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장벽과 맞서다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맞서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7.05.0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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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맞서다

 

교통 약자를 위한 실질적인 개선책 제공

 


지난 3월 2일,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4길을 일컫는 ‘샤로수길’(서울대학교 정문 모양에서 따온 ‘샤’와 ‘가로수길’을 더한 명칭)의 점포 31곳 입구에 경사로가 놓였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문을 연 사회적 기업 ‘배리어윙스’가 9개월간 노력한 성과였다. 배리어윙스는 지난 2015년 설립돼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정보가 담긴 배리어프리 지도 앱 ‘캔고’를 개발하는 등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에 배리어윙스를 이끌고 있는 차준기 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교통 약자의 이동권 개선에 앞장선 사회적 기업

지난 2월 13일, 국토교통부는 제3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는 2021년까지 약 5년에 걸쳐 시내 저상버스 보급률을 42% 달성하고, 특별교통수단 법적 기준 100%를 달성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이 편리하도록 장애물 없는 교통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국토부가 발표한 이번 3차 계획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교통 약자를 위해 국가가 계획을 세우고 수립해 나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계획은 교통 약자를 비롯해 그동안 이동권에 대해 기본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라는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결과라는 비판이 거세다. 국토부가 수립한 계획은 법적 근거에 따라 마련된 제2차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2011~2016)에서 달성했어야 했던 목표였지만, 현재 시내 저상버스 보급률은 19%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 콜택시는 서울시 기준 법정 도입 대수인 500대가 운행되고 있지만, 수리나 운전자 비번 등으로 절반만 운행되고 있어 법적 기준 100% 달성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이에  (주)배리어윙스(대표 차준기, 김찬기 대표/이하 배리어윙스)는 교통 약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장벽 없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배리어윙스의 차준기 대표는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사회적 문제로 깊이 인식해 배리어윙스를 설립했다고 전했다. 차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는 현재 배리어윙스의 공동 대표이자 서울대학교 동문인 김찬기 대표가 설립한 장애인권 동아리 ‘턴투에이블(Turn To Able)’의 영향이 컸다. 이 동아리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 : 교통 약자가 접근 가능한)를 비롯한 학내의 장애인권 향상 및 장애인 학우의 편의성을 증진하기 위한 활동을 프로젝트별로 진행했다. 당시 김찬기 대표의 제안으로 동아리는 학교 내외 배리어프리 장소에 대한 정보를 조사했다. 이 조사를 하던 중 차 대표를 비롯한 동아리원들은 국내 배리어프리 실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일례로 그는 낙성대역 근처의 배리어프리 장소를 찾았는데 온종일 약 3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오직 27곳의 점포만 휠체어로 접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에 차 대표는 배리어윙스를 설립해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차준기 대표는 “저에게 배리어윙스란 고난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해주는 제 전부이자 도전대상입니다”라며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은 정부 기관에 의존해서만 존속 가능하다는 편견을 깨고, 배리어윙스를 사회 속에서 독립시켜 성장해나가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캔고 앱과 경사로 프로젝트로 배리어프리 사회 구현에 힘쓰다 

배리어윙스는 ‘모두에게 물리적 장벽이 없는 세상을 IT 기술을 통한 공유의 힘으로 이룩한다’는 소셜 미션 하에 지난 2016년, 휠체어와 전동휠체어, 유모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장소의 정보를 제공하는 지도 애플리케이션인 ‘캔고(Can-Go)’를 개발했다. ‘갈 수 있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캔고 앱은 이용자가 접근하고자 하는 장소를 검색하면, 지도상의 해당 장소에 핀이 꽂힌다. 일차적으로 이용자는 핀의 색상을 통해 해당 장소가 배리어프리한 장소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검색한 장소에 꽂힌 핀을 클릭하면, 이용자는 해당 장소에 대한 배리어프리 데이터, 즉 ‘주 출입구의 단차 유무’, ‘단차의 높이’, ‘경사로나 엘리베이터의 설치 유무’, ‘장애인 전용 화장실 유무’ 등을 문자와 아이콘의 형식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캔고 앱 개발과 더불어 배리어윙스가 진행한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샤로수길 경사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샤로수길’에 교통 약자들을 위한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차 대표는 샤로수길이 젊은 장사꾼들의 특색 있는 가게들이 늘어서면서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 인파는 ‘비장애인 젊은이들’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리어윙스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곳에는 50여 곳의 점포가 있지만, 지하와 지상 2층 이상에 위치한 점포들은 대부분 휠체어나 유모차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없었고, 1층에 위치하는 약 40곳의 점포 역시 단차가 높아 출입부터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차 대표는 2016년 초부터 샤로수길 경사로 프로젝트를 구상했고, 같은 해 여름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그 결과 샤로수길에 있는 점포 31곳 입구에 경사로가 놓였다. 하지만 이 작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경사로가 도로를 점용하는 시설이고, 이 때문에 관악구청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사로가 도로를 차지하는 공간은 많아야 20~30cm에 불과했지만, 구청은 ‘건물주들이 경사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 ‘일반인들 통행에 방해가 된다’, ‘길이 좁아져 차량 통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등의 이유로 이 프로젝트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에 배리어윙스는 점포 건물주들을 일일이 만나 동의서를 받았다. 이 과정도 쉽지 않았다. 점포주를 만나 ‘업주 협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선 상당한 설득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는 전적으로 배리어윙스의 예산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점포에는 일체 금전적인 부담 없이 진행되었지만, 일부 점포주들은 ‘손님이 많아서 그런 분들은 안 와도 상관없다’는 등의 이유로 동의를 꺼리기도 했다. 
 

차 대표는 “계단 한 단 때문에 누군가 가고 싶은 장소를 못 가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관심이 없고, 개선할 기회가 와도 거부하는 일부 점포주분들의 인식이 아쉬웠습니다”라며 “현재 샤로수길에 31곳의 경사로가 설치된 만큼 앞으로 ‘압구정 로데오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명동거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 지역에 경사로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또한, 캔고 출시를 기점으로 앞으로 서울 전역 약 4천여 개의 ‘장벽 없는 장소에 대한 정보’를 지도 앱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장벽 없는 세상은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에서 시작

배리어윙스는 캔고 앱을 출시한 이후 앱의 활성화를 더해 장애인 콜택시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들은 보통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콜택시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기시간을 예상할 수 없고, 수요가 많지만, 공급은 부족한 편이다. 이에 차 대표는 수요와 공급을 잇는 앱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배리어윙스는 장기적으로 미국 ‘무의’라는 팀과 MOU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의 팀을 이끄는 사람은 하버드대학에 다니는 하반신 마비 유학생이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미국 50개 주를 여행하는 콘텐츠를 개발했고, 지금은 지하철에 배리어프리 정보를 제공하는 앱도 제작하고 있다. 배리어윙스는 본래 이 팀과 협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수습할 일이 생겨 진행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차 대표는 다시 한번 무의 팀과 MOU 체결을 추진하며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교통 약자가 보다 편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차준기 대표는 지금의 배리어윙스 사업은 다방면에서 도움을 준 조력자가 있어서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그는 한국사회적진흥원에서 근무하면서 배리어윙스의 성장에 도움을 준 김종인 본부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한, 차 대표는 샤로수길 경사로 설치에 있어 일부 예산을 지원해준 ㈜한국경사로(대표이사 권중한) 임직원(권종혁 과장)에게도 감사의 말을 남겼다.
 

차 대표는 배리어윙스의 팀원 모두가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에게 물리적인 장벽이 더 이상 한계가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뚜렷한 목표를 강한 신념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팀원들이 모두 회사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행동할 유인(誘引)과 책임을 공유하고, 주체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배리어프리한 사회, 즉 장벽 없는 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으로부터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하는 차준기 대표. 끝으로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장벽을 가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배리어프리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차 대표는 배리어윙스와 함께 장벽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신념을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인재의 노크를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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