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닻 올라간 ‘한국판 나사(NASA)’
[이슈메이커] 닻 올라간 ‘한국판 나사(NASA)’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6.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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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빈 초대 청장 내정자, “민간과의 역할 분담 재정립”
아르테미스 참여해도 아직 중심에는 도달 못 한 한국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닻 올라간 ‘한국판 나사(NASA)’

대한민국의 우주개발과 산업을 총괄 책임질 우주항공청(KASA)이 5월 27일 경남 사천에서 문을 열었다. 이번 개청으로 국내 우주기술 전반의 연구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주요 20개국(G20) 중 우주 전담 기구가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는 점에서 향후 우주산업 시장에서 한국의 역할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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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과 ‘도전’ 키워드로 출발
한국판 미 항공우주국(NASA)을 표방하는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전담 기관으로 관련 분야 정책과 연구개발, 산업 육성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지난해 세계시장의 약 1% 수준인 10조 원 규모의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 주력산업으로 육성해 2045년까지 10% 수준인 420조 규모를 달성하는 데 역할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700개 수준인 우주항공 기업 수를 2,000개까지 확대하고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한항공 등 3개에 불과한 우주항공 관련 100대 기업 역시 10개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2032년 달 착륙, 광복 100주년인 2045년 화성 탐사를 통해 향후 글로벌 우주항공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것을 도모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에는 연간 예산이 7,000억 원이 투입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해온 연구·개발(R&D) 및 사업 등 5,000여억 원이 편성됐다. 여기에 사업 진흥비까지 합치면 7,000억 원 규모로 연간 예산이 마련됐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우주청의 직속 기관이 된다. 우주·항공 분야에서 정부 및 연구 기관이 한데 모여 실질적인 우주산업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취지다.

  초대 청장에는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아울러 우주항공청 행정 업무를 총괄할 차장에는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을, 연구개발(R&D)을 총괄할 임무본부장에는 존 리 전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위 임원을 각각 발탁했다. 윤 내정자는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우주에서 찾기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고 우주항공청 신설 의미를 설명하며 “크게는 미 항공우주국, 작게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있는데 작은 규모에서 단계별로 올라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우주항공청 개청에 대한 높은 기대 속에서도 예산 투입부터 기술력 확보, 산업 활성화까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주항공청 개청에 대한 높은 기대 속에서도 예산 투입부터 기술력 확보, 산업 활성화까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력확보·시스템 안착 등 숙제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예산 투입부터 기술력 확보, 산업 활성화까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달 착륙선을 달 표면에 내려놓는 프로젝트인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프로젝트 중에서는 최첨단 기술이 모두 적용되는데 오는 2032년께 무인 탐사선이 달 표면에 내려앉게 된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그 시기에 이미 사람을 달에 보내 우주기지를 만들어 상주하는 환경을 구축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미국이 주도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오는 2026년에 사람 2명을 월면에 착륙시킬 계획이고 2030년 이전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일본 역시 달 표면에서 우주비행사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할 월면차 ‘루나 크루저’ 개발에 한창이다. 이와 함께 일본 기업인 노키아는 달 전용 4G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역시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이 과제도 포함된다.

 
  한국 역시 2021년 5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서명한 후 우주에서 날아드는 고에너지 입자를 감지하는 ‘달 우주 환경 모니터(LUSEM)’를 제작해 NASA에 보냈다. 다만 일부 관측장비가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곤 국내 우주 산업계 전문가들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2022년 8월 발사된 달 궤도선 다누리호 역시 달에 착륙하기 위한 최적지를 찾기 위해 미국 NASA의 요청을 받아 애리조나주립대가 제작한 쉐도우캠을 탑재해 달을 공전하고 있으나, 역시 향후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로 평가되지는 않는 모양새다. 이런 추세라면 아르테미스에 참여해도 우주 강대국을 쫓아가기만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민간주도적인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 역시 여전히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우주항공청이 NASA나 일본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를 표본으로 삼아 추진하는 만큼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추세를 어느 정도 담아낼지도 확실치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선언적인 ‘민간 주도’보다는 현실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우주항공청이 순항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내정자 역시 “첫발을 내디뎠지만, 강대국과의 격차가 크다. 그 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줄이는 과정에서 어떤 사업을 추진하며 줄여 갈지가 앞으로 핵심적으로 고민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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