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회색으로 뒤덮인 이화벽화마을
1년째 회색으로 뒤덮인 이화벽화마을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6.30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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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결책 없이 방치된 도시행정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1년째 회색으로 뒤덮인 이화벽화마을

갈등 해결책 없이 방치된 도시행정


 

 

 


2016년 5월, 서울 낙산공원 부근 이화 벽화마을의 명물인 꽃, 물고기 그림 계단이 사라져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거주환경이 열악해진 일부 주민이 벽화 계단을 회색으로 덧칠한 것이다. 이화 벽화마을은 낙산 공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동네 곳곳이 벽화로 채워졌다. 이 마을은 <1박 2일>, <옥탑방 왕세자>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주민들과 지자체의 갈등이 어떻게 해소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화 벽화마을을 찾았다. 

 



잘나가는 마을의 속사정 


낙후된 산동네였던 이화마을은 10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벽화와 그림 계단 등을 조성해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당시 대학교수 등 전문가 68명이 참여해 이화동 9번지 일대에 70여 개의 작품을 만들었다. 문제는 유명 관광지가 된 이후였다. 소음과 낙서 등을 참지 못해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이들은 벽화를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4월, 이 마을 주민 5명은 벽화마을 한 계단에 그려진 4,000여만 원 상당의 해바라기 그림에 회색 수성페인트를 덧칠해 지우고 며칠 뒤 벽화마을 다른 계단에 그려진 1,000여만 원 상당의 잉어 그림을 회색 유성페인트로 덮었다. 당시 경찰에 잡힌 주민들은 소음과 낙서, 쓰레기 등으로 민원을 넣어도 나아지지 않아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마을에 사는 한 주민은 훼손된 계단 벽화를 보며 “삶의 터전이 갑작스레 유명 관광지가 된 후로는 마음 편한 적이 없었습니다. 훼손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서울시가 주민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는 대책을 세웠어야 했습니다”라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벽화를 훼손한 주민들에게 공동재물손괴 혐의를 적용돼 총 2,1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사건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사라진 벽화를 복원하자는 주민들과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 주민들끼리도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화 벽화마을에서 작은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은 “마을 어르신들은 조용히 있는 그대로 살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벽화 마을 덕에 집값도 오르고 마을도 활성화된다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사라진 벽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서울시는 이화동을 3등분해 양쪽 끝엔 상업 시설을 들일 수 있게 하고, 가운데 지역은 주택만 짓도록 하는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습니다”라고 전하며 또 다른 갈등 원인을 제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관광객은 동네 가운데로 몰리고 그 주변의 집값은 더 올라가는 게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도시재생사업이 나아가야 할 길


이화마을의 인기는 전국 각지에 벽화마을을 탄생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부산 감천 문화마을 등 작은 집들이 골목골목 들어선 동네에 너나 할 것 없이 물감 옷이 칠해졌다. <관광개발, 지역민이 우선인가, 관광객이 우선인가>라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재생을 통해 새롭게 관광지로 부활하면서 관광객이 증가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인근 상가 매출이 증가하는 등 지역 경제 파급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동피랑 마을은 갤러리, 공판점, 상점 등을 운영하면서 얻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해 지역주민의 경제적 지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주민 협력사업 및 관광특구 지정 등을 통해 부가적인 경제 이익을 창출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도 불러일으키고 있어 좋은 상생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화마을에 벽화를 다시 그리는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시 재생 사업 대상인 노후 주거지는 이화마을처럼 오랜 기간 추진해온 재건축이 무산돼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가 많다. 이에 경기 연구원은 “관광개발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해서 주민참여와 관광객-지역민 간 상호이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바로알기’, ‘관광지 예정’ 등의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관광객은 지역 문화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지역주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관광활동이 이루어져야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광 편익·비용 공유 조례를 제정하거나 법률 지원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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