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을 막기 위해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위해 관련법을 제·개정해야 하는 제20대 국회의원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전문가들은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인 두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가습기 살균제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와 같은 기업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막고 소비자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30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20대 국회에서도 과거처럼 두 제도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YWCA연합회, 한국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여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협)는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0대 의원 3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소협은 그 결과 173명(57.6%)이 답변을 거부했다고 30일 밝혔다. 소협 관계자는 “5차례 이상 요청했지만 ‘당론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거나 ‘모르는 분야’라는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의원 10명 중 6명이 법안 확대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응답률이 가장 저조했다. 122명 가운데 41명(33.6%)이 응답하는데 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123명 중 61명(49.6%), 국민의당은 38명 중 20명(52.6%)이 응답했다.
응답한 의원들 중에서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두 제도의 적용 대상 확대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비자 집단소송제 확대에 관해서는 새누리당 응답 의원 87.8%가 찬성했고,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응답 의원들은 100% 찬성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에는 새누리당 80.5%, 더민주당 93.4%, 국민의당 70.0%의 찬성률을 보였다.
두 제도 확대에 모두 반대의사를 밝힌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국회에서 공론화할 수는 있겠지만 국내 기업구조, 법체계와 맞지 않아 일반적인 경우까지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에 반대한 국민의당 의원은 “소비자 집단소송제를 통해 합리적 배상이 이뤄진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확대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