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첫 단추부터 ‘민생’은 빠졌다
[이슈메이커] 첫 단추부터 ‘민생’은 빠졌다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6.2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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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으로 시작한 22대 국회
우원식 의장 “협상 임해달라”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첫 단추부터 ‘민생’은 빠졌다
 

지난 5월 30일 문을 연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파행과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거대 야당은 ‘단독 개원’과 ‘단독 국회의장 선출’, ‘단독 상임위 배정’을 강행했고 이에 여당은 최단기간 내 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유례없는 기록들을 남기고 있다. 민생현장은 방치하고 국회가 제 기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국회
ⓒ대한민국 국회

 

‘반쪽 개원’ 속 거대 양당 극한 대립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이 넘는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를 단독 개원했다. 이후 6월 10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제22대 국회 전반기 운영위원장에 박찬대 의원, 법제사법위원장에 정청래 의원 등을 선출하는 내용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선출 안건을 통과시켰다. 특정 정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 운영위원장을 독식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 없는 원 구성에 항의하며 본회의에 불참했다. 이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면서 상임위를 포함한 국회 의사 일정 역시 전면 거부했다.

  두 당은 국회가 개원하기 전부터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17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사위원장은 다수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맡는 게 맞고 그게 이번 총선의 민심”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역사 5월 6일 같은 프로그램에서 “민주당은 제21대 국회에서 180석의 거대 의석수를 가진 제1당이었음에도 운영위와 법사위를 양보하다 보니 민생 입법이나 특검과 같은 부분에서 실기한 사례가 많았다”며 “법사위와 운영위를 확실하게 가져가겠다”고 했다.

  이에 반발한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는 4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를 다시 민주당이 가져가겠다고 하는 것은 여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오만함의 발상이며, 입법 폭주를 위한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무소불위의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이번 임시회 회기에 통과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이번 임시회 회기에 통과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에 목을 매는 데는 상임위의 ‘상원’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법사위원장이 갖는 ‘파워’도 클 수밖에 없다. 법안 상정 권한과 의사 진행 권한 등을 가진 법사위원장이 회의를 열지 않거나 법안 상정을 거부하면 아예 법안심사를 진행할 수 없다. 민주당이 위원장을 차지한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6월 17일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단독 개최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및 사건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을 상정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야당의 일방적 상임위 운영에 항의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불참했다. 

  이를 비롯해 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이른바 ‘2특검·4국조’를 공식화할 방침을 정했다. 2특검은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2국정조사는 채상병 국정조사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국정조사다. 나머지 2개 국정조사는 방송 장악 및 동해 유전 개발 국정조사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채상병 특검법을 이번 임시회 회기에 통과시키는 것이 민주당의 목표”라며 “특검에만 기대지 않고 국정조사도 병행해 진실을 밝혀내겠다. 잘못 있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일벌백계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회 개원 초반부터 거세지는 민주당의 압박에 뾰족한 타개책이 없는 국민의힘은 ‘호소 전략’에 나섰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고, 1987년 체제 이후 쌓아 올린 의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원칙을 깔아뭉개 버렸다”며 “이재명 대표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고자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민의의 전당을 인질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고, 1987년 체제 이후 쌓아 올린 의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원칙을 깔아뭉개 버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식하고, 1987년 체제 이후 쌓아 올린 의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원칙을 깔아뭉개 버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입법 전쟁’의 명암
개원 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은 ‘입법 전쟁’이다. 300명의 여야 의원들은 개원 첫날부터 각종 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월 12일 정오 기준 22대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의 수는 총 367개다. 하루 평균 26.2개꼴로 새 법안이 발의되고 있는 것인데, 의원 300명 중 133명이 1개 이상의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가장 먼저 국회 의안과에 접수된 법안은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다. 서 의원은 개원 나흘 전부터 의안과 앞에서 대기를 하며 22대 국회 ‘1호 발의 법안’ 타이틀을 따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도 헌법에 규정된 이동권을 동일하게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국회엔 개원 첫날 47개의 법안이 쏟아져 발의됐다. 26명의 여야 의원들이 1개 이상의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영화평론가 출신 민주당 비례대표 강유정 의원은 가장 많은 5개를 쏟아냈다. 2주간의 기간을 통틀어 가장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의원은 3선의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다. 그는 영부인 등 고위공직자 배우자가 금품을 받을 시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포함해 총 13개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으로는 4선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11개로 많았다. 한 의원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와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국가경쟁력 약화 및 존립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한 패키지 법안 9개를 한꺼번에 제출했다. 재선의 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3선의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각각 9개로 뒤를 이었다.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당의 협상을 촉구했다. ⓒ대한민국 국회
원 구성을 두고 여야가 대립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당의 협상을 촉구했다. ⓒ대한민국 국회

  복수 의원들에 의해 가장 많이 발의된 법안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었다. 총 13개의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법안 간 내용이 중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역시 여성의 출산 시 배우자의 충분한 휴가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수 중복돼 있었다. 물론 법안을 입안하는 단계에서 이미 제출된 다른 법안에 같은 내용이 있으면 제출하지 못하도록 국회 규칙에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자구를 일부 수정하거나 간단한 수치를 변경해 발의하는 것까지는 제한하지 못해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특검 정국이 펼쳐진 상황에서 ‘특검법안’도 5개가 발의됐다. 민주당에서 3개, 국민의힘 1개, 조국혁신당에서 1개를 각각 발의했다. 대통령의 특검법안 거부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기존의 ‘개별특검’이 아닌, 국회 본회의 의결 직후 발효되는 ‘상설특검’을 강화하는 법안도 민주당 의원들에 의해 발의된 상태다. 국민의힘은 헌정사상 최단기로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대표 발의로 의원 108명 전원이 해당 결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22대 국회 개원 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은 ‘입법 전쟁’이다. ⓒ대한민국 국회
22대 국회 개원 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전쟁’은 ‘입법 전쟁’이다. ⓒ대한민국 국회

  의원들의 활발한 입법 활동은 지향해야 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발의’ 자체에만 치중된 경쟁적 분위기에 대해선 그동안 꾸준히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본질은 발의한 법안들의 최종 처리 정도라서다.

  실제 지난 21대 국회에선 4년 동안 총 25,857개의 법안이 발의돼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법안들의 최종 처리율은 36.6%를 기록해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계류 상태에 있던 16,378개 법안은 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로 인해 법안 발의를 계량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발의 대비 가결 비율을 보고 의정을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이준한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글자만 몇 개 바꾸고 법안을 반짝 발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다보니 발의된 법안들 중 쪼개기나 중복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법안 수가 많아지니까 가결률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 의원들을 보면 임기 중에 법안을 총 10개도 발의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발의의 양으로 평가하지도 않을뿐더러 기존의 법을 새롭게 바꾼다고 다 좋은 일도 아니기 때문”이라며 “법안을 발의할 때 의원들의 마인드를 변화시키려면 의정 평가 기준부터 손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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