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III] 민주주의 실현하는 소통 공동체로의 변화 위한 노력 필요
[폭력 III] 민주주의 실현하는 소통 공동체로의 변화 위한 노력 필요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7.05.02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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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민주주의 실현하는 소통 공동체로의 변화 위한 노력 필요

과거 떠올리며 극단적인 정치적 폭력의 되풀이 막아야

 



 

지난해부터 대한민국 거리에는 ‘하야송’이 흘러나왔고, 거리에는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를 목놓아 외치는 시민들의 함성이 가득했다. 거의 매일 수백 명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고, 매 주말 100만 명이 넘는 인파들이 행진을 하며 장관을 이뤘다. 이는 단지 국가 지도자의 부정부패에 대한 언론 보도 때문에 모인 것이 아니다. 지난 4년간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폭력이 국민들에게 쌓이고 쌓여 만든 국면이다.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탄핵 소추안을 이끌어냈고, 결국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냈다.

 

 


정치적 폭력으로 인해 후퇴하는 민주주의

2013년 2월,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취임했다. 많은 국민들은 희망과 기대로 부풀어 있었고, 국가의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바라는 이들의 간절함은 커져갔던 때였다. 하지만 취임 후 4년 동안 박근혜와 최순실, 정치권 인사들과 일부 재벌들은 ‘그들만의 국가’를 만들며 땅속에 인권을 묻는 행위를 일삼았다. 4년 내내 남북 긴장을 유도하며 국가폭력을 정당화했고, 공안기구의 공작정치,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을 앞세운 혐오의 사회화, 세월호 참사에서 반생명, 반노동 정치를 보였다. 이런 통치는 사회 구성원의 자유와 안전, 평화를 침해했고 생존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국가폭력의 생생하고 노골적인 모습은 2015년 말 故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직사해 쓰러뜨렸던 민중총궐기 때 절정에 이른다. 2016년 당시 정부는 그의 사망 뒤에 사인을 왜곡하며 주검을 강제 부검하려 했다. 누구도 자신의 신체와 생명과 건강을 위협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기초는 대통령의 지시와 경찰 고위 간부의 합법 운운 속에 사라진 것이다.

  한 인권 운동가는 “이번 박근혜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혐오 확대나 종북몰이 등은 민의(民意)를 왜곡하고 가짜 여론을 만들어 공론장을 왜곡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정치적 폭력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는 위축되고 민주주의는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고 견해를 밝혔다.

선의를 가장한 폭력, 새로운 국가폭력의 등장

국가 차원에서의 정치, 정책적 폭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국내 건강장애학생은 지난 2016년 말 기준 1,675명이다. 백혈병 등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어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때문에 아이들은 실시간 화상 수업을 통해 출석을 인정받고 있고, 이를 통해 교육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올해부터 ‘학습선택권 강화’라는 이유로 새로운 원격강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인터넷 강의처럼 미리 특화한 강의를 듣는 주입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건강장애학생 학부모와 아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선생님과 친구들을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는 기존의 양방향 화상 수업이지 녹화강의가 아니다’라고 호소하며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 모였지만, 교육부는 이를 외면했다. 

  이 같은 교육부의 행태는 선의를 가장한 폭력이라 말할 수 있다. 과거 군사정원 시절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국민을 협박하고 고문했던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 대문호인 톨스토이는 이미 100년 전에 국가폭력의 변이를 예언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폭력은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의 폭력을 국민들의 삶 속에 침투시킨다’고 1900년에 쓴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는 저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한양대학교 국문과 유성호 교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폭력은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탄핵 사태에서 극명히 나타났다”며 “최고 권력이 빚어낸, 이 바닥없는(bottomless) 추문의 연쇄는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들을 한순간에 지워나갔다. 다행히 권력에 맞선 이들이 보여준 저항의 내용과 형식이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그나마 지켜주었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최고 권력이 빚어낸 추문의 연쇄는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들을 한순간에 지워나갔지만, 다행히 권력에 맞선 이들이 보여준 저항의 내용과 형식이 역설적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그나마 지켜주었는지도 모른다. ⓒ허밍턴포스트코리아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나타나는 정치적 폭력, 능동적 변화 시급

지난 20세기,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대를 거쳐 왔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가 경험한 큰 폭의 변화를 나타내는 몇 가지 일들을 떠올려 보면, 대한민국은 한 세기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민주화를 이룩해오는 숨 가쁜 과정을 거쳐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정치적 억압과 폭력이 있었던 사실을 잊을 수 없다. 국가에 의해 군대, 경찰을 동원한 불법적이고 노골적인 형식으로 진전되기도 했던 폭력은 때로는 합법적 권력행사의 외형을 띠고 진행되기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한국사회의 폭력’이라는 연구보고서의 저자 최인섭 박사는 “우리는 과거 권력의 폭력에 대하여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대한 청산은 과거를 잊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때문에 과거 우리가 경험했던 극단적인 폭력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정치발전은 과거 정치폭력의 에피소드들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을 크게 줄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치적 폭력의 행태는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는 민주주의가 의미하는 절차적 정의와 실질적 정의가 무엇을 의미하고,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보다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소통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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