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한복 디자인 업계에 도전하다
척박한 한복 디자인 업계에 도전하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7.03.01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척박한 한복 디자인 업계에 도전하다

원단의 색과 질감이 가진 아름다움을 살리는 한복 디자이너


 

 

 

요즘 젊은이들의 생활패턴은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고 결혼문화는 간소화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은 100만원을 호가하는 맞춤한복에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낀다. 게다가 한복은 예복임에도 불구하고 트렌드가 빨리 전환되는 의복이기 때문에 맞춤한복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유행에 뒤처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추세를 읽고 직접 세련된 한복을 디자인하여 대여하는 박정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고품질의 한복을 대여해 단기간에 성장

젊은 한복 디자이너가 한복 업계로 진출하기 쉽지 않다. 고연령층의 디자이너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있고 예전부터 내려온 장인-도제식 문화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도제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 잔심부름을 견뎌야 하고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한복에 대한 기본기조차 배우기 쉽지 않다는 것이 한복 산업계의 현실이라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색감이 곱고 품질이 뛰어난 한복을 디자인하며 한복산업계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한복 디자이너가 있다. 그 주인공은 설렘한복의 박정은 대표이다.
 

박정은 대표는 19세가 되는 해, 한복집에 취직해 다른 도제처럼 월 80만원을 받고 하루 10시간씩 근무했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일을 배우는 동시에 대학교에 입학해 한국복식과학학과에서 수학했다. 3년 간 현장과 이론을 통해 경험을 쌓은 그는 23세에 장차 한복사업을 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 박정은 대표의 계획은 매우 치밀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생각을 하고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 입사하여 1년 간 시스템을 경험했다. 이후 그는 한복업계로 복귀해 대학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지 3년 만에 졸업했고 그 기간 동안 경영학까지 복수전공하여 시장의 흐름을 읽는 안목까지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자금이 많이 필요한 사업을 준비할 때는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 대표는 큰일을 하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과정을 밟는 성격 덕분에 사업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다고 한다. 
 

유행에 민감하고 스몰웨딩 추세에 맞춰 결혼비용을 줄이고자 하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복을 대여한다는 것이 박 대표의 계산이었다. 박 대표는 “한복은 굉장히 트렌드가 빨리 전환돼 전에 맞춰놓은 한복을 다시 꺼내면 시대에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크 소재의 한복은 동물성 단백질 섬유의 원단으로 제작되어 관리하기 쉽지 않으므로 대여해 입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가 한복대여사업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동기는 최고 품질의 한복을 설렘한복의 이름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맞춤한복은 고가의 의복이라 고객이 사용가능한 예산에 따라 품질이 정해진다. 따라서 고객이 맞춤한복에 상당한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 그만큼 품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박 대표는 세련된 디자인의 한복을 고품질로 선보이고 대여하면 자신의 브랜드 가치와 고객의 만족감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박정은 대표는 2015년, 종로에 위치한 주얼리시티에 처음 세 평 정도의 쇼룸을 열었다. 그러나 박 대표가 디자인한 고품질의 한복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여한다는 것이 소문나 고객들이 급증해 매출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박 대표는 그 덕분에 약 1년 만에 매장 규모를 5배가량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한복대여점을 시작했을 때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원단을 사용했으나 사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후 소재를 실크로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표는 “고품질 제품, 수려한 디자인의 한복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여해주다보니 홍보를 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나서 고객들이 급증하고 있고 재방문고객도 상당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원색보다 파스텔 톤의 색감을 사용하여 한복을 더욱 다채롭게 하면서 최대한 트렌드에 덜 민감하도록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패션한복의 붐을 우려하는 정통 디자이너

한류가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우리 전통에 대한 재인식을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서울의 고궁이 주최하는 야간 행사가 기획되면서 전통의 멋을 찾는 한국인들이 많아졌다. 젊은이들은 한복을 입고 고궁을 돌아다니며 찍은 이른바 인증샷을 각종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유행까지 만들었다. 이러한 추세를 읽고 이른바 패션한복을 저가에 대여하는 매장이 북촌, 가회동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박 대표는 “패션한복의 유행이 한복산업의 경제적 규모를 확장시킬 수는 있지만, 자칫하면 그것이 우리 전통한복의 자리를 대체해 한복의 진면목이 잊어지는 경우가 생길까 두렵습니다. 저는 한복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이 패션성이 강한 한복을 주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한복이 가진 깊은 가치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그는 한복은 일본의 기모노와 중국의 치파오에 비해 역사가 깊은 만큼 전통한복이 가진 본 모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화된 한복의 틀은 유지해야 한복문화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주장이다.
 

박정은 대표는 디자인 실력을 배가시키고 흐름을 이끄는 한복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설렘한복의 문을 연 이후 시간이 부족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지만 의지만큼은 누구 못지않다고 의욕을 보였다. 박 대표는 우리 한복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복에 관한 전 분야 즉, 무대의상과 공연의상 그리고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복을 높은 수준에서 평준화한 질로 대여할 수 있는 토탈샵을 열고 싶다고 말했다. 고연령층이 한복 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젊은 감각과 고품질로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이 박정은 대표의 포부이다. 단 시간에 빠른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만하지 않고 품질을 우선하는 박정은 디자이너의 앞날이 기대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