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빅 프로젝트 수행 경험 바탕으로 성장 이어가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베테랑 디자이너가 제시하는 브랜딩의 성공 방정식
‘브랜딩’은 현대 비즈니스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만 하더라도 단순히 로고나 이름을 만드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 브랜딩은 기회를 여는 ‘하나의 열쇠’로 여겨진다. 그래서 기업과 제품, 서비스의 철학을 구축하고 소비자에게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작업은 산업 전반에 걸쳐 시나브로 확대되고 있다.
브랜드 디자인 전문 기업, ‘스튜디오 라자’
브랜딩은 머리에서 시작해 감정으로 느끼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철저히 철학적인 사고와 과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그렇게 효과적인 설계가 진행되어 이야기가 시각화되면 소비자는 명료하게 전달된 그 이미지를 통해 브랜드와 소통하게 된다. ‘나이키’가 광고 캠페인에 신발의 기능을 떠들지 않아도, ‘스타벅스’가 커피 맛을 자랑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해당 브랜드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한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브랜드 디자인 전문 기업 ‘스튜디오 라자’의 이재훈 대표는 ‘맥락(Context)’과 ‘의도(Intention)’라고 강조한다. 브랜딩을 바라보는 관점이 훨씬 고도화되면서 단순히 디자이너의 감각과 심미적 역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또는 브랜드의 의도를 파악한 기획에서 비로소 공감하고 지속성 있는 브랜드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전략적’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브랜드 전략과 네이밍, 디자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던 이 대표가 전하는 올바른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해 소개한다.
현재의 ‘스튜디오 라자’를 설립하기까지의 여정이 궁금하다
“1996년부터 사회생활을 했으니 어느덧 3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처음 시작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아이덴티티 디자인을 도입한 선구자이신 조영제 서울대 교수님이 꾸리셨던 ‘조영제 디자인 연구실(현재 CDR)’에서 활동하셨던 조종현, 김현 디자이너님과의 인연에서부터다. 두 분이 제 ‘사부님’이라 할 수 있는데, 각각 운영하시던 더그래픽스와 디자인파크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당시가 ‘벤처붐’이 불던 시기였던지라 다양한 기업과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이후 브랜드 컨설팅 기업 브랜드메이저에서 부사장직을 10년 가까이 역임한 뒤 독립해 스튜디오 라자를 설립하게 됐다. 여담이지만 ‘라자(lajah)’라는 네이밍은 전 회사의 창립자이시자 네이밍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황은석 대표께서 지어주셨다”
창업을 결심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어찌 보면 늦은 나이에 시작한 창업인데, 사실 사업적인 측면보다는 학구적 갈증이 컸던 이유일 것이다. 처음 제가 디자인을 배우고 일을 하던 때만 하더라도 비주얼 적인 완성도에 몰입하는 경향이 컸다면, 점차 브랜딩의 개념이 고도화되면서 전략적 디자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게 되었고 전략과 디자인의 결합에 의한 브랜드 완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자 하는 갈증이 생겼다”
‘전략적 디자인’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앞서 말했듯 브랜딩의 개념이 세밀하게 발전하고 ‘토탈 브랜딩’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면서, 단순히 디자이너의 일관성 있는 디자인 작업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디자인 전 단계에서 올바른 브랜드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전략이 중요해졌다. 아울러 이를 위해선 ‘맥락(Context)’과 ‘의도(Intention)’가 중요하다.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 과정에 필요한 맥락과 의도에 맞는 디자인 전략이 선행된 후 디자인으로 풀어내 마케팅 단계까지 일관성 있게 집행이 되어야 브랜드 자산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것이다. 막연히 디자이너의 색깔, 개인의 취향에만 집중하다 보면 처음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정체성 불명의 브랜드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점차 이해가 된다
“라자가 추구하는 방향은 전략적 디자인을 바탕으로 기본이 탄탄한 브랜드를 만들어 그것이 오랜 시간 사랑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브랜드의 생명력이 짧아지면, 브랜드에 속해있는 수많은 인원과 그에 따른 재화가 모두 비용 부담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저성장 시대라면 더 절실하지 않을까? 그래서 스튜디오 라자는 모호한 디자인 취향과 심미적 차별성만이 아닌, 보다 의도에 부합하는 객관적이고, 전략적 크리에이티브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디자이너의 창의력이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디자이너의 역할이 세세하게 변화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좋을 듯하다”
아무래도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중요할 것 같은데
“물론이다. 결국 브랜딩이란 클라이언트 또는 제품의 욕망 표현이고 이를 잘 전달되게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다만 주장이 첨예할 경우, 원활한 소통을 위해 디자인 의도를 말로 주장하기보다는 단계별 시각적 백업 데이터를 제공하며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객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방식으로 설득하면 대부분 전문가의 의견을 공감하시는 편이다”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처음 창업 단계부터 빅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던 편이다. 두산그룹이 CI를 교체할 때 기존에 있던 사각형 모양의 블록 3개를 빼고 로고만 남겨 기존 그룹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그룹의 모습을 하나의 색상으로 변경하는 것이 이슈였는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2년 넘게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골프 대회 ‘두산 매치플레이’의 로고 변경 프로젝트도 최근까지 수행했다. 롯데그룹이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 조성하려 했던 복합타운 내 테마파크의 CI와 어트랙션 BI 개발을 3년 넘게 진행했는데, 개발이 다 끝났음에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라는 외교적 문제로 결국 사업이 중단된 아쉽고 안타까웠던 적도 있다”
굵직한 작업에 대한 경험이 곧 회사의 경쟁력이라 여겨진다
“그렇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많은 변수들과 마주하며 큰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경험은 스튜디오 라자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클라이언트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서다. 언급했듯 저희는 오랜 시간 공감하고 사랑받는, 의도가 살아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기업이고자 하고, 이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또 한 가지 라자의 차별점이자 가급적 지키고자 하는 디자인 원칙을 꼽자면 28년간 일을 하면서 쌓인 어마어마한 스케치 작업물을 백업 자료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브랜드는 저마다 위치와 상황,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의도의 시기와 속도가 제각기 다르기에 새로운 프로젝트는 반드시 새롭게 그려야 한다는 저만의 철칙 때문이다. 그래서 영감을 얻기 위해 인문학적 소양을 쌓거나 디자인 이외의 분야에서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들에서 차별화된 요소를 발굴하여 이를 시각적 접근법과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전해준다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전략적 디자인에 대한 내재화를 더욱 체계화하는 것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내부 구성원과 협력 업체와의 소통, 그리고 클라이언트의 다양한 요구에 충족하기 위한 더욱 유기적인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다져나가고자 한다. 단순히 사람을 많이 채용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러 시도를 통해 스튜디오 라자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쌓아나가려 한다. 사업적인 측면을 떠나서 개인적인 목표는 업에 대한 접근법이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기에, 이에 맞춰 새로운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하며 새로운 디자인 트렌드에 대한 정의와 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저를 다듬고 격려해주신 조종현, 김현, 황은석 사부님, 더불어 이분들과 인연을 만들어주신 올봄에 작고하신 제 은사님, 박노석 교수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스튜디오 라자를 믿고 용감히(?) 저희의 디자인을 선택해주신 고객사에 무엇보다 감사드린다. 열정적인 클라이언트가 열정적인 브랜드를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걸 진심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탁월한 역량을 통해 꿈을 펼치고 있는 수많은 후배 디자이너에게, 문제해결에 있어 늘 ‘인지상정’의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접근하고 호기심과 집요함으로 꾸준히 경험을 쌓다 보면 그러한 생각들이 결국 자신의 브랜드 구축에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조언하며 말을 맺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