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III] 데이터로 기록되는 정보화 시대의 핵심 문제
[기록 III] 데이터로 기록되는 정보화 시대의 핵심 문제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7.07.01 0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잊혀질 권리
[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데이터로 기록되는 정보화 시대의 핵심 문제


글로벌 수준에 적합한 법제 정비 필요

 

오늘도 어김없이 인터넷에서는 거대한 양의 정보가 축적되고 있으며, 일반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개인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인터넷 환경의 급속한 발전으로 개인의 의견을 손쉽고 빠르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지만, 반면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매우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적극적이고 강력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잊혀질 권리다. 모든 것이 데이터로 기록되는 정보화 시대의 핵심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잊혀질 권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뜨거운 감자, 잊혀질 권리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잊혀질 권리(the right to be forgotten). 이미 유럽에서는 2011년부터 이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며 잊혀질 권리를 프라이버시 권리와 연관해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잊혀질 권리에 대한 법제화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EU 개인정보보호 일반규정(GDPR) 제17조에 잊혀질 권리를 규정하여 권리 보호에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 5월 13일 유럽사법재판소(CJEU)의 판결 이후, 잊혀질 권리 보호를 위한 국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논의 및 학문적·기술적 차원의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제시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작은 움직임 정도에 그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보만료일 설정, 필명사용문화 정착, 보험체계 구축 등과 같은 해결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단순한 대체적 해결방안으로서 부수적인 역할만 담당할 뿐이라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황해륙 교수는 “개인정보보호가 인터넷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법적 과제가 되고 있고, 이미 국내에서도 개인정보의 유용한 수단으로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라며 “우리보다 앞서 잊혀질 권리를 실정법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규칙안’의 법적 의의와 그 내용을 분석하는 것은 앞으로 국내에서의 논의에 중요한 기초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프랑스의 아키비스트협회(AAF)는 잊혀질 권리 도입으로 인해 개인정보보호를 빌미로 한 주체 없는 ‘무명’(無名)의 기록과 역사의 생산을 우려하고 있다.

 

‘무명’의 기록으로 야기될 맹목적 권리 보장의 위험성

유럽에서 디지털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고자 하는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프랑스의 아키비스트협회(AAF)는 온라인에서 부유하는 개인 데이터 보존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해왔다. 이들 아키비스트들은 ‘잊혀질 권리’는 역사의 초고가 되는 일상적인 공문서(출생신고서, 사망란, 부동산 거래 등)의 수집과 디지털화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디지털 개인정보에 대한 지침 입안을 멈추게 하거나 좀 더 유연한 법안으로 개정하고자, 유럽연합의 입법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탄원서 작성 운동을 시작하여 다른 나라의 카운터파트(counterpart)에게 알리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프랑스 아키비스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를 빌미로 한 주체 없는 ‘무명’(無名)의 기록과 역사의 생산이다. 극단적으로 잊혀질 권리의 도입으로 이름 없는 활동의 기록물 생산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잊혀질 권리는 개인정보의 신원을 숨김으로써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삭제함으로써 흔적을 찾을 수 없게 한다는 데 위험이 존재한다.
 

  황해륙 교수는 “잊혀질 권리를 보장한다는 것은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 및 유출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지만, 맹목적인 잊혀질 권리의 보장은 기술적 한계로 인하여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잊혀질 권리의 완전한 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혼란 막기 위해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잊혀질 권리는 단순히 개인정보의 삭제·파기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저장 기간이 완료되거나 정보의 이용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그 목적의 필요성이 사라진 경우 자동적으로 개인정보가 삭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인터넷사용자의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서도 보장되어야 할 부분임에는 분명하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잊혀질 권리와 관련하여 글로벌 수준에 적합한 법제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치지 못한 법제는 우리 사회에 혼란만 야기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잊혀질 권리와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표현의 자유, 알 권리 등의 기본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에서의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고, 심도 있는 검토와 꾸준한 연구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