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이야기를 연구합니다”
“지역 이야기 유산 거점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
이야기 사랑하는 지역 청년들의 성장과 발전 도모
‘이야기를 연구한다고?’ 처음 기자가 든 생각이었다. 물론 이야기도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문 연구소가 있다는 게 참신하게 다가왔다. 취재해보고 싶었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연구할까? 인터뷰를 통해 전북대 이야기연구소는 전북대 국문과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전문성과 지역성을 기반으로 연구와 교육이라는 두 가지 큰 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김도형 신임소장, 정순희 초대 소장, 이정훈 연구교수를 만나 이야기꽃을 피워봤다.
“이야기는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
“세상에 이야기가 없는 것이 있을까요?” 이정훈 연구교수의 말이다. 스토리텔링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의미, 모든 것에는 각각의 스토리가 즉, 이야기가 있다. 21세기 최첨단 기술 시대에도 이야기는 기술을 개발하는 원동력이 된다.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걸 분석하고 풀어내는 연구나 전문가는 부족한 형편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북대 이야기연구소 출범 계기가 된다. 전북대 국문과 고전문학 교수들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2021년 연구소가 설립됐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22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시작은 고전문학이었지만, 현재는 인문학 전반, 연구조사와 분석, 콘텐츠 개발, 무형유산 등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이야기 관련 전문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신임소장이 된 김도형 교수는 “이야기의 인류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지역과 한국사회, 넓게는 국제적 이야기 유산 네크워킹을 구축하여 거점 국립대학의 글로컬 위상을 높이고자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히며 덧붙여 “이야기연구소는 지역 이야기 유산 거점 플랫폼으로 성장하여, 이를 통해 교육, 창작, 출판, 영상, 웹툰, 관광자원 등의 이야기 산업을 이끌어 지역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미 전통 놀이 관련 고전문헌 감수와 콘텐츠적 변용, 수몰민 조사, 정조 능행의 무형유산적 가치 등을 논의했고 지난 3년간 전북 14개 시군 스토리랩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전문성, 대중성, 지역성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전대지’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23년 진행한 ‘전대지23’에 이어 ‘전대지24’에서는 ‘건지산과 전주, 변산반도와 시문, 벽골제와 농민의 삶, 최치원 설화의 전북적 위상, 남원의 고전소설, 순창의 설공찬전, 장수 이야기, 새만금지역의 수몰과 간척’이라는 주제로 전북의 8개의 고전 서사를 재발견하는 강의가 진행됐다. 이미 ‘전대지25’ 사업비까지 확보하여 이야기연구소 총서도 간행예정이다. 정순희 초대소장은 “연구소의 전문 교수진들이 지역의 이야기 유산을 연구하며, ‘전대지환(전문성, 대중성, 지역성, 환원성)’의 정신을 기반으로 활동합니다. 청년공동체 이공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장학금으로 환원해 지역인재 육성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성장한 것도 연구소 소속 교수님들의 기부와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들의 이야기, ‘우만메’, ‘이공우’
인터뷰하며 이정훈 연구교수가 ‘우만메’, ‘이공우’를 자주 이야기한다. ‘무슨 말이지?’ 기자는 처음 듣는 낯선 단어다. 알고 보니, ‘우리만의 메르헨(우만메)’, ‘이야기 공동체 우만메(이공우)’의 줄임말이다. ‘우만메’는 연구소의 대표적인 이야기 모임으로 매주 1시간씩 ‘한국구비문학대계’ 속 설화를 읽고 줄거리를 정리하고, 단어정리와 단상을 적는 프로그램이다. 이 모임을 이끄는 이정훈 연구교수는 “우만메 활동은 이야기 연구를 하는데 필요한 분석과 직관을 훈련하는 기회가 됩니다. 설화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등의 교재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의 장점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고, 이를 통해 연구역량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 연구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만메’의 핵심 인력으로 파생된 모임이 ‘이공우’인데, 설화 읽기는 물론, 모여라 이야기 극장, 논술 프로그램 교재 개발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전북 청년공동체활성화 사업에 지정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특히, 논술 교재 개발은 상업화를 목표하고 있어, 설화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대중들이 이를 향유할 수 있는 교육콘텐츠 개발이라는 수익사업 가능성이 있어 연구소 기대가 크다. “설화가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며 이야기 유산 연구 능력을 갖춘 청년들에게 많은 일자리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대지’를 통한 현장경험과 이야기 극장, 설화논술 프로그램, 세미나 등을 통한 청년들의 연구역량 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리 이야기연구소에 많은 청년이 관심을 두고 참여해주길 바랍니다”
“이야기를 사랑하고, 제자들을 사랑하고 지역을 사랑합니다”
기자와 인터뷰한 정순희, 김도형, 이정훈 교수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꼬리에 꼬리는 무는 그들의 이야기만큼 그들의 이야기에 대한 사랑도 무한하리라. 제자들에 대한 애정도 각별했다. 인문학 위기 속에서 후속세대 양성이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그들은 제자들을 향해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가 돼 있는 듯했다. 특히 지역소멸을 이야기하는 이때, 지역의 정체성이 물씬 묻어나는 고전 설화를 발굴하고 연구해, 차별화된 지역 청년 인재를 양성한다는 것은 지역의 청년 유입을 돕는 연구소의 장기적 로드맵이다. 혼자 가면 빠르고, 같이 가면 멀리가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연구나 인력양성에서는 두드러지게 활동하고 있으나, 이제는 지역, 산업체, 기관 등과의 협업을 고민하고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잘 만들어진 이야기에 첨단의 옷을 입히고, 지역의 정체성과 지역 거점 대학의 역할이 더해진다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북대 이야기연구소는 우리의 혼을, 전통을, 이 시대의 청년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가 앞으로 어떤 힘을 발휘할지, 그들의 재밌는 이야기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