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사람냄새 나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6.22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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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사람냄새 나는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
 

 "건축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집짓기 열풍이 거세다. 은퇴자들 사이에서 불었던 집짓기 열풍은 최근 젊은 층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신혼부부, 아이가 있는 젊은 세대들도 직접 나만의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이처럼 ‘나만의 집짓기’는 모든 연령층에서 로망이 되고 있지만, 실제 집짓기 과정에서는 젊은 층부터 실버세대까지 모두가 고민이 많아진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복잡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건축 설계판 주변을 전전하며 다양한 지식을 습득한 후 자신의 건축사무소를 설립한 스튜디오모프건축연구소(이하 스튜디오모프)의 박종민 소장을 만나보았다.



건축 설계판 주변을 떠도는 유목민


지난 2015년 3월, 건축 전문 갤러리 서촌 지상소(On ground)에서는 서민들을 위한 작은 집을 주제로 한 ‘최소의 집’ 건축전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스튜디오모프의 박종민 소장은 ‘벽속의 집’이란 작품을 전시했다. 벽 속의 집은 버려진 농가에 설치한 조립식 주택이다. 이 작품은 버려진 농촌의 주거 흔적을 지우지 않고, 시간과 자연환경은 물론, 풍경까지 회복하는 ‘최소의 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 소장은 자신을 ‘건축업 주변을 떠도는 건축 유목민’이라고 소개했다. 스튜디오모프를 개소하기 건축업계에서 다양한 실무경험을 쌓아와서다. 대학교에서 건축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롯데건설에서 5년 가까이 근무했다. 본래 건축 설계를 하고 싶었던 박 소장은 건설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건축학교(SA)에 입학해 건축 공부를 재개했다. 이후 그는 MBC ‘러브하우스’와 JTBC ‘내 집이 나타났다’ 프로그램으로도 알려진 건축가 양진석의 양진석건축연구소에서 건축 디자인 실무를 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디자인 실무를 배운 그는 다양한 건축프로젝트에 참여해 건축에 대한 종합적인 시스템을 습득해갔다. 이후 일을 하던 중 자연스럽게 본인이 가야할 프로젝트들의 방향들이 좁혀지게 되자, 박 소장은 형태라는 의미를 가진 ‘모프(morph)’의 이름을 딴 건축사무소를 설립,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문호리 주택 ⓒ노 경 작가

 

 

지금의 스튜디오모프를 만들어 준 대표작


박종민 소장은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 서초동 1566-3에 위치한 근생빌딩을 꼽았다. 이 작품은 앞으로 건축 설계를 하면서 기점과 같은 역할을 해줄 프로젝트여서다. 그는 “서초동빌딩은 건축주, 설계자, 시공자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우쳐 주었던 프로젝트였고, 그 만큼 고충은 컸지만 건축물이 잘 완성된 후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줄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인연이 소중하게 이어지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라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원속의 내 집’으로 알려진 송곡전가(松谷傳家)도 스튜디오모프의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다. 이 집은 오래된 농가를 헐고, 같은 자리에 필요한 공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박 소장은 이 집을 설계할 당시 노부모의 불편함을 덜고, 새 집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 따라서 그는 기존 주택에 있던 생활동선과 습관 등을 새로운 집에 투사해 새 집의 낯섦을 완충하고, 오래 살아온 집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박 소장은 “송곡전가는 주택이라는 프로젝트가 사적영역을 넘어 외부환경과의 관계성을 지향할 때 어떤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주는지 조금은 알게 해준 의미 있는 작업이었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읍주택[송곡전가] ⓒ윤준환 작가

 

 

사람냄새 나는 집이 좋은 주택의 시작


박 소장은 좋은 집이란 ‘사람냄새가 나는 집’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옷이더라도 입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좋은 옷이 아니듯이, 주택도 거주자가 살기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좋은 집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박 소장은 건축을 설계할 때 건축주의 삶의 방식을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또한, 그는 좋은 건축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치가 있고, 삶을 풍요롭게 하며, 함께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안목도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박 소장은 “건축주 중 일부는 일생에 한번 본인이 원하는 집을 가질 기회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남들이 생각하는 기준이나 유행에 쉽게 흔들리게 됩니다”라며 “좋아하는 것은 각자의 삶에서 축적된 경험으로부터 나오며, 집을 짓는 기회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자신들만의 정수(精髓)를 발견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건축물을 지을 때는 건축주 본인의 성찰도 필요하고, 건축사와의 오랜 소통도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건축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박종민 소장. 앞으로 종교시설 등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는 그의 손에서 어떤 건축이 탄생할지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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