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마다 저축은행 퇴출,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7개월마다 저축은행 퇴출, 금융당국 책임론 확산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6.2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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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소홀한 ‘정책 실패’ 여실히 드러나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conomy Focus] 저축은행 사태

 

장장 15개월에 걸친 고강도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일단락 됐지만,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1년 말 적기 시정 조치를 유예받은 지 7개월여 만인 2012년 5월 6일 솔로몬·미래·한국·한주 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감독 부실 논란이 확산되고 있고, 저축은행 부실의 원흉으로 손꼽히는 대주주와 금융 당국의 담합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현 사태가 오도록 방치한 감독 기관인 금감원을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의 강도 높은 비난은 그칠 줄 모른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들의 ‘막장’ 대주주들에 대한 비난 여론은 부실한 감독으로 이들의 비리를 가려내지 못한 금융당국으로 쏠리는 모습이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좌),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우))

 

 

유예 기간 중 상황 더 악화되었는데도 방치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여론의 초점은 저축은행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에 쏠려 있었다. 이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들의 분노는 저축은행 대주주의 파행 경영을 막지 못한 금융 당국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금감원은 지난 1년 4개월여 동안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하에 소위 저축은행 ‘빅5’를 포함한 20곳의 저축은행을 퇴출시켰다. 피해자만 수만 명에 달하고 있다. 당초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퇴출은 더는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했지만, 저축은행 네 곳이 다시 영업정지를 당하면서 부실 감독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지난 1998년부터 신용불량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어떻게 자산 수조 원 규모의 미래저축은행을 소유할 수 있었는지 말이 안 된다는 비판이 봇물 터진다. 감독 당국의 부실한 감독이 저축은행의 비리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월 7일 “김 회장은 1998년부터 신용불량자였다고 한다. 국민들의 땀방울이 맺힌 소중한 돈 1조 6,000억여 원이 신용불량자에게 맡겨졌던 것”이라며 “부실 감독의 끝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논평했다. 더불어 정치권은 ‘4대 저축은행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금융 당국을 압박하고 있다. ‘영업정지 폭탄’을 맞은 저축은행 역시 “금융 당국이 저축은행을 죽이려 한다”라면서 금융 당국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편, 금융위나 금감원은 당혹스러워하며 저축은행업계의 주장이나 언론 보도를 반박하고 나섰다. 안종식 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법은 ‘최근 5년간 채무불이행 등으로 건전한 신용질서를 해친 사실이 없을 것’으로 대주주 진입요건을 규정하고 있다”며 “김 회장이 미래저축은행 지분 최초 취득 당시 채무불이행자로 미등록된 상태로서 결격요건에 해당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저축은행이 제기한 부당 검사 문제에 대해서도 “모든 검사와 퇴출 절차는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업이 정지된 4개 저축은행은 2011년 9월 금융 당국이 영업정지를 유예했던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당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이들 저축은행을 회생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유예 기간 동안 저축은행들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악화됐다. 바로 “저축은행들이 부실을 키우도록 금융 당국이 시간만 벌어준 것이 아니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금감원 출신은 저축은행 방패막이?’

저축은행의 부실문제가 여러 차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을 때 정부는 ‘돌려막기 식’ 처방으로 문제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 전문가들은 그 후유증이 결국 저축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희대 경영학부 권영준 교수는 “지난 2001년 상호신용금고의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바꾼 것도 부실에 빠진 저축은행을 돕기 위한 정부의 작품이었다. 이런 식의 사후약방문식 해결책이 저축은행의 부실을 가중시키는 결과가 된 셈”라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정부는 우량 저축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압박했다. 당시 저축은행업계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저축은행들이 부실 저축은행을 떠안도록 했다. 그럼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고, 우량 저축은행까지 부실의 그림자를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캠코(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수조 원 규모의 PF 부실 채권을 매입했다. 캠코가 부실 채권을 3년 내에 정리하지 못하면 저축은행들이 이 채권을 되사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부실을 털어준 것이 아니라 감춰둔 것에 불과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안정팀장은 “계속되는 정책 실패에도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국민들의 혈세로 다시 채워진다는 점에서 책임과 대책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최근 2차 수사 국세청이나 금감원 등 주요 기관의 뇌물 수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비리를 직접 감독하는 기관이지만, 이들 기관의 인사들이 저축은행 비리를 묵인하고 거액을 수수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퇴직 간부가 저축은행으로 넘어가 사실상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솔로몬저축은행 한 곳을 퇴출시키는데 지난해 7개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를 시킬 때보다 더 큰 압력이 들어왔다.” 이 말은 저축은행 4곳 영업정지를 놓고 금융당국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 7년간 금감원 출신 다섯 명이 감사나 사외이사를 지냈다. 강상백 전 금감원 총괄부원장보와 강대화 전 심의제재국장이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김강현 전 분쟁조정실 팀장과 윤익상 전 은행검사1국 부국장은 감사를 지냈다. 더불어 김상우 전 부원장보는 상근 고문을 역임했다. 감독 기관의 특성상 선후배 간의 배려가 각별한 점이 로비나 결탁을 통해 부실 검사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검찰에 구속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 역시 영업정지를 앞두고 구명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 회장은 중국으로 도망가려 한 바로 전날 금감원의 국장급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당시 감사와 사외이사를 동행했다. 금감원 출신을 통해 구명 로비를 시도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특히 김 회장은 당시 피감기관의 대표로, 민감한 시기에 금감원의 간부들을 만났다는 사실 때문에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화 내용을 떠나 피감기관의 대표가 금감원을 방문해 면담을 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는 결국 저축은행 대주주와 금융 당국 부실 감사가 낳은 사생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저축銀 피해자, 금감원 상대 500억 집단소송 불사

한편 저축은행 피해자들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저축은행 부실감독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지난 5월 18일 전국 저축은행 피해자 비상대책위에 따르면 5월 29일 금감원을 대상으로 서울고등검찰청 산하의 서울지구 배상심의회에 배상금지급 신청을 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저축은행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를 정부에 묻겠다는 취지다. 국가배상소송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 행위나 공공시설의 설치 또는 관리상 잘못으로 손해를 입은 국민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적정한 배상을 하는 제도다. 간단한 구비서류 제출만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고 평균 3~5개월이면 판결이 내려지기 때문에 몇 년씩 걸리는 민사소송보다 빨리 끝난다. 또 판결 이후 배상결정에 불만이 있는 경우 다시 소송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 이전 수순 밟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금감원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배상신청 규모는 영업정지 저축은행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채 피해자를 합쳐 대략 1,000여명 가량으로 금액은 400억~500억에 이를 전망이다. 피해자들은 주로 부산, 보해, 토마토, 제일저축은행 피해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김옥주 전국 저축은행 비대위원장은 “금감원이 저축은행 부실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서민들이 피해를 본 것” 이라며 “금감원의 무능함 때문에 피해자가 양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단 배상심의회 자체가 간단한 사건만 맡는 곳이라 사건 자체가 기각될 확률이 높고 사건이 접수된다고 해도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금감원을 법원이 심판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서울지구 배상심의회 관계자는 “배상신청제도 자체가 국가를 상대로 한 간단한 소송을 받겠다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5,000만 원 이상 건은 맡을 수 없도록 내부 방침이 있다”며 “또 맡는다고 쳐도 금감원에서 ‘관리감독을 잘하고 있다 그런 점 없다’고 하면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어차피 민사소송으로 가야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도 “소송 신청 자체는 가능하겠지만 기각될 확률이 높다”며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한다는 상징성 이상의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금융 당국 자체적인 쇄신에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금융 당국 검사권한 개선 없이는 부실 방지 어려워

금융 당국은 뒤늦게 저축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강도를 높이고 기간을 앞당기는 한편, 올 하반기부터 ‘여신 상시 감시 시스템’을 시행키로 하는 등 ‘제2의 김찬경’ 사태 방지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제한된 금융 당국 검사권한의 개선 없이는 실효성 있는 부실 방지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금융권 불법ㆍ비리 사태가 터질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감독 부실의 책임을 전가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상시적인 검사와 실효성 있는 검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이번 기회에 법ㆍ제도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 당국은 금융회사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인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어 솔로몬저축은행과 미래저축은행의 편법 증자를 밝혀내는 데에만 꼬박 두 달을 허비해야 했다. B4용지에 그린 자금 흐름도는 길이만 2m에 달했다. 금감원 검사국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은 이 같은 업무를 이틀 만에 끝낼 수 있다”면서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문답이나 서면에 의존하는 검사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임직원들의 진정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데, 이는 마치 범죄 혐의자를 조사하면서 그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에 파견되는 감독관의 역할도 현 제도하에서는 ‘허수아비’에 가깝다는 게 금융 당국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감독원과 금융회사의 협조(양해각서)로 운영되는 현행 파견감독관제도는 경영진의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억제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 “제2의 김찬경을 막기 위해선 파견감독관이 실질적으로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당국의 정책과 감독 실패, 저축은행 대주주의 전횡까지 삼박자가 만들어낸 부실 덩어리를 또다시 국민이 떠안게 됐다. 다시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 당국이 ‘밑 빠진 독에 세금 붓기’식 처방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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