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김갑찬 기자]
두 번째 스무 살 맞이한 ‘그로우스 띠어리’
정규 7집, 거대한 항해의 주인공 되다
2004년 경쾌한 록 넘버 ‘비밀번호 486’으로 가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수 윤하가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댄스, 발라드가 각광받던 가요계에서 우직하게 록 외길을 걸어온 윤하는 지난 2022년 깜짝 역주행으로 ‘베스트셀러’ 명곡 반열에 든 ‘사건의 지평선’의 기분 좋은 기억을 안고 계속 자신만의 항해를 이어간다. 데뷔 20주년 당일 발표한 정규 7집 ‘그로우스 띠어리’는 ‘사건의 지평선’ 히트 이후에도 결코 안주하지 않고 그만의 음악 세계를 탐구해 온 결과물이다. 2년 10개월 만에 선보인 ‘띠어리’ 3부작의 두 번째 작품으로, 여느 때처럼 윤하는 직접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에 나섰다. 두 번째 스무 살을 맞이한 윤하의 음악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 이유다.
20주년 앨범 발매 소회는
"속이 시원하다. 나만 알고 있던 친구를 출산한 느낌이다. 이젠 모두의 것이 되었으니 듣는 분들이 즐겁게 해석하며 들어주면 좋겠다."
이번 앨범으로 전하고자 했던 바는
"지난 앨범 같은 경우엔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야기이길 바랐다. 핵개인화 시대라고도 하지만 결국 우리어야 하는 이유랄까. 물론 프라이버시도 중요하고 개인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성장은 홀로 이룰 순 없는 듯 하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데뷔 20주년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자면
"부채감? 팬들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팬들은 항상 '매진과 판매량으로 혼쭐을 내주마'라고 한다. 물론 음악을 너무 그만 두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 내가 만든 레이블이 와해되는 일이 있었다. 내 팀을 잃게 되면서 다시 혼자가 됐다. 정규 앨범을 5년 넘게 못내던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나를 다시 일으켜준 건 아파트였다. 한강뷰 아파트를 샀었는데 물론 대출을 엄청 많이 받았지만 그 집에 앉아 있으면 문고리 하나 마루 타일 하나도 팬들이 다 사준 것 아닌가. 그 곳에 살면서 앨범을 5년간 안내니 (마음이) 불편했다. 이만큼 잘해주고 후원해줬는데 난 정작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안하는게 불편해서 뭐라도 하려고 다시 두드렸다. 덕분에 빨리 빠져나올 수 있었다.“
공백기에는 주로 어떻게 지내나
"일은 계속 했다. 행사도 하고 라디오도 하고 바쁘게 지내긴 했다. 다만 팬분들이 원하는 형태의 모습은 아니었을 듯 하다. '이제야 윤하가 돌아왔다' 싶었을텐데 엉뚱한 걸 하니 걱정도 많이 해줬다. 팬들이 포기 안하고 나를 잘 키워줘서 지금의 앨범이 나올 수 있음에 애틋하고 감사하다."
스스로가 꼽는 윤하의 대표곡은
“최근에서야 ‘사건의 지평선’으로 바뀌었다. (웃음) 너무 감사하다. 그 곡이 잘되고 나서 20년 만에 체조경기장에 입성했다. 해보진 않았지만 결혼식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잊었던 일가 친척 다와서 축하해주는 느낌이었다.
앞으로 도전하고픈 음악적 장르가 있다면
"장르적으로는 원숙해지면 재즈를 해보고 싶다. 언제가 될진 잘 모르겠다. 약간 '맹그로브'에서 '찍먹'처럼 해보긴 했다."
팬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반려가수를 잘 키웠으니 '너무 고생 많았다'고 하고 싶다. 잘 키워준 만큼 보답하고 싶다. 효녀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거다. 아무리 음악을 잘하고 싶고 자본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 없었다면 성장하지 못했을 거다. '이게 안티냐' 싶을 정도일 때도 있지만 모든 것들이 도움됐다. 앞으로도 솔직한 피드백을 부탁한다."
가수 윤하의 또다른 20년을 그리자면
"조용필 선배님처럼 50주년까지 하고 싶다. 20년 하는 것도 생각하면 힘든데 55년쯤 됐을텐데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서 찾아뵐까 한다. 팬들과 나중에 게장을 메뉴로 한 디너쇼를 하자고 약속했는데 언젠가 올 그때까지 잘 살아있어야 한다. 성황리에 잘 치르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