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과 국가재난관리체계 II] 조류독감과 구제역의 위험지대
[국민안전과 국가재난관리체계 II] 조류독감과 구제역의 위험지대
  • 이민성 기자
  • 승인 2017.03.3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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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민성 기자]


 

조류독감과 구제역에 무방비로 당한 대한민국

 긴급 재난 방지 체계 구축 등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


   

지난겨울, 연달아 발생한 조류독감과 구제역은 국내 축산농가는 물론, 서민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웃 국가인 일본의 경우, 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피해가 작지만, 국내 사회는 적절한 대응의 실패로 대량의 가축 살처분과 달걀값 대란, 그리고 생활 물가 상승이라는 문제점으로 이어졌다. 이에 해마다 반복되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문제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가축 전염병 


최근 국내 사회의 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며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가져온 사회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6년 11월에 발병한 조류독감은 국내 축산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준 것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물가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 이번 조류독감 사태는 역대 최악의 가축 전염병으로 기록됐으며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가축 전염병 유행이 만들어낸 다양한 문제점이 국내 사회에 미칠 각종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 또는, AI(Avian Influenza)로 불리는 조류 독감은 주로 닭이나 오리와 같은 조류에게 발병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을 말한다. 철새 등 야생조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 독감은 서해안 철새 도래지를 중심으로 발생하며 매년 국내 사회의 심각한 문제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말부터 2008년 2월까지 등장한 조류독감은 고병원성 AI(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A, H5N1)로 분류되며 인체 전염 가능성을 지녔다. 고병원성 AI는 인체 감염 시 높은 사망률을 지녀 세계 각국의 의학계가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며, 지난 11월 유행한 조류독감의 경우 고양이에 전염된 특이 사례가 발병에 시민들의 공포감을 더했다.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조류독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육 중인 닭과 오리 3,376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는 닭과 오리를 비롯한 국내 가금류 1억 8,000만 마리의 17%에 해당하는 수치로 닭의 경우 줄어든 비율이 20%에 달한다. 특히 산란계에 집중적으로 발병한 조류독감은 설 연휴를 전후로 달걀값의 폭등을 불러왔다. 

 
한편, 조류독감 발병 후, 3개월이 지난 현재 축산업계는 다시 등장한 구제역에 의해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5일 충청북도 보은군을 중심으로 시작된 구제역 문제와 조류독감으로 인한 피해로 국내 축산농가들은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 ‘구제역(Picornaviridae Aphthovirus)’은 세계 최초로 발견된 동물 바이러스로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된다. 가축 전염병인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 돼지 등 우제류 동물의 입과 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후 최대 55%에 달하는 치사율을 나타낸다. 구제역에 걸리는 가축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취약한 종류는 소이며 정부는 지난 2월 구제역 발병 후 현재까지 1,425마리의 가축을 살처분했다.

 
 

조류독감과 구제역의 후폭풍


조류독감으로 인한 가금류 시장의 축소는 닭과 오리에서 나오는 달걀의 감소는 물론, 육류 가격의 전반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소비가 많은 국내 생활 물가의 상승을 견인했으며 요식업계를 비롯한 시장 경제에 문제점을 야기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6년 11월 달걀 한 판(30개)의 평균 가격은 5,558원으로 조류독감 발병 이후 2개월이 지난 2017년 1월 2일에는 8,251원까지 상승했다. 조류독감 피해를 직접 받은 충청도의 경우 충북이 200%, 충남은 150%로 각각 가격이 증가했다. 수도권의 식품 소매점에는 달걀 한 판이 10,000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으며, 일부 지역의 경우 15,000원의 가격표도 등장했다. 이후 닭고기와 달걀에 대한 시장 물가 상승은 설날을 맞아 더욱 심해졌다. 정부는 지난 1월 14일과 22일, 물가 안정화를 위해 미국산 달걀 300톤을 수입하는 등 가격 대응에 나섰다. 수입 당시 9,500여 원에 팔리던 달걀은 3월 4일 기준 현재 절반 이하인 4,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조류독감으로 인해 유통되지 못했던 국내산 달걀이 풀리며 설 이전 만원에 육박하던 달걀의 가격이 60% 수준으로 떨어지자 수입 달걀에 대한 수요는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 업계 측의 입장이다. 이에 한 전문가는 “정부는 조류독감의 확산 방지와 물가 상승 방어를 위한 수요 예측 두 분야에서 모두 실패했다”라고 지적했다. 

 
경제학자들은 특정 품목의 가격 상승은 대체재와 보완재의 소비를 견인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닭고기의 대체재인 쇠고기와 돼지고기는 물론, 해산물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소비가 집중되는 설 명절을 중심으로 29개의 차례 품목 중 60%에 해당하는 17개 품목이 상승세를 보였다. 실제 설 차례상을 차리는 데 소모된 비용은 전년 대비 5.2%가량 증가했으며, 평균 비용으로 환산할 경우 1만 100원이 상승한 셈이다. 설 이후 달걀의 가격은 점차 줄어들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살처분이 이루어진 산란계 농가의 정상화는 부화한 지 24주부터 알을 낳는 닭을 특성상 조속한 회복은 힘들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10개월간은 생활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까지 국내 생활 물가는 지난 2월 6일, 충청북도 보은군 지역 구제역의 발병이 이루어지며,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는 가계소득과 소비 감소로 이어져 실질 가계 소득은 지난 2009년의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0.4%)를 기록했다. 또한, 소비자심리지수는 7년 10개월 만의 최저치인 93.3으로 감소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소비 감소를 지속할 경우 2017년 상반기 경제성장률 예상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전년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0%가량 상승해 불황이 지속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들은 경기 침체 속 물가 인상이 이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고착화를 경고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염병에 대한 대응이 취약한 한국


더불어민주당의 김현권 의원이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조류독감이 발병하는 장소는 대부분 일치한다. 따라서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는 철새가 발병 원인일 경우 지난 2016년 11월의 발병은 예정된 결과였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언론과의 대화에서 “가축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국내사회가 막을 수 있는 체계나 실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업무를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의 부재, 방역체계의 허점 때문에 발병할 경우 조기 대처가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의 공백이 역대 최악의 AI를 키웠다는 업계에 반응에 지난 12월, 농림축산식품부의 관계자들은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11월 10일, 고병원성 AI의 발병 확인과 동시에 같은 날 검역본부로 시료를 보냈으며, 다음날 오전 긴급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라고 주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고병원성 조류독감의 발생 차단을 위한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으며 18일 장관 주재로 가축방역심의회, 시·도 부시장과 부지사 회의를 개최해 긴급 방역 조치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장과 달리 같은 기간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일본과 국내 정부의 초기 대응은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조류독감은 지난 10월 28일, 건국대학교의 연구진이 천안지역의 철새 분변 시료 채취를 하며 H5형 조류 독감 가능성을 확인해 검역 본부로 보내면서 시작했다. 하지만 검역본부는 당시 실질적인 대응을 이어가지 않았다. 관련 부처는 11월 16일 충북 음성과 해남지역에서 신고가 접수된 이후 활동에 나서 지역에서 방역 조치가 시행됐다고 주장하지만, 장관 주재의 가축방역심의회는 이틀이 지나서 이루어졌다. 또한,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첫 관계장관 회의는 12월 12일로, 신고 후 27일이 지난 뒤다. 이와 달리 일본의 경우 가고시마 현 철새 분변에서 조류독감이 처음 발견된 11월 18일, 아오모리 현 오리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오전 8시 30분에 함께 접수됐으며, 접수 1시간 만인 오전 9시 30분에 간이 검사로 AI를 확인했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초동 대응을 시작한 일본은 같은 날 오후 9시 AI가 확진되며 오후 11시에 총리관저에 AI 정보연락실을 설치하고 자위대를 투입해 19일 0시 05분부터 살처분을 시작했다. 대응은 밤새 이루어지며 새벽 6시 40분에는 검역검문소가 설치됐다. 일본은 최초 발생지에 대한 대응을 24시간 이내에 완벽하게 마무리한 셈이다. 이날 오후 관계장관회의와 농림수산성에 AI 대책본부를 설치한 일본은 이후 21일 돗토리 현의 철새 분변에서 AI가 발견되며 자체 경보 수준을 최고 등급인 3등급으로 격상하는 등 대응을 이어갔다. 12월 26일 기준, 한국의 가금류 살처분 수는 2,700만여 마리로 일본의 가금류 살처분 수 97만여 마리와 비교해 명확한 차이를 나타냈다. 전북대 수의학과의 조호성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결과가 결국 ‘인재(人災)’라고 역설했다.  

 
정부의 대처는 구제역 문제에도 적절하지 못한 대응으로 같은 지적을 받았다. 1934년, 구제역의 국내 첫 발생 이후, 83년간 이어지고 있는 문제에 정부는 살처분과 백신을 이용한 예방법만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백신을 맞아 항체가 생성된 소들도 구제역에 걸려 이른바 ‘물백신’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가 보유한 구제역 백신은 O+A에 한정되어 있다. 이 백신의 양은 99만 마리 분으로 전체 사육 두수와 비교해 부족한 수치다. 정부는 구제역 확산에 대응하고자 프랑스를 비롯한 해외 백신을 긴급 요청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이어져 축산업계에서는 정부의 대응 실패에 대한 불만에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각계 전문가들이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는 가운데 매년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 문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현 정부의 문제점에 시민들은 불신을 더 하고 있다. 조류독감의 경우 인간에 전염되어 대유행할 수 있는 위험 질병이지만, 긴급 재난 방지 체계를 구축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구제역은 확산할 때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이지만, 초동 대처와 백신을 이용해 예방이 가능한 부분이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점 속에 서민들과 축산관계자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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