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장 어머니회'의 이유 있는 외침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이유 있는 외침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5.02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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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장 어머니회'의 이유 있는 외침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5월 광장 어머니회'의 이유 있는 외침

슬픔과 비통함으로 얼룩졌던 아르헨티나 현대사의 현장


1982년, 국내의 정치적·경제적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전쟁을 일으켰다. 민중을 철저히 탄압했던 이때, 3만여 명이 행방불명되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부인 5월의 광장에서는 이들의 어머니들이 하얀 두건을 쓰고 매주 목요일 3시에서 4시 사이에 지금까지도 집회를 열어 오고 있다. 대한민국과 그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곳의 5월은 공통점이 있다. 

 

 


군부독재가 불러온 ‘더러운 전쟁’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에는 5월 광장(Plaza De Mavo)이 있다. 이곳은 스페인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한 첫 움직임이었던 18세기 초의 5월 혁명을 비롯해 중대한 정치적 사건의 무대가 되어왔다. 특히, 1976년 쿠데타를 통해 재집권한 군사정권은 1983년까지 전쟁을 자행했다. 이때 실종된 자식들을 찾는 5월 광장의 어머니회는 21세기인 지금까지도 이곳에서 매주 목요일 3시에 열리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1975년, 석유파동의 여파로 수출이 감소하고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터라 사회적·경제적으로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다. 결국 이는 군부 쿠데타를 불러왔고, 오랫동안 경제파탄과 사회불안에 휩싸여 있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군사정권이 지난 20년간의 혼란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군사정권은 국민들과 정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경제적 혼란과 정치적 폭력, 그리고 만성적인 정치 위기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대통령이 된 호르헤 라파엘 비델라 장군은 고문이나 살인과 같은 행위들을 정당화했고, 좌익 게릴라를 소탕하는데 앞장섰다. 페론주의자들을 비롯한 반정부단체에 대해서는 폭력적인 탄압을 자행했다. 소위 ‘더러운 전쟁(Guerra Sucia)’라 불리는 비델라 군사정권의 탄압으로 3,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재판 없이 사형에 처해졌고, 수만 명의 시민이 실종되거나 국가 보안군에 의해 비밀리에 살인되었다. 군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은 군사정권을 사회적 혼란에 대처할 수 있는 집단이라 생각했지만, 그들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전체적이고 강압적인 행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됐다. 군사정권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경제 회복을 위한 국영기업의 축소 및 민영화, 건축 재정, 자율적인 가격제도 등을 시행했다. 이는 해외 금융자본을 유입시켰고, 제조업 부문의 수출이 감소돼 무역수지가 악화되었다.  


 

진상규명과 역사 바로 세우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는 ‘오월광장 어머니회’

1977년 4월 30일, 5월 광장에 실종자 14명의 어머니들은 비델라 대통령에게 아이들의 행방을 묻는 서신을 전달하고자 모였다. 그들은 오랫동안 경찰서, 내무부, 사법부 등 관계되는 모든 기관의 문을 두드려 보았지만 미결의 과제로 남았다. 그들은 머리에 흰 손수건을 두르고 목에는 실종자 아이들의 사진을 담은 패를 걸어, 침묵하는 권력에 저항하려 노력했다. 어머니들의 집회는 작은 목소리가 모여 결국 5월 광장을 저항의 공간을 만들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한 발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민간 정부가 출범한 이래로 아르헨티나의 가장 시급한 사회문제는 더러운 전쟁 기간 동안의 가해자들을 찾아내고 처벌하는 적폐청산이었다. 새로이 출범한 민간정부는 진실을 밝히기보다 사건들을 덮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그들은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하고 피해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주력했다. 그러나 5월 광장 어머니회는 역사가 다시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 보상이 문제가 아니라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하며, 가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처벌 역시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들은 고문 가해자 9명을 군형법으로 처리하려는 것을 일반형법에 따라야 한다고 관철시키는 등 과거사 청산의 문제에 있어서도 자녀들의 억울한 희생을 밝히는 것을 넘어서 역사바로세우기로 활동했다. 


한국 역시 아르헨티나처럼 80년대에 군부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의문사를 당하거나 군대로 끌려가며 고문을 당하기 일쑤였다. 특히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민주화가족운동실천협의회(이하 민가협)’는 평범한 어머니들이 자식들의 희생을 지켜보며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모임이다. 민가협이 주장하는 과거 청산의 핵심은 5월 광장 어머니회가 광장에서 외쳤던 것처럼 정치적 봉합이 아니라 철저한 진상규명을 전제로 한 역사 바로 세우기였다. 민가협은 인권 유린에 대한 이슈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최근에도 인권의식의 확산을 위해 양심수 석방, 국가 보안법 등 비민주적 법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어머니회는 역사의 희생양이 됐던 자식들의 억울함을 풀기위해 나서기 시작해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역사를 바로 잡는 등 민주주의 국가에 다가가기 위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불행한 역사의 진행과정에서 생명권을 침해당했던 사람들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과거사 청산은 잘못된 역사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광장에 울린 어머니들의 외침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시대의 부당함이 만든 억울한 죽음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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