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Brand & Vision] 아이러브뉴욕 따라하기! 누구를 위한 슬로건인가
[City Brand & Vision] 아이러브뉴욕 따라하기! 누구를 위한 슬로건인가
  • 김동영 기자
  • 승인 2012.05.25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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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전략적 브랜딩 수립해야
[이슈메이커=김동영 기자]

물건이 시장에서 잘 팔리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상표를 붙여야 한다. 혹자는 유명한 상품은 브랜드 그 자체라고 일컫는다. 도시 브랜드화가 도시의 상품성을 드높이기 위한 상표 붙이기라고 하지만, 도시브랜드의 진정성은 상품과 자본논리의 일방적 추종이 아닌 자기다움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재해석을 통해 삶의 문화가 반영 되어야 한다. 도시브랜드의 홍수에서 도시브랜드 마케팅의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본다.

 

도시브랜드의 주체성 상실

세계화, 정보화 추세로 브랜드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기업체가 선도했던 명품 마케팅에 경쟁 무풍지대였던 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가세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 개발은 도시나 지역 이미지를 알리는 슬로건 만들기 붐과 행정에 명품 개념을 도입한 ‘행정명품’이란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도시브랜드 슬로건으로 ‘하이 서울’, ‘다이내믹 부산’ 등 웬만한 대도시는 물론 농어촌 소도시까지 영문 광고문구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농어촌 소도시의 명분은 지역 농특산물과 기업제품 등에 브랜드 슬로건을 붙여 세계적인 명품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자치단체의 향토 특산품 명품 브랜드화 열기는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 이름난 상품에 대해 그 지역에서 생산ㆍ제조ㆍ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일종의 특허권에 해당하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도 급증하고 있다.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 등록이 향토 특산품의 명품 브랜드화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로 2005년 7월 시행 이후 2008년까지 10여건을 밑돌던 등록건수가 2009년 24건, 2010년 52건으로 2009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일반화된 지자체들의 브랜드 전략이 일관적이지 못하거나 브랜드 주체의 변동에 따른 혼란과 명확하지 못한 목표의식의 결여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브랜드 마케팅 활성화 방안에 대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영어가 아니면 안 되는 불편한 진실

최근 잇따라 개발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브랜드 슬로건에 대한 비판도 있다. 대부분의 슬로건이 천편일률적이며 지역 특성이나 정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슬로건이나 홍보물 자체는 영문명으로 지으면서도 표현은 한국적이어서, 외국인보다는 내국인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편, 도시 브랜드가 ‘홍수’를 이루면서 같거나 유사한 브랜드 사용에 따른 혼란도 발생하고 그에 따라 마찰도 벌어지고 있다. 도시 브랜드 슬로건으로 ‘Ulsan for you’와 ‘Gimhae fou you’를 각각 사용 중인 울산과 경남 김해시는 브랜드 선정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대전의 ‘It's Daejeon’도 일본 소니의 ‘It's Sony’와 거의 유사해 표절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복 슬로건제작 문제 외에도 ‘fou you’라는 슬로건 자체가 많은 기업들이 텔레비전 광고 카피로 흔히 써 온 진부한 표현이며, 산업도시 울산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시의 홍보 슬로건 ‘다이나믹 부산’ 역시 월드컵 당시 쓰였던 국가 브랜드 슬로건과 같으며, 지역적 색깔도 읽혀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또한 국제적인 인지도가 떨어지고 외국인 관광객도 많지 않은 국내 대다수 지자체들이 앞 다퉈 영문 일변도의 브랜드 슬로건을 만드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상지대학교 언론광고학부 이희복 교수는 “영문슬로건에 대한 거부감 또는 지자체와 관련성이 부족한 내용, 해외사례나 성공한 지자체를 모방하는 수준은 오히려 지역의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또한 “도시 브랜드의 슬로건과 지역브랜드의 혼동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며, “슬로건은 기업이나, 제품, 캠페인을 수식하는 설득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이다. 가령 ‘Hi 서울’이 일순간에 명품 도시브랜드가 될 수 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들만의 축제, 단체장을 위한 브랜드 마케팅

국내에서도 자치행정에 경영마케팅 개념을 도입하면서 브랜드 자산가치 구축의 도구로 브랜드 마케팅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 조사나 분석 없이 시각적 디자인에만 몰두한다거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장기 비전과 전략이 수립되지 않아 전시행정이나 모방행정에 그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천군의 ‘어매너티(Amanity)서천’이라는 슬로건에서 그 사례를 엿볼 수 있다. 뜻을 알기 어려운 영어단어인 ‘어매너티’라는 단어를 채택해 주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어매너티(Amanity)서천’이라는 문구는 광고에 문외한인 공무원이 졸속으로 지어 간결함이 생명인 슬로건의 가치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단체장이 바뀔 경우 도시 브랜드가 교체되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장의 치적 과시용으로 변질되어 지역 마케팅은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후 수장이 바뀐 지방자치단체마다 새 수장의 슬로건과 취향에 맞춰 청사 분위기도 새로 단장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인천시는 새로운 시장이 취임했지만 인천의 슬로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인천시가 전임 시장 시절 구호를 그대로 쓰는 것은 송영길 시장의 시정 방침에 따른 것이다. 송 시장은 “인천은 화려한 모습을 갖추었지만 내실이 없고 구호만 요란하다”면서 “구호만 내세우기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국학진흥원 박원재 수석연구위원은 “졸속으로 외국 유명도시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 하거나 단순히 수익사업만을 목적으로 한 브랜드나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 없이 용역에 의존하거나 몇 가지 시안을 놓고 단체장이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그럴 듯한 문구라도 지역민의 자긍심을 북돋는 데 기여하지 못한다면, 이는 메아리 없는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사람들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구호나 명칭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다”고 피력했다.

 

브랜드 성장을 위한 장기적 전략 수립해야

완성된 브랜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창원시 김종환 공보관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홍보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글로벌 명품도시 브랜드 위상 강화를 위한 홍보교육을 지속적이며 순차적으로 실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상품화에 적용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자치단체의 브랜드 사후관리는 예산 문제로 형식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일회성 전시 행정으로는 애써 개발한 브랜드가 사장될 우려가 높다. 도시마케팅 전문가인 에릭스와츠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역 이미지를 활성화하고 강력한 지역 자산으로 승화하는 브랜드 관리가 필요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도시마케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결정권자의 의식이 중요하다. 기획하는 사람의 의식이 얼마나 깨어있는가, 브랜딩 전문가의 의견을 얼마나 반영하는가에 따라 성공이 달려있다”고 도시브랜드 성공전략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지역관광디자인마케팅센터 문두현 소장은 “현재 수많은 지자체들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비슷비슷한 컨셉들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장기적 비전과 전략 수립이 선행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인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의 이미지 제고와 개성있는 지역의 가치를 창출하고 위한 수단으로 지역 주민의 참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민들의 지역개발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그 실현을 위한 자발적 참여만이 명품도시브랜드를 완성시킬 수 있다.

 

‘실질적인 도시의 삶의 질 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세계적으로 이름난 도시들은 대부분 그 도시를 표상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국가 및 도시브랜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영국 공공외교위원회 국가브랜드 자문위원 사이먼 안홀트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을 성공한 도시브랜드 사례로 들고 있다. 특히, 뉴욕은 도시 이미지를 성공적인 브랜드로 만들어낸 최초의 도시에 속한다. 뉴욕의 브랜드인 ‘I♥NY’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자, 티셔츠, 액세서리 등에 새겨진 것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알려져 있다. 슬로건이면서 로고인 ‘I♥NY’은 1970년대 초 오일쇼크로 뉴욕시가 재정 파탄에 빠졌을 때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부심을 되살리고 관광객을 끌어들여 도시경제를 되살려내기 위한 방안으로 고안되었다. 브랜드화에 성공한 덕분에 뉴욕은 연간 3,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었다. 사이먼 안홀트는 “국가브랜드를 강화시키려면 단순한 순위와 같은 ‘겉모습’이 아니라 도시브랜드와 같은 실질적인 ‘알맹이’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의 도시들이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도시브랜드를 국제적 수준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각 도시가 대동소이한 브랜드를 내세우며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이소영 연구원은 “효과적인 도시브랜드 전략을 위해서는 도시 브랜드 가치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구성원 간 이를 공유하고 준수하도록 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도시 브랜드의 정기적인 평가를 통해서 시민과 국민의 인식 속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성과측정과 피드백을 실시하여야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전제 하에 지방도시들은 변화의 바람에 직면해 있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변화의 바람에 대응하여 고유한 역사, 문화, 자연 등을 관광콘텐츠로 인식하고 지역활성화 전략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효과적인 도시 마케팅으로 지역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하고, 긍정적이고 매력적인 지역의 브랜드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 확보와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야할 것이다.

기획/임성희 기자 정리/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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