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청년 작가와 동반 성장하는 공간 마련 목표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같이’의 가치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다
대한민국의 문화 경쟁력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말이 있다. 그저 자긍심을 채우기 위한 흔하고 뻔한 구절로 여겨져 피부로 와닿지 않던 때도 있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고유의 독창적인 문화가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작금의 상황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장인정신 깃든 공예품 제작하는 아트컴퍼니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로 시작된 ‘K웨이브’가 전방위로 분야를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K공예’다. ‘공예(工藝)’는 생활 속에서 쓰임의 기능과 아름다움의 미적 장식 기능을 조화시키는 조형미술의 하나로, 늘 가까이 있어 그 가치와 의미를 잊게 되기도 했으나 전통문화에 관심이 커지면서 다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국가유산진흥원의 전통문화 상품 매출이 처음으로 100억 원을 달성할 정도로 한땀 한땀 빚어내는 기술의 품격을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통을 시대에 맞게 응용한 이러한 공예품들은 소재가 가진 매력을 선사함과 동시에 지역만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를 드러내기도 한다. 그래서 기념품으로서 관광 활성화를 이끌며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역할도 해낸다. 강원도 강릉시에 자리한 하람디자인을 이끄는 박대겸 대표 역시 동반성장에 큰 관심을 품고 있는 창업가다. 자체 제작 공예품인 이야기를 담은 등, ‘이담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그는 신제품을 통해 강릉을 알림과 동시에 공예인들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공간을 마련해 ‘같이’의 가치 창출도 도모하고 있다. 박 대표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저만의 것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2017년 천안에 있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시작했는데, 출발은 캘리그래피였다. 기본적으로 전통 서예를 바탕으로 하면서, 글씨의 형태에서 그 의미가 전달될 수 있도록 디자인 요소를 접목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이듬해 고향인 강릉으로 돌아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 어떤 활동을 전개 중인지 궁금하다
“‘N잡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우선 캘리그래피 작가로서 활동하며 전시회에 참여하거나 기관의 의뢰를 받아 특강을 나가기도 한다. 아울러 한국미술협회 강릉지부 소속으로 지난해 신사임당 미술대전 캘리그래피 부분 심사위원에 이어 올해는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일은 자작나무 공방 운영이다. 나무 공예품을 만들어 강릉을 비롯해 속초, 아산, 임실 등 다양한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강릉시 문화도시조성사업 ‘작당모의’에 참여하게 되어 ‘제비배설물받침대’를 제작했다”
대표 아이템인 ‘이담등’을 소개해 준다면?
“이야기를 담은 등이라는 뜻을 지닌 ‘무드등’으로 디자인부터 인쇄, 레이저 재단, 각인, 납땜, 옻칠, 매듭까지 직접 하는 수공예 작품이다. 한지에서 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매력이며 제품마다 각 지역의 특색이 담겨 있어 관광기념품으로 수요가 높다. 완제품 형태 외에 DIY 키트로도 만들어져 주요 관광지나 학교에서 체험 재료로 활용된다. 이와 함께 ‘사임당 빛의 정원’이라는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신사임당이 그린 ‘초충도’를 저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하여 패턴화해 완성했고 이를 통한 해외 진출도 도모하고 있는 상태다”
창업가로서의 철학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열정’이다. 이 일을 너무 사랑하고 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담등을 비롯한 저희 제품에 대한 많은 분의 애정도 지치지 않고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공예품에 담긴 제 손길과 정성을 알아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밤샘 작업도 마다하지 않고 최상의 퀄리티를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과 포부를 제시해 달라
“앞서 말했듯 단기적으로는 공예품을 통한 해외 진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연 매출 10억 원 이상의 공장형 공방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저와 같은 청년 작가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보고 싶다. 신진 작가나 초기 창업가의 경우 자신의 것을 어떻게 판매해야 할지 몰라 막막한 경우가 많다. 저도 그러했는데,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품 개발 교육부터 브랜드 입점까지 이어져 이분들이 잘 안착한다면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강릉 지역사회와도 상생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감사한 분들이 있다면
“창업 초기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충남문화산업진흥원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 그리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강릉과학산업진흥원, 강릉문화재단, 강릉관광개발공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여러 기관이 제 아이디어를 인정해주시고 지원해주셔서 이겨낼 수 있었다. 거창하지는 못하더라도 고용 창출이나 작가와의 상생과 같은 방법으로 환원하고자 한다. 아울러 응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모님과 도약을 위해 여러모로 도움을 아끼지 않으시는 강릉 공대카페 대표님께도 이 자리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