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역사 노후화 개선은 과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쉰 살 맞은 ‘시민의 발’
1974년 8월 15일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당시 가장 번화했던 서울 시내 구간에 지하철이 뚫렸다. 우리나라 지하철 역사의 출발점이다. 10km도 안 되는 짧은 구간으로 시작한 지하철은 이후 도시 발전과 시민 삶의 변화를 견인하며 지난 50년간 서울 지하철은 800억 명을 싣고 지구 5만 바퀴의 거리를 달렸다.
핵심 교통수단으로 위상 공고
수도권 전철은 개통 당시만 해도 3개 노선 총 29개 역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8년 안산선을 시작으로 지역을 지속 확대해 현재는 총 15개 광역철도 노선에서 295개 역, 741.4km 노선을 운영 중이다.
운행 횟수 역시 1974년 하루 215회에서 현재 2,591회로 약 12배 증가해 하루 평균 301만 명이 이용한다. 연간 수송 인원도 개통 당시 2,900만 명에서 10억 9,700만 명으로 40배 가까이 늘어났다. 50년간 총 이용객은 340억 명으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당 680번 이상 탄 셈이다.
지하철은 단순히 시민 교통 편의성 증대부터 서울 도시공간 구조 혁명과 서울과 수도권을 ‘메갈로폴리스’로 묶은 출발점이 됐다. 인프라 건설이 견인한 일상 혁명이다. ‘코리안 타임’을 없앤 정시성과 이동시간 단축 면에서 시민들의 호응도 폭발적이었다. 1984년 버스 대비 17%에 불과했던 지하철 수송 분담률은 1997년 버스를 추월한 뒤 지난 2022년 43.5%를 기록하면서 핵심 교통수단으로 위상을 정립했다.
세계 최고 운영 시스템 자랑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도 함께 동반됐다. 매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종이 지하철표를 샀던 모습이나 종이 승차권을 개찰구에서 확인받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코레일은 1998년 RF 시스템을 이용한 교통카드를 거쳐, 2009년 1회용 교통카드 시스템을 전면 도입했다. 2014년에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위한 코레일 레일플러스를 발행하기도 했다. 현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이해 태그가 필요 없는 태그리스(tagless) 플랫폼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전동차도 발전을 거듭했는데, 개통 당시 ‘저항제어’ 전동차는 제동시 열이 방출돼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뜨거운 열기가 객실로 들어왔다. 이후 코레일은 1988년 저항제어 전동차의 비효율을 극복하고 전력 효율성을 높인 ‘인버터 제어 방식 전동차’를 도입했다. 2022년에는 이용객의 편의와 안전을 더욱 강화하고 첨단 기술이 적용된 신형 전동차량이 운행을 시작했다. 신형 전동차는 객실 칸마다 4개씩 공기정화장치를 설치해 실내 공기질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고화질 방범 CCTV도 2개씩 운영하고 있다.
이용의 편의성에서 세계 어느 도시 지하철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최대의 여행 정보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는 한국에서 관광객이 해야 할 단 한 가지를 서울 지하철 타는 것으로 꼽기도 했다.
100년 역사 위한 향후 과제는?
코레일의 수도권 전철은 개통 당시만 해도 별도 선로를 건설하지 않고, 기존 경부선과 경인선 선로를 전철화해 운영을 시작했다. 여기에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KTX와 일반 여객열차, 화물열차가 수도권 전철과 함께 서울역으로 모여든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서 다양한 열차의 경합 상황이 발생해 오래된 노후 시설물 개량에 어려움이 많다.
수도권 전철은 대부분 개통과 함께 역사가 선로 위에 자리한 ‘선상 역사’ 형태로 건설돼 노후화는 물론 구조적으로도 취약한 시설이 많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지난 2019년 기준으로 25년 이상 지난 수도권 전철역 34개 중 일부 리모델링이 진행된 역사를 제외한 27개를 개량사업 대상역으로 선정해 순차적으로 개량공사를 진행 중이다.
영업적자 개선을 위한 정책지원도 필요하다. 코레일은 작년 수도권 전철 광역부문에서 약 2,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서해선 개통이나 경원선 연장 운행 등 광역철도 운행 서비스 지역 확대로 수송 인원이 전년 대비 8,000만 명이 늘었으나 적자는 개선되지 않았다. 근본 원인은 승객 수송에 드는 비용이 수익보다 많은 구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전철 영업계수는 ‘126’을 기록해 100원을 벌기 위해 126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영업적자는 고객 편의시설 개선, 노후 차량과 설비 개량 등의 투자 여력을 낮춰 철도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