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논란
포괄수가제 논란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2.06.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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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Medical Focus
포괄수가제 논란

의료비 거품 방지 vs 의료의 질 저하
점점 대립으로 치닫는 정부와 의료계, 결론은?

맹장 수술에 얼마, 백내장 수술에 얼마, 이렇게 질환별로 미리 책정된 진료비를 내는 걸 포괄수가제라고 한다. 7월 1일부터 전국의 100병상 미만의 병·의원 급에서 7개 질병군(백내장, 편도, 맹장절제, 탈장, 항문, 자궁적출, 제왕절개)에 포괄수가제가 의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반대해온 의사협회가 결국은 수술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는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를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이어서 자칫하면 의료공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기를 든 의협은 이 제도가 의료서비스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논리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포괄수가제가 긍정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당장 시행은 시기상조”라며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도입하면 의료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시각은 다르다. 포괄수가제가 의료 서비스의 적정 가격과 질을 보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위별 수가제에서 병원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의료 양과 비급여 진료’가 사실상 통제되기 때문에 의협이 반대하는 것”이라며 “포괄수가제를 하는 어떤 나라에서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보고는 없다”고 강조했다.

 

포괄수가제란?
행위별수가제는 수술료, 약재치료제료 또는 입원비 이렇게 항목별로 별도로 책정된 가격을 나중에 어떤 시술을 받았는지 합산해서 매기는 것이고 포괄수가제는 질병별로 사전에 정액으로 금액을 매기는 것이다. 다만 질병별로 금액을 매긴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단계의 금액이 나눠져 있다. 7월 1일부터 포괄수가제로 전환되면 가장 빈도가 많고, 환자의 변이도가 적으면서 수술 방법 등이 표준화된 질병들인 백내장, 편도, 맹장, 탈장, 치질, 자궁수술, 제왕절개에 먼저 적용 시행된다. 내년 7월부터는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된다. 이것 외 다른 530여개의 다른 입원 수술군에 대해서는 현재 4개 공공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 신포괄수가제가 있다. 이것은 2015년까지 공공병원에서 시범사업을 거친 후에 2015년을 지나서 종합평가를 하고, 종합평가 후에 확대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돼있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박민수 과장은 “7개 질병군에 대해서는 97년에 최초로 시범적용을 시작해서 5년 동안 시범사업을 했고 2002년부터는 현재의 선택제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도합 15년의 운영 경험이 있고, 전체 의료기관의 71.5%가 이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참여하는 의원과 병원 급에 대해서는 각각 40.5%, 83.5% 해서 80%정도가 현재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를 볼모로 수술거부 강행하나
대한안과의사협회가 백내장 수술 중단을 선언했다. 7월 1일부터 일주일 간 백내장 수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백내장에 포괄수가제가 적용될 경우 건강보험 수가가 10% 떨어질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한 안과 전문의는 “현재 100만 원대의 백내장수술을 70만 원대로 묶어버리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 예를 들면 인공수정체를 질 좋은 선진국 제품에서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부모가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고 했을 때 이러한 상황을 용납할 수 있는가”라며 분개했다. 하지만 정부는 7월 1일로 예정된 포괄수가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등 의료계가 시행 첫날부터 1주일 동안 맹장과 제왕절개 수술을 제외한 포괄수가를 적용받는 질병군에 대한 수술을 거부키로 방침을 정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6월 13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안과에 이어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포괄수가제 시행에 반대해 수술을 거부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에 대해 “국민건강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성락 복지부 대변인은 “포괄수가제는 정부가 오랜 기간 시범사업과 충분한 평가를 거쳐 추진했고 병의원의 80%정도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며 “부분적으로 진료 거부가 현실화되더라도 진료공백이나 환자 불편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행 의지 표명은 6월 12일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의 개원의협의회 회장단이 1주일 수술포기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의협은 보도자료를 내고 “산부인과, 안과, 외과, 이비인후과 의사회와 함께 7월 1일부터 1주일간 수술거부에 돌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내장, 편도선, 탈장, 치질수술과 자궁 및 부속기 절제술 등 5개 수술이 대상이다. 의협은 여론을 의식해 “맹장수술, 제왕절개 등 응급진료 환자에 대한 수술 포기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는 “제왕절개 수술을 거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별도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의료계의 방침에 경실련, 한국노총,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6개 시민사회단체는 “수술거부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고 국민을 볼모로 한 범죄행위”라며 “의사단체가 수술 거부를 공식화한다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도 “포괄수가제는 과잉진료를 막는 제도”라며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료계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복지부는 브리핑을 통해 “진료 거부가 있을 경우 진료를 거부한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비 처분을 내리고, 진료 거부를 사주한 의료단체는 공정거래법에 따른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및 형사고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포괄수가제를 놓고 타협하거나 시행을 늦추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우선 시행 후 불합리한 점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과연 의료의 질이 저하될까?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의협의 주장대로 과연 ‘의료의 질이 저하될까?’이다. 혹자는 “비싼 돈을 내더라도 내 질병은 내가 고치겠다는데 포괄수가제는 너무 평준화하는 것 같다.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해달라”고 주장하고 혹자는 “의료비의 거품이 너무 많다. 서민의 입장에서 의료비가 부담되는 경우가 많다”며 포괄수가제를 환영하고 나서기도 한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박용덕 사무국장은 “포괄수가제는 현행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만성화한 과잉진료를 방지하는 대안이자, 적정 진료 수준을 위한 의료서비스의 질 관리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제도다”라고 밝혔다. 건강세상네트워크측은 “기존에는 가격과 의료서비스 정보 모두 환자에게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 결과 환자는 병원이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대로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환경에서 진료비 정찰제는 가격과 의료의 질에서 환자에게 주는 효과는 적지 않다. 우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가격이 투명하게 드러나 환자와 건보공단 모두 치료비 예측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표준진료지침’과 같은 질 관리 체계가 포괄수가제와 연동됨으로써 ‘저질진료’나 ‘거품진료’를 방지할 수 있어 환자가 적정 진료에 대한 분별력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과잉 진료와 비급여를 통제해서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고 건강보험 보장 수준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의협은 “현재 수가가 너무 낮아 제도를 시행하면 의료인이 수입보전을 위해 과소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질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의 선택권도 제한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용덕 사무국장은 “의협의 속내엔 병원 수입 감소 우려가 깔려 있다. 포괄수가제가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병원 수입을 늘릴 수 있었던 ‘의료 양과 비급여 진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적정 진료 수준을 제시해 의료의 질 관리까지 받게 되니 의협으로서는 수입도 줄 것 같고 의료 질에 대한 감시도 강화될 것 같아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의료의 질만 관리된다면 진료비 정찰제는 환자에게 좋은 제도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는 유럽 대부분 나라와 미국, 대만, 호주 등 어떤 나라에서도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면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근거나 보고는 없다”고 밝혔다.

 

의협 “미비점 보완이 우선 돼야 생명의 희생 일어나지 않을 것”
정부와 여론의 입장이 강경하지만 의협은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의료 비용 역시 상승하고 있고 정부는 그 의료비용을 통제하기 위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의협 역시 이러한 비용절감이 불필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의료에 있어서 어느 정도의 비용통제는 필요하다. 다만 준비가 부족한, 강제 시행이 문제라는 것이다”라고 의협측은 반발했다. 이에 덧붙여 “이미 세계 각국에서도 이러한 포괄수가제가 시행되고 있고, 제도의 긍정적인면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미 이 제도를 시행한 여러 나라들은 의료의 근간이 국가 주도적이고, 의료행위에 대한 적정한 수가체계가 있다. 또한 이러한 나라들은 그 준비기간이 충분했으며 수 십 년에 걸쳐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해 온 나라들이다. 선 시행 후 보완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생명의 희생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그들은 원가의 70%밖에 되지 않는 의료수가에 대한 현실화, 정확한 질병분류체계 확립, 사후 적정성 평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은 포괄수가제는 절대 성급히 강제 시행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포괄수가제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정부와 의협의 갈등이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중요한건 국민의 건강이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서로의 밥그릇 싸움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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