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의료법인 도입,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것인가
영리의료법인 도입,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것인가
  • 김용호 기자
  • 승인 2012.06.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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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12년 6월부터 경제자유구역에 영리의료법인 설립 허가
[이슈메이커=김용호 기자]

2009년 10월 보건복지부가 제주도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허용함을 시작으로, 2012년 6월부터 국내 6개 경제자유구역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의료법인 신설이 허가된다. 이에 국가적 여론이 뜨겁게 일고 있다. 찬반논란이 끊이지 않고,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문제점의 허와 실을 짚어보자.

 

영리의료법인 도입 법적 근거

서비스산업 선진화의 일환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민간자본 투자를 허용해 의료 서비스를 고급화하자는 취지인데, 중소병원 줄도산과 의료비 증가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총선이 끝난 지금 정치권은 영리의료법인 문제와 관련해서, 서로 한 발짝 물러선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민단체는 의료빈부격차를 걱정하며 강력히 항의․규탄 및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정부는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과민반응 이라는 입장이다. 영리병원도입은 경제자유지구에 국한되는 데다 병상비율이나 내국인 진료허용 비율 등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급격한 의료양극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 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영리의료법인 설립이 결국엔 의료민영화로의 진행에 발판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우리나라 법에는 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함이 아닌, 비영리를 목적으로만 운영이 되도록 규정돼 있다. 이런 일반 병원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지만 수익금은 반드시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2002년 12월에 제정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가능해 지게 됐다. 초기 법률에 의하면 영리병원은 외국투자 확대를 위한 경제자유구역에 한해서, 외국인 거주자에 한해서만 의료서비스를 허용했고, 내국인 치료는 금지되도록 규정했었다. 하지만 국내인구대비 소수에 불과한 외국인만을 상대로는 수익과 접근성 면에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영리병원 도입이 수익성 면에서 부진할 것 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2004년 외국인으로 제한한 병원 규제를 풀고 내국인으로 범위를 넓혔으며, 2007년 12월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상법상의 법인’으로 확대해서 외국자본 50% 이상(이전 100%)이면 설립이 가능하게 되도록 법률을 개정했다. 경제자유구역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는 하지만, 영리병원 도입의 법적 근거가 모두 마련된 셈이다.

 

6월 말 외국 의료법인 설립 허가 가능

최근 구체적인 운영요건 등을 명시한 지식경제부 시행령이 지난 4월 17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복지부 시행규칙으로 위임한 사항이 4월 30일 입법 예고되면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5월 1일 입법예고기간 40일을 거쳐 6월 말에는 외국 의료법인의 설립 허가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로써 제주특별자치도는 물론이고 인천·송도 부산·진해 광양만권 황해 대구·경북 새만금·군산 까지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가능하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영리병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 후발 산업국가로부터 거센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선진국 진입의 ‘깔딱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경제 산업구조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핵심 산업화 육성시, 전체 생산유발액 약 26조7000억 원

영리의료법인 도입 찬성 입장은 의료시장을 자율경쟁에 맡김으로써 의료기술과 진료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의 주장은 국내의 높은 의료수준에 비춰볼 때 의료산업이 활성화되고 외국환자 유치와 국내에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음으로써 해외로 나가지 않아 국부유출방지, 일자리 창출에 의한 실업난 해소 등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2011년 현대경제연구소는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투자개방형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한 자체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영리병원 도입을 내수시장 지향형, 의료관광산업화형, 핵심 산업화형으로 나눠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내수시장 지향형의 부가가치 유발액은 GDP 0.3%에 해당하는 약 2조8000억 원, 일자리 4만8000개, 의료관광 산업화형은 부가가치유발액 약 5조1000억 원과 GDP의 0.5% 일자리 10만 2000개의 창출을 분석했다. 아울러 핵심 산업화의 경우 전체의 생산유발액은 약 26조 700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은 약 10조 5000억 원, GDP의 1%이며 약 18만 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서, 정기택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영리의료법인 도입으로 의료서비스의 질, 소비자 선택권의 확대로 국민 후생의 증대, 일자리 창출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라며 “물론 이 같은 1차적 효과도 크지만, 의료와 관련된 산업 발전이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의료기기, 바이오제약, U-헬스(의료와 IT를 접목), 건강관리 산업 등의 발전에 촉매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월 17일 보건복지부(장관 임채민)가 발표한 2011년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을 보면 외국인환자수는 전년대비 50%, 진료수익은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환자 유치에 대한 정부 목표치인 11만 명을 넘어 122,297명(연 환자 기준 344,407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10년 81,789명도 (연 환자기준 224,260명)보다 49.5% 증가한 실적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신고에 따른 총 진료수입은 1,809억 원으로 2010년 1,032억 원 대비 크게(75.3%) 증가했다. 한편 2009년 45.9%에 이르렀던 상급종합병원의 비중은 39.0%로 줄어든 반면, 병·의원급 비중이 34.9%에서 39.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외국인환자 유치사업이 대형병원에서 점차 중소병원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여주며 중소병원들도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관계자는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간(G2G) 환자송출협약 체결, 외국의료인 연수 확대 등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국내의료기관 현지 진출, 의약품·의료기기, U-헬스 등 연관 산업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체계 무너지고 건강불평등 더욱 심화될 것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은 전 국민이 이용하는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리고 건강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고, 병원이 돈을 벌기 위해 환자와 국민의 건강을 놓아버릴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대론자 들은,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과 해외 여러 나라에서 모범사례로 볼 정도의 건강보험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영리법인을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와 같은 정책은 전 국민에게 고른 혜택을 주는 공 보험의 체계를 무너뜨려 건강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서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정책”이라며 “돈 있는 10% 국민의 호화스런 의료이용을 위해 90%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영리의료법인 도입으로 외국계 자본이 결탁된 초대형병원의 등장으로 인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시작해서 전국에 확산될 경우 영세 지역 의료계의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 이 모 씨는 “결국 금융에 이어 의료계에도 외국계 투자를 가장한 국내 대기업 자본이 국내에 진출해 지역 의료계를 초토화시킬 것”이라며 “현재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환자 집중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영리병원의 출범은 병·의원은 물론 국가 공보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의료양극화가 심화돼 서민들은 점차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될 수 있다”며 “외국인 환자만으로는 수익을 맞출 수 없을 경우 내국인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영리병원으로, 의료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후속 문제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한 공-사 보험의 정보공유 행위는 명백한 국민개인의 사생활 침해이며 보험 자본을 위해 국민의 건강을 팔아먹는 행위로, 이러한 정보는 민간의료보험의 사적 이익을 위해 사용될 경우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에게 가입거부·보험급여 거부 등 민간의료보험의 독단적 행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할 뿐만 아니라, 기업화된 영리법인에게 국민의 사적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질병정보를 허락 없이 넘겨줘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도 있다. 아울러, 아직 국민들도 영리의료법인 도입이 성급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09년 영리 의료법인 도입에 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한 결과 도입 반대 의견이 42.9%, 도입 찬성이 24.2%로, 도입 반대 의견이 18.7%p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정당별로는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32.8%)와 찬성(31.6%) 의견이 팽팽했으며, 민주당(45.8%〉28.4%)을 비롯해 야당 지지층에서는 일제히 도입 반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역을 불문하고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았으며, 특히 부산/울산/경남 응답자가 53.6%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인천/경기(46.9%), 대전/충청(40.2%)에서도 그러한 의견이 많았다. 반면, 서울 응답자들은 반대(38.3%)와 찬성(35.4%)간 의견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밖에 남녀 모두 영리의료법인 도입에 반대 입장을 보였으며, 특히 여성(34.2%〉26.5%)에 비해 남성(51.6%〉21.9%)의 반대 의견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을 불문하고 부정적인 입장이 많았고, 특히 30대가 49.7%로 가장 반대가 많았으며, 40대(48.3%), 20대(46.7%), 50대 이상(32.6)% 순으로 조사됐다.

 

한국에 맞는 체질 개선 필요

외국의 운영 성공사례를 살펴보면 태국의 경우 외국인 환자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와 선진국의 절반 수준인 진료비 덕에 지난해 160개국에서 약 15만 명의 외국인 환자가 방콕병원을 찾았다. 방콕병원은 2010년 244억 바트(약 889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랄프 크루어 국제마케팅 팀장은 “전체 매출의 41%가 외국인 환자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이 가족과 함께 오기 때문에 치료뿐 아니라 음식·호텔·쇼핑·통역 등 부대 서비스업이 동반 성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외국인 환자 한 명의 지출액은 평균 8000달러(약 918만원) 수술 후 이어지는 쇼핑·관광을 감안하면 의료관광 한 건당 1만5000~2만 달러의 경제적 효과가 생긴다는 게 병원 측의 분석이다. 또한 해외의료관광 유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싱가폴의 경우 2006년 41만 명을 유치했으며 2012년엔 1백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대로 실패 사례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미국을 들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수천만 명의 무보험자가 존재하고, 살인적인 의료비 부담으로 중산층이 몰락했고, 결국 영리의료법인 도입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영리법인 도입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무작정 따라하기 식이 아닌 한국에 맞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산업이 점점 발전함에 따라 의학 분야가 서비스 분야까지 아우르는 이때, 찬성과 반대 측 중 어떠한 의견이 국민을 더 위하는 정책일지 앞으로의 귀추가 더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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