드러운 가을의 풍경에 슬픔도, 괴로움도 녹아내린다.
지금의 가을과 지나갈 긴 겨울이 끝나면 다시 녹음으로 물들 이 늪지에 다양한 동물들과 나그네들이 방문할 것이다. 늘 한결같은 아름다움을 찾아오는 철새들과 나그네들을 위해 우포늪이 변화하지 않고 보존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기사 원문은 이슈메이커 매거진 100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사진/글 이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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