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소크라테스를 인공지능으로 부활시키려는 혁신가들
[이슈메이커] 소크라테스를 인공지능으로 부활시키려는 혁신가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9.02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공지능 시대, 왜 다시 소크라테스인가?
글로벌 전문가와의 협업 바탕으로 소크라테스 철학 구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소크라테스를 인공지능으로 부활시키려는 혁신가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서구 문화의 철학적 기초를 마련한 성인(聖人)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2500년 전 아테네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면 그는 지극히 기이한 인물이었다. 누더기 옷을 입고 신발도 신지 않은 채 시장과 광장을 돌면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일상이었고, 마땅한 경제 활동도 하지 않아 아내인 크산티페와 티격태격 싸우는 일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평생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아 제자인 플라톤이 그의 사상을 글로 적어 세상에 전파해야만 했다.

 

(위) 강양석 딥스킬 대표 ⓒ딥스킬(아래) 조호연 딥스킬 연구소장 ⓒ딥스킬
(위) 강양석 딥스킬 대표 ⓒ딥스킬(아래) 조호연 딥스킬 연구소장 ⓒ딥스킬

 

불필요한 생각을 덜어내며 핵심을 찾아가는 방법
그럼에도 그는 왜 오늘날 여전히 ‘인류의 위대한 스승’으로 불리는 걸까? 해답은 델포이 신전의 신탁에 잘 나와 있다. ‘이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처럼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 안다고 여기는 현자보다 ‘무지의 지(知)’가 현명하다는 걸 깨달은 그는 상대에게 질문을 반복해 답변이나 인식에 숨은 모순과 무지를 드러나게 했다. 끝없이 묻고 답을 찾고자 한 근원적인 ‘질문자’였던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정보의 홍수’를 헤엄치고 있는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초 단위로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전례 없는 속도로 고도의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속에서 ‘불필요한 생각을 덜어내며 핵심을 찾아가는 방법’이 무엇보다 인류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너무나도 많은 정보를 앞에 두고 그저 고급 분석 기법을 쓰는 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거라 믿는 대신, 철학적 사유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데이터 과학을 말하며 스스로 진리를 검증하고 엄정하게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시민들의 실리적 요구에 부응해 학문적 진리 대신 출세 지향적 언변 중심 기술을 전수한 소피스트와 달리, 논박과 산파술을 통해 ‘아레테(arete)’를 추구하고자 한 소크라테스의 대립과도 유사해 보인다.

 

끝없이 묻고 답을 찾고자 한 근원적인 ‘질문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정보의 홍수’를 헤엄치고 있는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딥스킬
끝없이 묻고 답을 찾고자 한 근원적인 ‘질문자’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정보의 홍수’를 헤엄치고 있는 현시대에도 유효하다. ⓒ딥스킬

 

기술의 발달, ‘똑똑한 소수’의 필요성 불러와
사고가 언어로 고착화된 형태로서의 ‘답변’보다 창의적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질문’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 시대 소크라테스의 철학은 그래서 중요하다. 이에 대해 딥스킬 팀의 강양석 대표는 “기술이 발전하고 데이터가 늘어나는 만큼 생각하는 힘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AI와 데이터의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는 판단력의 양극화”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판단력’은 기업이 인재를 뽑아 교육하고, 성과를 내게 하는 방면에 있어서도 무척 중요한 문제다.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달할수록 ‘똑똑한 소수’가 생존하는 식으로 산업계가 바뀌고 있고, 시나브로 기업의 생산 활동에서 ‘인적 자원’이 담당하던 근본적인 역할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공학적으로 이해하는 것보다 종합적인 순수 사고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사고력을 측정하고 육성해야만 하는 과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를 연습할 수 있는 서비스의 수요도 뚜렷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미국의 맥킨지 & 컴퍼니와 코카콜라, 골드만삭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신입사원 때부터 모바일 게임과 유사한 테스트 방식으로 입사 지원자의 사고력 측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 교육 현장에서 판단하고 논증하며 치열하게 타협하는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해주지 못하고, 지식과 도구의 사용법 일색의 교육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딥스킬(www.deepskill.io)은 해외 인공지능 전문가는 물론 철학자 및 국문학자들과 오랜 시간에 걸친 협업을 통해 ‘딥퀘스트’ 서비스를 개발해 주요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딥스킬
딥스킬(www.deepskill.io)은 해외 인공지능 전문가는 물론 철학자 및 국문학자들과 오랜 시간에 걸친 협업을 통해 ‘딥퀘스트’ 서비스를 개발해 주요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딥스킬

 

소크라테스 문답법 기반 데이터 사고력 훈련 서비스, ‘딥퀘스트’
딥스킬 팀이 운영하는 소크라테스라는 인공지능은 그래서 탄생했다. 그들은 현재 소크라테스 논박술과 산파술 구현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딥퀘스트’ 서비스를 개발해 주요 공공기관 및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핵심은 인공지능이 학습자의 답변을 충분히 이해하고 가장 뾰족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뾰족한 질문이 단발적인 것이 아니라, 모범 정답으로 이끄는 전략적 질문기법 역시 필요하다.

  이로 인해 딥스킬은 개발 과정에서 해외 인공지능 전문가는 물론 철학자 및 국문학자들과 오랜 시간에 걸친 협업을 진행했다.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만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구현할 수 있는 게 아닌, 철학적·논리적 사고와 생각의 구조화에 대한 높은 이해가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더 많은 지식을 주는 답변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오답과 정답을 깨달아 갈 수 있도록 연속적이고 전략적인 질문을 하도록 해 소크라테스의 논박과 산파술의 철학을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글로벌 전략 컨설턴트 출신으로 글로벌 1억 명 서비스의 CSO와 인공지능 상장사 COO를 거친 강양석 대표와 대기업 전략기획팀 출신의 데이터 과학자인 조호연 연구소장의 풍부한 경험과 폭넓은 네트워킹도 바탕이 되었다. 또한 딥퀘스트 서비스 출시 전 지난 몇 년간 국내 대기업 임원 및 핵심 인재를 대상으로 사고력 중심의 데이터 과학을 강의해오면서 학습자들이 어떤 점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현장에서 직접 겪은 것도 도움이 됐다. 두 사람은 “객관식으로 측정하는 사전 편찬식 지식의 유통기한이 얼마나 짧은지를 본능적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며 “객관식과 주관식을 넘어 문답식 교육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의기투합하게 된 팀”이라고 딥스킬을 소개했다.

  딥퀘스트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시장 진출을 도모할 예정이다. 국내를 넘어 소크라테스식 문답법의 가치를 공감하는 해외 개인 고객과도 만나고 싶다고 전했는데, 강 대표는 하나씩 결과물을 쌓아 ‘지구상에 객관식 문항을 없애버리는 것’이 포부라고 전하며 말을 맺었다. 우리는 지금 소크라테스 문답법을 가장 잘 구현한 글로벌 서비스의 탄생이 한국에서 시작되고 있는 걸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