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풍자로 다시 태어난 시(詩)
해학과 풍자로 다시 태어난 시(詩)
  • 박진명 기자
  • 승인 2017.03.31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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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과 풍자로 다시 태어난 시(詩)
[이슈메이커=박진명 기자]

 


해학과 풍자로 다시 태어난 시(詩)

‘디지털 구텐베르크 혁명’이 시의 경계를 허물다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인들이 인기다. 대표적으로 ‘시팔이’라고 불리는 하상욱 시인은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마음에 와 닿는 시들로 일상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그를 이어 이환천, 최대호 등 SNS 젊은 스타 시인들이 탄생하며 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한 켠을 장식하기도 했다. SNS 시의 돌풍은 해학과 공감, 그리고 유쾌한 반전에서 시작했다. 

 


 





엉뚱함이 만들어낸 기발함이 몰고 온 시 열풍

SNS 속 시들은 일상적인 소재지만 기존의 언어가 아닌 기발한 언어들로 이루어져있다. SNS 시인의 원조라 불리는 하상욱 시인은 2012년 자신의 트위터에 ‘잠’이란 이름의 시를 올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시는 일상 속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촌철살인 한 마디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낸다. SNS 인기에 힘입어 그는 ‘서울시’라는 제목의 시집을 출간했고, 이 책은 지난 10년간 시집들 가운데 총 판매 순위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SNS의 영향력을 평범한 소재에서 멈추지 않았다. 젊은 청년들은 암울한 현실을 재치 있게 꼬집어내는 그의 시에 열광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글 라임 맞추는 것도 싫어질 지경’이라는 글에 ‘직업의 위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는 JTBC가 보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차움의원 이용 당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풍자였다. 이 외에도 ‘보면서도 못 믿겠다’라는 글에 ‘뉴스’라는 제목을 붙이고 ‘이제 그만 물러나요’라는 내용과 ‘정지선 위반’의 제목을 올리는 등 현 시국에 대한 ‘하상욱다운’ 풍자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제 2의 하상욱이라 불리는 최대호 시인은 최근 ‘읽어보시집 시즌2’를 발간했다. 그의 첫 시집인 ‘읽어보시집’이 2015년에 발간 된 후 약 2년만이다. 그는 연애를 소재로 짧지만 강한 반전을 추구한다. 그의 시는 주로 투박하고 엉성하게 쓴 그의 손 글씨와 함께 SNS에 올라온다. 그는 타이핑한 글자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이 독자들의 강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이환천의 문학살롱’의 주인공이자 케이블 채널의 예능 프로그램인 ‘SNL 시즌7’에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환천 작가는 경상도 사투리가 가미된 말투로 이루어진 시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매주 금요일마다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인 ‘이환천의 문학살롱’에 줄노트에 또박 또박 적은 글씨로 적은 시를 올린다. 그의 시는 음수율을 정확히 맞춰져 있고 시에 맞는 패러디 그림으로 흥미를 더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상과 맞물린 인기 

SNS에서 인기를 끈 시들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교보문고의 보고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교보문고 시 분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8%가 증가하며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고영수 회장은 “2010년에 700여 종에서 2015년도에 1,660여 종으로 꾸준하게 시집 발간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 서점에서도 시집을 구입하려는 경향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지난 2016년 상반기에 ‘SNS시’를 소재로 한 전시회를 열며 SNS시 열풍에 동참했다. 전문가들은 SNS와 단문 메시지에 익숙한 젊은 층들이 단시간에 소비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최대호 작가는 “글을 읽기에는 시간상으로 부담되는 현대인들에게 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짧은 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기성 시단은 SNS 시를 ‘시가 아니다’라고 비판하지만, 문학적 가치가 부족할지언정 젊은 층들을 시의 세계로 끌어들였다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SNS 시의 인기는 시 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시집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시집 판초판본 시집 발간과 SNS를 통한 필사에도 힘을 입었다. 특히 윤동주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출간된 1955년판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한 달 만에 15만부가 팔려나갔다.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백석의 ‘사슴’도 각각 10만 부, 2만 5,000부가 팔렸다. 뿐만 아니라 필사 열풍도 한 몫 거들었다. 김용택 시인의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는 시인이 직접 고른 101편의 시를 감상하고 직접 써볼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시 필사 바람을 이끈 책이다. 필사 책들은 현재 시중에 40종 넘게 나와 있을 정도로 독자들의 반응을 꾸준히 얻고 있다. ​

대중적으로 급상승하는 시의 인기는 각박한 삶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결국 위로받는 수단이 시라는 장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시가 읽히지 않는 시대’라는 자조가 무색하게도 SNS 시는 일반 대중 독자들까지 문학을 친근하게 접하도록 했다. SNS를 동반한 ‘디지털 구텐베르크 혁명’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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