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어버린 보수정치의 길을 묻다
설 자리 잃어버린 보수정치의 길을 묻다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6.2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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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설 자리 잃어버린 보수정치의 길을 묻다

건재한 정치세력으로서 진보정권과 협업할 수 있을지 관심

 

▲19대 대선에서 ‘개혁보수’를 내걸었던 바른정당 유승민 전 대선후보 ⓒ바른정당


대한민국의 지난 70여 년간 주류 정치세력이었던 한국 보수는 탄핵과 선거를 거치면서 도전자로서 생존투쟁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되었다. 보수진영은 역대 대선 중 최대 표차 패배를 당하면서 19대 대선 이후 보수의 미래가 안갯속이다. 




민심 잃고 표류하는 보수, ‘과거로의 회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과정에서의 온갖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제치고 ‘2위 싸움’에서 이겼지만, 큰 틀에서 19대 대선은 보수의 참패였다. 보수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당선권에 근접하지 못한 최초의 선거였으며, 지역적으로는 TK(대구·경북)와 경남, 세대로는 60~70대를 제외한 전통적인 보수의 표밭이 모두 이들에게서 등을 돌렸다. 대선 참패의 후폭풍으로 당 역시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다만 그런 안갯 속에 희미하게 몇 가지 징후가 포착된다. 바로 ‘과거 회귀’의 그림자다. 

 
다음 선거의 생존이 급선무인 정치인에게는 ‘세’가 중요하다. 그래서 때로 명분 없는 이합집산을 거듭한다. 대선 일주일 전 바른정당 의원들의 집단탈당 역시 ‘보수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다음 총선을 염두에 둔 생존전략인 측면이 컸다. 대선 참패 이후 한국의 보수가 선택한 길도 그렇다. 반성은 휘발성 강한 수사에 그쳤고, ‘대승적 새출발’의 이름으로 ‘적폐세력’이라 불렸던 이들이 복귀했다. 선거는 아직 멀리 있고, 그때를 위해 일단 전열을 정비해 세를 불리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선 참패 사흘 만인 5월 12일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징계 해제와 바른정당 탈당파들의 복당을 최종 확정했다. 사실상 친박의 복귀와 바른정당 탈당파 복당을 맞바꾼 계파 내부의 ‘거래’ 측면이 컸지만, 큰 틀에선 회귀 성격이 짙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올해 탄핵국면을 통틀어 자유한국당의 가장 상징적인 쇄신조치였던 인적 청산을 되돌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 의석수는 총 107석으로 국회 재적 3분의 1인 100석 선을 넘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사흘 만에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한 것이지만, ‘도로 친박당’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총선 결과로 친박계 의원이 주류인 ‘친박 야당’이 됐다. 대선 패배는 물론 ‘보수 붕괴’의 진앙이었던 이들 계파가 역설적으로 대선 참패 이후 부활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선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당선권에 근접하지 못했다. ⓒ홍준표공식페이지

탄핵이 낳은 보수의 분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이어진 대통령 탄핵정국을 계기로 보수정치에는 일대 지각 변동이 발생했다. 70년간 한 몸이나 다 없었던 반공보수와 온건보수가 갈라선 것이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며 지난 1월 바른정당이 창당했고, 바른정당의 출현은 보수의 분화라는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보수·진보 대결구도의 한 축에는 민주당 계열 정당 외에도 진보정당의 존재가 있었고 지난해 국민의당도 창당했지만, 그간 한 몸으로 뭉쳐 있던 보수의 분화로 한국 정치가 보다 다원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그러나 선거 기간 내내 바른정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당 내부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대선후보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급기야 대선 일주일 전 새누리당 청산을 주장하며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의원 13명이 탈당 및 자유한국당 복당을 선언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황영철 의원이 탈당을 철회하고 바른정당에 남기로 하면서 간신히 원내 교섭단체는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6.8%라는 대선 성적표는 취약한 지지기반을 드러냈다. 이른바 ‘개혁 보수’, ‘합리적 보수’를 내걸었지만 자신을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은 정작 바른정당에 표를 주지 않은 것이다. 유창오 <정치의 귀환> 저자는 “말로는 합리적 보수 스탠스를 주장했지만 기반이 취약했다”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보수 유권자 중에서도 탄핵에 동조하고 자유한국당 같은 구여권에 표를 줘선 안 된다는 이들이 늘어나며 보수는 분명 분화했다. 문제는 이들의 표심이 선거 초반 안희정, 이어서는 안철수 등 야권 후보 사이를 옮겨 다녔고 전통적인 보수의 대주주인 TK, 60대 이상은 유승민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없는 심리적인 저항감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유창소 소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기존의 안보보수 성향의 유권자는 대선이 다가오면서 홍준표 후보에게 결집할 수 있었던 반면 유승민 후보는 반문정서를 가진 보수 유권자 중 흡수할 세력이 없었던 딜레마에 놓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고사상태의 보수정치에 남은 과제는 문재인 정권에서 야당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며, 그다음은 선거라고 할 수 있다. 내년엔 지방선거가, 3년 뒤에는 21대 총선이라는 일정표가 이들 앞에 놓여 있다. 정권 창출엔 실패했지만, 향후 보수의 주도권을 누가 틀어쥐고 선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느냐에 사활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은 이미 한국 정치의 다양성을 수용할 여력이 있다는 점을 선거에서 보여줬고, 거기에 어떻게 화답하느냐는 앞으로 보수정당의 숙제이다. 보수가 빠른 시간 내에 건재한 정치세력으로 거듭나 진보정권과 협업과 견제를 이루는 흐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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