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히는 과학
‘메이커 운동(Maker Movement)’은 아이디어를 자신의 힘으로 직접 구현하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공유·확산시켜 나가는 메이커들의 문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행위인 셈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일찍이 국가혁신전략으로 내세웠고, 국내에서도 새로운 제조 문화 융성의 장(場)으로 기대받으며 정부와 민간 차원의 활성화 단계에 이른 상태다.
창작을 현실로 만드는 즐거움, ‘2024 메이커 페어 서울’
창작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이 모여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창작물들을 소개하고 체험하는 기회의 장의 필요성이 요구되면서, 지난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 마테오에서 첫 번째 ‘메이커 페어(Maker Faire)’가 개최된 바 있다. 행사는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나가며 어느덧 40개국 이상,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개최된 국제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이던 2014년 백악관에서 메이커 페어가 개최되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의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실험예술가들을 중심으로 ‘메이커 페어 서울’ 1회가 개최되었다. 매년 다양한 창작자들이 참여하여 꾸준히 그 규모가 확장되며 2019년 제8회 행사는 메이커 700여 명이 참가해 150개가 넘는 프로젝트를 전시하였고, 관람객도 1만 6천 명 이상에 이르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2020년부터는 행사가 개최되지 않았고, 지난해부터 서울시립과학관 주관으로 재개되어 올해로 10회를 맞이하게 됐다.
10월 12일(토)~13일(일), 양일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울림광장 & 디자인홀 3층에서 개최되는 이번 ‘2024 메이커 페어 서울(Maker Faire Seoul)’은 우주·로봇 등 첨단기술 분야부터 수공예와 DIY(Do It Yourself) 프로젝트, 지속가능발전 분야에 이르는 다채로운 분야에 걸쳐 창작자들의 아이디어가 실현된 작품들을 전시하고,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기쁨’을 나누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유명 과학·공학 대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Geekble)’을 비롯해 민간 창작자와 기업 100여 팀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프로젝트와 아이디어를 선보이며, 과학기술과 예술이 융합된 다양한 전시뿐 아니라 만들기 노하우를 공유하는 세미나,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준비된다.
살아 숨 쉬는 과학을 체험할 수 있는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 운동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미국의 차고(Garage) 문화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 이후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의 확산’이라는 모토 아래 전국에 교육과 체험 중심의 기능을 하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다수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 유만선 현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다. 기계공학도로 국방 개발에 참여하다 2007년 국립 과천과학관의 개관 준비팀에 합류한 것을 계기로 20년 가까운 시간 과학관에서 자신의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지난해 1월 3대 서울시립과학관장으로 부임했다.
팬데믹 여파로 개최되지 못하고 있던 ‘메이커 페어’ 브랜드를 지난해 서울시립과학관으로 가져온 유 관장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허름한 차고에서 컴퓨터를 조립하며 애플이 탄생했듯, 기술적인 혁신은 실은 약간은 가볍게 시작될 수 있다”며 “그래서 다시 시작된 메이커 페어가 ‘풀뿌리 메이커’들을 위한 축제로서 기능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발맞춰 서울시립과학관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과학을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다양한 참여형 콘텐츠로 관람객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하고, 문제에 대한 답변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다. 직접 체험하는 탐구와 발견의 과정을 통해 과학이 살아 숨 쉬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여름에는 ‘인체와 생명의 신비’를 주제로 아동·청소년 과학 교육 프로그램 ‘그로우 업, 바이오 업(Grow up, Bio up)’을 진행했는데, 돼지 폐와 신장 등 동물 신체 기관을 관찰 및 해부하며 신체 기관의 구조와 기능을 알아보는 실험이 참여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유 관장은 “내부 공간 역시 특별 전시장을 새롭게 조성하는 등 지속적으로 변모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간들을 활용해 최근 ‘서울, Meet - 퀀텀: 기초과학실험으로 알아보는 빛의 이중성’을 진행하는 등 여러 전시와 강연을 통해 과학관이 할 수 있는 근본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으로 배우고 몸으로 익히면서 ‘체험’하는 과학을 선사하고 있는 서울시립과학관은 찾아가는 과학관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고자 한다. 2017년 강북권역 과학문화시설 확충을 위해 노원구 하계동에 개관한 이래 다양한 실험실 체험 및 교육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았던 것을 넘어, 다른 권역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지역 주민과 학생·아이들이 높은 접근성으로 같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급속한 기후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찾아야 할 실질적 정답은 과학관에 있다고 전한 유 관장은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하며 말을 맺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지만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슬며시 불어오기 시작했다. 축제의 계절 가을, 서울시립과학관 나들이에 나서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