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특집Ⅱ] 중국의 경제 보복
[사드 특집Ⅱ] 중국의 경제 보복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5.25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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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사드 배치 이후 거세진 중국의 경제 보복

중국의 상습적 경제보복, 일본과 대만, 노르웨이는 대중 의존도 낮춰 극복했다

 

주한민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경제동맹 중국과 안보동맹 미국 사이에서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유통·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경제보복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중국은 ‘센카쿠 영유권 분쟁’으로 일본에 경제보복을 가했고, 노르웨이도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6년 동안 연어 수입 제한 조치를 겪었다. 중국의 보복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지금, 과거 사례를 통해 돌파구를 알아봤다.



 

중국의 보복 폭탄 맞은 한국 경제
 

중국발 사드 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확대되면서 산업계 전반 사드발 악재가 속출하고 있다. 명동의 한 상인은 “메르스 사태보다 더합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습니다”라고 한숨 쉬었고, 뷰티 제조업체 관계자는 “중국 업체와 60억 원의 판매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받았습니다. 업체에 문의해보니 한국하고는 무조건 거래하지 말라고 했답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중국 경제보복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유통업계다. 그중에서도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까지 중국에 있는 롯데마트 99개 점포 가운데 랴오닝성 단둥시 완다점·둥강점, 화동지역 상하이시의 샤오샨점 등 55곳이 무더기 영업정지를 당했다. 사유는 대부분 소방법과 시설법 위반이었다. 매장별로 기간은 다르지만, 대부분 한 달 정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55개 점의 영업정지 상태가 한 달간 이어진다면 롯데마트의 매출 손실 규모는 약 5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나머지 매장도 소방점검 등을 받는 상황이라 앞으로 영업정지 매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면세점 등 롯데 계열사도 수출이 지연되거나 관광객 발길이 끊기는 등 막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국내 화장품업체도 비상이다. 중국 정부는 이미 사드 배치 논란이 제기된 2016년 말부터 화장품 수출 위생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하거나 무역제재 수위를 높이는 등 보복을 가해왔다. 최근에는 K-뷰티 브랜드 1위인 아모레퍼시픽 제품 3종까지 제출 서류 미비, 포장 불합격, 미생물 수 초과 등의 이유로 수입 불허 판정을 받으며 위기감이 한층 고조됐다. 사드 배치 발표 후 중소업체 화장품 수입이 중단된 적은 있지만 국내 대형 화장품 수입이 불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은 식품업계도 마찬가지다. 중국 국유 유통업체인 화룬완자와 텐홍쇼핑몰 등은 한국 식품 판촉행사와 신규 입점 거부를 선언했고, 태국계 유통업체인 로터스는 광둥성 33개 매장에서 열기로 했던 한국 식품 판촉행사를 무기한 연기했다. 프랑스 계열의 대형유통기업인 까르푸도 한국산 유제품에 대해 취급중단 조치를 내렸다. 까르푸는 서울우유, 연세우유 등 한국산 유제품 납품을 거절하고, 앞으로 모든 한국산 제품을 매장에서 뺄 계획이다. IT업계도 사드 보복에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의 IT·게임 기업 텐센트는 지난 3월 8일,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중국 진출을 희망하는 국내기업에 텐센트가 홍보솔루션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IT업계에서는 행사 취소가 최근 사드 여파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도 중국의 보복 대상이다. 중국 대형여행사인 랴오닝스지, 캉후이 여행사 등은 지난 3월 15일부터 국내 여행사와 연계한 양국 간 항공편 승객 송출을 중단했다. 또한, 중국 여행객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크루즈선이 제주 기항 일정을 잇달아 취소하면서 하늘길에 이어 바닷길도 끊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제주도는 중국에서 출항해 제주에 기항 예정인 이탈리아 국적 코스타 크루즈 선이 지난 3월 16일부터 6월 30일까지의 일정을 전면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인 상대 A숙박업소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중국인 예약률이 40%가량 줄었고 3~4월 객실 취소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B여행사 관계자도 “관광철을 앞두고 비상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업계는 중국 내 한국관광 금지조치(금한령)는 물론 중국인의 반한 분위기까지 민감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한국 정부, 본격적으로 중국 경제 보복에 맞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거세지자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발표됐던 지난해 7월, 경제 보복 예상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부는 중국이 3단계에 걸쳐 대응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았다. 정부의 예상은 현재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1단계로 유통업계나 화장품 업계가 비관세 장벽으로 가로막힐 것으로 보았다. 또한, 2단계로는 중국인들의 한국 여행 제한이 시작될 거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사드가 본격적으로 배치가 되는 국면에서는 투자금을 막무가내로 빼가는 최악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정부는 3월 15일부터 사드 보복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3월 15일, 잇따라 사드 보복으로 곤경에 처한 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수출 애로를 청취하는 등 사드 보복과 관련한 적극적인 해결 방안에 착수했다. 사드 사태가 불거진 뒤 정부가 개별 피해 업체들로부터 직접 상황을 듣겠다고 나선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의 무역 보복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염두에 둔 것일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부재정 장관은 지난 3월 13일,  “중국의 사드보복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려면 증거나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 ‘사드 때문에 이런 조처를 내린다’는 그런 게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전국 8도도 중국의 사드 보복 대응에 나섰다. 전국 8도는 한·중 우호 관계에 따라 다소 유연하게 적용했던 중국의 통관과정이 이제는 원칙대로 집행하는 경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기술력 확보 등 전반적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지난 3월 9일, 각 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통상·투자 등 중국과의 관련 사업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대응책과 유관기관 간 공조방안에 들어갔다. 전날, ‘중국 관련 통상현안 긴급점검회의’를 통해 도내 각 기관은 중국의 사드 관련 제재에 대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공동 인식하면서 단기대책과 국내 수출기업의 고도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을 마련키로 합의했다. 도는 먼저 임종철 경제 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對)중국 현안 대응반’을 구성, 운영한다. 대응반은 통상대응, 투자유치, 지방외교, 자금지원 등 5개 반으로 경기자유무역협정(FTA)센터, 수출기업협회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기업 피해사례 신고센터를 개설, 기업피해사례를 파악, 능동적으로 대응방안을 모색, 지원하게 된다. 중국 수출기업 통상 및 판로지원 다변화도 나선다. 통상촉진단, 심양 G-FAIR, 수출상담회 등 대중국 해외마케팅 사업(6개 분야 3,625개 중국바이어 매칭)에 대한 추진상황별 단계별 메뉴얼을 수립할 방침이다. 앞으로 상황악화에 따라 대중국사업의 취소가 불가피할 경우, 수출기업의 피해가 없도록 중국 정부가 주관하는 전문 주체 전시회에 개별 참가토록 지원하거나 동남아시아, 중동, 미주 등 ‘대체 판로개척’을 지원함으로써 수출기업의 원활한 해외마케팅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중국지역 수출업체에 한해 수출 보험료 지원 한도액을 200만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중국 정부의 통상 관련 조치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100억 원 규모의 특별경영자금도 지원키로 했다.
 

도는 수출판로의 다변화에도 나선다. 현재 중국에 집중돼 있는 수출 판로를 인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연장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올해 안 중국 외 이란, 터키, 아프리카 등 3개 지역에 경기통상사무소(GBC)를 확대, 개설한다. 기존에 계획된 중국 관련 통상사업은 필요시 타 지역 전환을 고려한다. 아울러 신규 추진하는 사업은 가능한 중국 외 지역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이 3월 15일부터 한국행 단체관광 판매 중단 지시를 내림에 따라 도는 민·관 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도는 중화권에서만 진행하던 민관합동 로드쇼를 베트남지역으로 확대하고, 잠재력이 큰 인도 등 신흥시장을 발굴도 검토키로 했다. 또한,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 지속 확대, 전통 방한 시장인 일본 회복세에 따른 마케팅 강화 등 중국에 편중된 관광 시장의 다변화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도는 중국 정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대만 홍콩 시장의 관광 홍보 마케팅을 위해, 이달 중 대만에서 경기-인천-서울 연합으로 대규모 자유 여행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경제 보복 이겨낸 국가들
 

사실 중국의 경제 보복인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박승준 연구위원은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에 100년 동안 외세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런 외세에 대해서 인민들이 일어나서 함께 대처하는 것이 무슨 유행처럼 진행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과 ‘센카쿠 영유권 분쟁’으로 대립할 때마다 강력한 보복 조치를 가했다. 지난 2010년 일본이 센카쿠 열도에 침범한 중국 어선을 나포하자, 중국은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희귀금속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했다. 또한, 중국인의 일본 관광 자제, 도요타자동차의 뇌물공여 혐의 조사 착수로 보복 조치를 이어갔다. 2년 뒤인 2012년에는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시키자 중국은 일본산 ‘불매운동’까지 전개했다.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부 곽노성 교수는 “중국은 일본과 영토분쟁이 일어나자 젊은 사람들을 동원해 일본 자동차와 상점을 불태우는 일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민주사회와 달리 민관군의 통제사회입니다. 따라서 민족 감정으로 자국민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대만 역시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린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1월 진행된 대만 대선에서 친중국 성향인 국민당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자, 중국은 자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하겠다고 ‘보복’을 예고했다. 결국, 같은 해 5월에 진행된 대선에서 대만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되자 중국은 자국의 대만 여행을 제한했다. 그 결과 10월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55%나 감소했다.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였다. 노르웨이는 2010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했다가 6년 동안 연어 수입 제한 조치를 겪었다.
 

중국의 경제 보복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노르웨이, 대만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 사태를 극복했다. 먼저 일본은 ‘전화위복’ 전략으로 맞섰다. 중국의 보복에 감정적 대응을 자제했던 일본은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화해의 제스처를 꾸준히 취했다. 동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동남아시아 등 수출의 다변화 전략을 이어갔다. 또한, 중국이 계속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자, 일본은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했고 승리했다. 일본은 반전 전략을 쓰기도 했다. 지난 2012년, 일본은 중국인 방문객들에 대한 비자규제를 완화했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1위 관광지로 꼽히는 등 중국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다.
 

대만은 중국 단체 관광객 대신 자유 개별 여행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고, 일본·한국·동남아 등 국가 관광객에 눈을 돌렸다. 특히 대만 정부는 중국인 개별 자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난해부터 각종 제한 조치를 완화했다. 15일로 제한된 중국인 개별 관광객 대만 체류 기간을 30일로 늘렸다.
 

노르웨이는 중국 연어 수입이 제한되자 유럽연합과 한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또한, 홍콩을 통한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도 시도했다. 그 결과 노르웨이의 연어 수출액은 큰 변화 없이 연간 65억 달러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의 경제 보복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에 일본과 대만, 노르웨이가 했던 방법처럼 중국의 보복을 타개할 수 있는 빠른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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