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부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국세 카드 납부액이 1조원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은 커져만 가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란 명분으로 카드와 현금결제를 차별하지 말라던 정부는 납세자들에게 카드 수수료를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1.2%에서 1.0%로 낮추었지만 이는 세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카드 회사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
수수료 부담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국세 카드납부의 시행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고 그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자영업자들인데 카드수수료와 세금 수수료의 수수료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때문이다. 여기에 국세 카드 납부 한도가 지난해 500만원에서 올해는 1000만원까지 상향 조정되어 국가에서 거둬들이는 국세 카드수수료의 액수는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 편의를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증여세와 부가가치세 등 15종에 대해 국세를 현금과 함께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1.2%의 신용카드 수수료도 함께 챙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여론은 이러한 점에 대해 수차례 지적하면서 개선을 요구했지만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나 움직임이 아직까지는 없어 보인다. 그나마 이도 올해 4월 1일부터 개정된 신용카드 국세납부 수수료율 한도 납부 금액의 1.5%에서 1.0%로 조정된 수치이고 실제로 적용되는 수수료율이 1월 기준 1.2%이다.
국세는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등이 주를 이루는 만큼 자영업자의 카드 납부가 많다. 이 때문에 자영업자들만 카드 수수료 부담을 이중으로 져야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신용카드 활성화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노출되고 있으며 가맹점 수수료를 내는 등 부담이 큰데 세금을 낼 때는 또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자영업자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카드사들도 불만이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1.2%의 수수료는 이득을 떠나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인데 1%로 낮추면 손실에 따른 카드사의 적자만 쌓이는 구조가 형성된다. 국가가 카드사용을 권장하면서 그 수수료는 납세자들에게 요구하고 있고, 수수료의 인하는 카드사들의 불만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상품 구매를 할 때 현금과 신용카드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가맹점 수수료를 회원에 부담시킬 수 없도록 한 것이 여신전문금융업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9조 1항과 3항에서 이를 어길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제재를 표기하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이기도 하고 법을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를 가진 정부 스스로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비춰보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국세납부는 국가와 납세자간 대가의 지급이 아니라 납세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므로 국가를 가맹점과 같이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지난해 신용카드로 납부한 국세는 1조2960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09년 2246억 원보다 6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납세자들이 낸 신용카드 수수료도 2009년 약 27억 원에서 지난해 약 15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리고 카드사들과 국민들의 불만도 함께 늘은 것이다.
국가의 변명
이러한 점들에 대해 국세청 입장에서도 나름대로 변명은 하고 있다. 현금과 신용카드 중 현금으로 납부하는 사람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금의 경우 바로 재화가 이동하지만 신용카드의 경우 1개월 후에 결제가 되기 때문에 납세자 입장에서 신용카드 결제일까지 자금 운용시간에 여유가 있어 수수료를 부과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논리가 대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만 커진다. 카드수수료란 당연히 가맹점에 부과되는 부분인데 국세를 카드로 받는 가맹점인 ‘국가’는 왜 수수료를 국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드로 결제하는데 수수료를 더 내라고 하면 국가는 먹은 밥이 여전히 맛있다고 느낄 수 있는가에 대해 묻고 싶다.
신용카드 납부에 대한 지방세와의 형평성에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을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국세청과 달리 현금 결제와 카드결체 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카드사와 지방자치단체가 협의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지방세와 비교해 보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신용카드사의 수수료를 낮추겠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까지 뜯어고친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수수료 챙기기를 지속하는 건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국 174개 지자체는 지방세에 별도의 카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민간 소비 지출에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섰다고 한다. 신용카드의 사용이 증가한 만큼 국세에 대한 신용카드 결제도 나날이 늘어갈 것이다. 수수료에 대한 아무 대책도 없이 편리성을 위해 꾸준히 신용카드 결제를 이어나간다면 가맹점 ‘국가’의 모습은 평생 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의 변명에 우리는 수긍 아닌 수긍을 하며 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국가의 ‘수수료 꼼수’에 정확히 걸려든 것일지도 모른다. 국세납부 업무를 대행하는 금융결제원이 국민 세금을 이용해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에 대한 수수료 인하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금융결제원이 국세납부 카드결제에 대해서는 정작 높은 업무대행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결제원은 국세납부 한 건당 400원의 업무대행 수수료를 받고 있는데 카드 수수료가 인하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당연히 업무대행 수수료도 떨어져야 한다. 카드수수료의 원가를 차지하는 밴(VAN) 수수료도 국세의 경우 일반 가맹점보다 더 높게 책정하고 있고 자칫 역마진이 나기도 하는 구조라는 주장도 있다.
카드사의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업무대행 수수료 400원은 여러 단체가 참여해서 객관적으로 산정한 것이 아니라 금융결제원이 자체 분석해 스스로 결정한 사항이다. 업무대행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업무대행 수수료를 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소비자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해결책 간구하나
기획재정부는 국세 신용카드 납부제도와 관련해 국세 신용카드 수수료는 납세자가 부담함이 타당하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납세자 부담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재정부는 특히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세금을 납부하는 것보다 신용카드로 직접 국세를 납부하는 것이 가산세를 피할 수 있어 여러모로 납세자에게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국세 신용카드 납부수수료가 1.0%로 인하된 점도 납세자에게 유리한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원칙을 고수할 생각을 밝혔다.
카드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 납부의 경우 전 국민이 서비스 대상인데 전향적인 차원에서 국세납부에 대해 업무대행 수수료를 내리는 방안이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결제원은 업무대행 수수료는 홈페이지 운영과 장비구축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된다며 카드사들의 카드수수료 인하로 수입 감소를 우려를 금융결제원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가 세율폐지에 대해 지금과 같은 생각을 고수할 계획이라면 국세를 신용카드로 낼 때 수수료의 일부를 국가가 신용카드사에 지원해주고, 이 재원을 바탕으로 중소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는 데 사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처럼 신용공여(信用供與)를 활용, 지방세 신용카드 납부 대금을 바로 받지 않고 카드회사가 일정 기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카드 수수료를 없애는 방법도 하나의 예이다. 신용공여는 어떤 금액을 상대에게 빌려줄 때 상대가 반환할 의사, 반환할 능력이 있음을 믿고 빌려줘 상대방에게 일시 이용토록 하는 것이다. 주식의 신용거래에서는 증권업자가 고객에 대해 고객의 매입주(買入株) 대금 또는 매도주권을 대여하는 것을 뜻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 신용카드 결제액을 다음 달 10일까지 카드사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수수료를 없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국세는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획재정부는 국고금 관리법 조항을 들어 지방세처럼 신용공여 방식을 적용하는 방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가가 직접부담에 대한 생각을 수용할 계획이 없다면 신용공여방식 등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방법의 수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면서 수수료까지 국민인 납세자가 부담하는 상황에 대해 불쾌한 시전을 거두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국가의 행태는 카드사에도 부담을 주고 그런 부담은 고스란히 영세 자영업자 등 국민들이 그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국가의 이기적인 행동에 대한 피해를 국민들이 감수 할 이유는 전혀 없다. 국가가 국민의 부담을 덜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할 생각은 하지 않고, 약간의 이율 조정을 통한 생색내기는 그만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을 위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국가가 한 번 쯤 돌아보고 무엇이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책인지 뚜렷하게 정립하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저 ‘신용카드 국세 납부’라는 정책을 던져놓고 수수료는 납세자인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장사다. 국가는 국가답게 국민의 단 1%의 권익을 위해서라도 노력해야 한다. 국민을 상대로 1%의 이율마저 가로채려는 생각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 국민을 위한 날개가 되어 국민들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비상하는 방안을 기대해본다.
기획/남윤실 기자 글/박성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