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ㆍ박지원, 野 주도권 쟁탈 시작됐나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슈 선점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등 야권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1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박지원 원내대표가 전날 제기한 개헌론에 대해, "차기 대권후보들이 권력 체제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고민을 하면서 제기할 문제라며 대통령 임기 말에 할 이야기는 아니다"고 반대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박 원내대표가 국가보훈처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허 결정'을 비판하며 개헌 발언을 한데 대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안 된 마당에 그 대안으로 개헌을 이야기할 것은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불과 3일 전 3당 원내 지도부와 대통령이 모여 합의한 것도 종이에 잉크가 마르기 전에 찢겨져 버렸다. 이렇게 해서 국회에서 협치하라면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중심제에선 협치가 불가능하다"며 보훈처 결정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헌을 통해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를 국회에서 국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개헌론을 꺼내 들었다.
'개헌'이란 빅이슈를 두고 두 야당의 원내 사령탑이 주고받는 식의 공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20대 국회 야권 주도권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둘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은 첫 만남에서 부터 나타났다.
지난 9일 상견례에서 우 원내대표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 피는 데 두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해달라"며 손을 내밀자, 박 원내대표는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작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양보를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박 원내대표는 미리 준비한 현안과 의제를 읽어가며 박 대통령에게 주문 사항을 쏟아냈다. 상대적으로 제 2야당 원내대표가 제1야당 원내대표 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회동의 주도권을 가져갔다. 우 원내대표는 세월호법 등 두가지 의제만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에는 청와대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 불허 결정을 박 원내대표에게만 먼저 귀띔해줬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우 원내대표는 기분이 상할대로 상했다. 우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국민의당과만 파트너십을 만들겠다는 것이냐. 국민의당과 잘해 보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더민주 내에서는 청와대와 여권의 반복되는 '차별 대우'에는 다분히 의도가 있다는 시각이 있다. 야-야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전술이라는 얘기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두 야당이 앞으로 호남 수성과 탈환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호남에서 경쟁하듯 각종 정책과 현안 등에 대해 사안별 공조와 경쟁을 해가며 야권의 주도권을 쥐기위해 치열한 샅바싸움을 해 나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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