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는 생활물가에 주부는 한숨만
고공행진하는 생활물가에 주부는 한숨만
  • 이희수 기자
  • 승인 2012.05.2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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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상승 원인, 정부재정 늘리는 확장정책은 효과없어
[이슈메이커=이희수 기자]

높은 생활물가에 서민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정부 재정을 확대시키는 확장정책과 유가상승에서 온 생활물가의 상승세가 기본적인 생필품 가격까지 위협하며 서민경제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신혼부부에서 오십대 주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생활물가로 인해 서민층이 받는 타격을 밀착 취재했다.

 

파 한 단 사기에도 만만치 않은 현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1분기 지역경제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중 생활물가는 2.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9개월 만에 물가상승률이 두 달째 2%대로 떨어졌지만, 서민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소비자가 피부로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5월 13일 이슈메이커에서 대전 시민 8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의 생활물가로 가계경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아니다’라는 응답이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가두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의 반응은 생활물가가 매우 비싸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생활물가에 대해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난희 씨(가명)는 “처음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물가가 올랐는데, 특히 공과금이나 생필품가격이 많이 올라 혼자 사는데도 당황스럽다”라며 솔직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제 결혼 1년차인 주부 이정미 씨(가명)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 씨는 “식재료 가격이 만만치 않게 올라 식비로만 작년보다 월 7만 원 이상이 더 나간다”라며 “아기 기저귀나 물티슈는 꼭 필요하지만 필요이상으로 너무 비싸 부담 된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씨의 말처럼 아기기저귀나 물티슈 같은 아기용품은 적은 양에 비싼 가격, 그리고 부모들의 심리상 돈을 아낄 수 없는 품목이라는 성격이 크기 때문에 영유아를 양육하는 부부에게는 부담이 크다. 즉, 정부의 통계물가에 비해 서민들이 직접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여전히 높은 것이다.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정부의 물가관리도 그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3월, 생활필수품 52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MB 물가지수’를 지정했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품목의 물가상승률은 2008년에서 2011년 사이 15.2%에 달했다. 2011년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교통요금·삼겹살 등 10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지정했지만 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물가정책 전반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대학·연구소 경제전문가 1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경제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물가정책이 단기적 효과만 있거나(74.6%), 장·단기 모두 효과가 없을 것(17.6%)이라고 전망했다.

 

차마 줄일 수도 없는 교육비
생활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부들은 당장 필요성이 덜한 물가품목부터 줄여나가는 등 고물가에 대처하고 있다. 그런데, 주부들이 정작 줄이기 힘든 물가품목이 하나 있다. 바로 교육비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박정은 씨(가명)는 매 달 자녀 교육비로 100만 원을 지출한다. 박 씨는 보다 높은 학습능률을 위해 아들에게 소그룹 과외를 시키고 있는데 기본과목 외에도 아들에게 피아노와 플루트 레슨도 받도록 하고 있다. 교육비를 줄이는 것은 힘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가 보다 양질의 교육을 받아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씨는 “교육비를 차마 줄일 수 없다보니 자연히 의류비 등의 품위유지비는 잘 안 쓰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높아진 생활물가를 체감하는 것은 비단 성인뿐만이 아니다. 중학생 정지예 양(가명)은 “요즘은 부모님께서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하셔서 참고서를 사려고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 말씀드리기에도 죄송스럽다”라고 말했다. 올 3월부터 정부가 만 5세 교육비를 월 20 만 원씩 지원하지만 박 씨나 정 양의 부모님처럼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교육비는 줄이고 싶어도 부모로서 차마 줄이기 어려운 물가품목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의 교육비 상승률은 22.8%에 달해 같은 기간 전체 물가 상승률 16.1%를 훌쩍 넘어섰다.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소재희 씨(가명)는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운 교육비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이유에 대해 “최근 맞벌이부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마가 돌보지 못하는 시간만큼 사교육 업체에 맡기게 된다”고 밝혔다. 또, 생활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뒤늦게 마트 캐셔 등의 일자리를 구하는 주부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소비지출 중 교육지출이 전년대비 1.3% 감소했다. 단편적으로는 교육비가 줄어들었다는 측면을 보여줄 수 있는 현상이지만, 그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언급한 중학생 자녀를 둔 박 씨의 경우처럼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교육비 지출의 감소는 가계경제가 그만큼 힘들어졌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국제유가상승과 정부지출 확대정책이 원인

최근 생활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은 현상을 보이는 것은 바로 국제유가의 상승과 나라별 경제 확장정책 때문이다. 먼저, 국제유가의 상승과 국내 생활물가의 상승은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모든 원자재나 식재료, 생필품 등을 옮길 때 운송비가 필요하다. 물건들은 차량 등의 이동수단을 통해 운송되는데 자연적으로 운송수단을 움직일 때 필요한 연료는 기름을 급유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할 때 자연히 운송비가 올라간다. 여기에 자재 값 계산에 추가되는 운송비 목록 면에서 물가가격이 인상되어 최종적으로는 생활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특히, 최근 메나(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치불안 사태로 인한 달러화 약세로 인해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국내 유가 변동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특히, 작년 이란의 정치 불안은 유가 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대표적 산유국인 이란의 국내 상황과 관련하여 각 국의 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으로 원자재 시장과 선물 시장에 다량으로 유입된 돈으로 인해 유가가 최근에 급등하는 추세를 보였다. 본지의 설문조사에서도 ‘시민들이 생각한 가장 많이 오른 물가품목 중 2위를 차지한 것이 바로 유류비였다. 익산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오운정 씨(가명)는 “얼마 전 유류비가 상승해서 운전자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우리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싶지만 마진을 맞추기에도 어렵다”라며 “유류비가 오르면 기본적으로 다른 물가들이 오르는데 물가에 점점 악순환이 오는 거 같다”고 밝혔다. 유가가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저렴한 셀프주유소는 한 푼이라도 주유비를 아껴보려는 운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셀프주유소의 경우 인건비와 서비스물품이 상대적으로 덜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직영주유소보다 리터당 50원 정도 판매가격이 저렴한 것이다. 내릴듯해도 내리지 않는 높은 유가 또한 서민들의 생활 곳곳에서 가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정부지출을 확대하는 확장 통화정책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국제적으로 각 나라들이 확장정책을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 각 나라의 통화정책이 생활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생활물가가 높은 원인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의 김화년 수석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10% 정도 상승할 때 최소한 소비자 물가가 0.2% 포인트 이상은 오를 거라고 예상하는 기관이 많은데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관계가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서민 물가가 불안한 상태인데 국제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겨서 서민 물가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고, 물가가 오르면 국내 소비도 위축되어 국내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원광대학교 경제학부의 김학수 교수는 “국제유가의 변동도 그 영향이 있겠지만 현재 국내 물가가 높은 것은 지금까지의 정부지출을 확대하여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확장 통화정책 영향이 크다. 물가상승은 불가피한데 이제 와서 국가 예산 규모를 줄이는 긴축재정으로 돌아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허리띠만 졸라매는 현실, 거시경제정책을 수립해야
생활 물가에 ‘빨간 등’이 켜진 상황에서 서민들은 하나라도 아껴 쓰려 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여가를 누리는 것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전북 익산에서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남민희 씨(가명)는 제과점 배달용인 소형차 하나와 남편의 품위유지용 중형차가 한 대 있지만, 차량 유지비나 매 달 들어가는 주유비도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중학생 자녀가 있기 때문에 생활비가 자녀 교육비와 식비로 들어가는 측면이 커서 바깥나들이도 주저하게 되는 현실이다. 신혼인 장나미 씨(가명) 역시 생활비에 나가는 돈이 너무 커서 바깥나들이는 집 근처 카페에 가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정부재정이 필요이상으로 크기 때문에 정부도 재정긴축을 하여 정부재정을 줄여야하는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그걸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고, 세금을 더 걷으면 경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문제는 간단하지가 않다”고 말한다. 원광대학교 경제학부의 김학수 교수는 “저금리기조가 지속되는데 그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물가인상은 계속될 것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서민부담의 가계부채 이자는 늘어나기 때문에 당장 생활물가를 낮춰도 문제들이 발생한다. 결국, 서민경제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분담이 따라야 한다. 정부에서 좀 더 큰 틀에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 소장 김상조 교수는 “정부는 경제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서민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어려운 수준이다. 국민경제의 거시적 순환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거시적 순환구조는 경제 관료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일임하고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일침 했다. 앞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전기요금도 인상될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홍석우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시기 문제는 논의해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주요 원자재 시장에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에 도달하며 국내 LNG 가격 폭등도 우려되고 있다. 한편, 최근 국제유가가 유로존 재정 위기 확산 우려와 미국 증시 약세 영향으로 하락했지만 국내 유가 변동에도 영향이 있을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국내·외의 요인으로 인해 서민경제는 동요하고 있다. 10만원을 들고 마트에 가도 풍족하게 살 수 없는 실상에 젊은 층 사이에는 “내리는 것은 비뿐이다”라는 웃지 못 할 말이 유행이다. 생활물가가 동요하여 서민들의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는 현재, 정부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립한 경제 대책이 시급하다.

 

기획/안수정 기자  정리/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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