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Ⅰ] 앞날 예측하기 힘든 유럽과 중동 국가들
[불확실성 Ⅰ] 앞날 예측하기 힘든 유럽과 중동 국가들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7.03.08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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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도윤 기자]

앞날 예측하기 힘든 유럽과 중동 국가들

 

대선, 이민자, 테러, 외교 등 복합적으로 맞물리며 심화

▲EU(유럽연합)상징기 ⓒpixabay


전 세계인들에게 2017년은 매우 중요한 한해라고 할 수 있다. 올해에 프랑스, 네덜란드 대선,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 등이 있으며, 지난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탈퇴)를 기점으로 다른 유럽국가 내에서도 EU(유럽연합)를 탈퇴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유럽뿐만 아니라 중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이란 대선과 미국과의 외교관계, 요동치는 유가가격 등으로 중동 지역 역시 한치 앞을 예견하기 어렵게 됐다.



 

유럽 내에서 약진하기 시작한 극우파 세력들


최근 유럽 내 총선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간 유럽에 불어 닥친 경제 불황과 실업률 증가, 이민자 문제 등으로 인해 극우정당 지지율이 상승하여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789년 7월 14일에 일어난 프랑스혁명 이후에 프랑스는 우리에게 급진적인 성향을 지닌 ‘인권의 나라’로 인식됐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내 극우파로 알려진 국민전선(FN)의 설립자인 장 마리 르펜은 과거 EU정상회담에서 2차 대전 때 독일 나치정권이 저지른 유대인대학살을 ‘역사에서 사소한 일’이라고 발언해 각 유럽 대표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그의 딸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이번 프랑스 대선후보로 출마해 중도우파인 공화당 출신 프랑수와 피용 전 총리와 에메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삼파전을 벌일 예정이다. 프랑스와 올랑드 대통령이 소속된 좌파 사회당(PS)도 대권주자를 발표했지만,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4%), 10%에 달한 실업률, 파리테러도 연달아 발생한 테러사건 등으로 당의 인기가 떨어져 실질적으로 정권을 재창출하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피용 전 총리가 대선에서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최근 피용 전 총리의 부인이 혈세 횡령으로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게 되면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프랑스보다 앞서 3월 총선을 앞둔 네덜란드는 프랑스보다 우경화 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 후보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는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기소됐으며,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유세 도중에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현재 자유당은 네덜란드 내에서 소수당임에도 제1당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네덜란드의 우경화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제가 당선되면 반이민정책과 더불어 넥시트(Nexit·네덜란드의 EU탈퇴)를 위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입니다”라고 밝힌 적도 있다.

 

 

▲브렉시트(Brexit)는 유럽에서 넥스트(Nexit)와 프렉시트(Frexit)를 불러온 계기가 됐다. ⓒpixabay

 

 

브렉시트로 비롯된 제2의 EU탈퇴 조짐

프랑스 르펜 국민전선(FN) 대표와 네덜란드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유럽에서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반이민정책과 EU탈퇴 등에 유럽인들이 동조했기 때문이다. 르펜 대표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당시 ‘도널드 트럼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된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며 ‘프랑스 국민도 미국처럼 테이블을 뒤엎길 바란다’고 그가 주장하는 프렉시트(Frexit·프랑스의 EU탈퇴)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빌더르스 대표도 역시 EU탈퇴에 대한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영국은 지난해 6월 전체 영국인 중 51.9%가 브렉시트를 찬성해 EU 탈퇴를 선언했다. 이 여파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퇴임하면서 테리사 메이가 영국 총리로 우뚝 서게 됐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운동이 전개됐지만, ‘EU에 부분적으로 가입하거나 반은 머물고 반은 떠나는 일은 없다’는 브렉시트에 대한 메이 총리의 단호한 의사표현으로 브렉시트 무산은 물거품이 됐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은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2.2% 상승했는데, 이는 유로존보다 1.6% 더 높은 수치다. 특히, 8~10월 영국 내 실업률은 4.8%까지 하락해 2005년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브렉시트를 지지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혀 브렉시트에 자국 우선주의 심리가 크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 이후 나름의 안정기에 접어들자 네덜란드와 덴마크, 프랑스 내에서도 EU를 탈퇴하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EU의 발등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특히, 프랑스는 EU 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던 국가기 때문에 프렉시트가 본격화되면 EU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당선된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극우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당초 ‘반난민·반유럽’을 주장했던 극우파인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유력한 대권후보로 거론됐지만, 정작 당선된 것은 중도좌파와 연대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후보였다. 판 데어 벨렌의 부모는 난민 출신으로, 그 역시 스스로를 ‘난민의 자식’이라고 일컬었다. 판 데어 벨렌 차기 대통령은 당선 이후에 ‘나는 EU와 더 가까운 오스트리아를 위해 싸우고, 논쟁했다’고 언급했으며, EU에 의존적인 경제관을 지닌 친유럽주의자이다. 이에 EU의 주요 인사들은 판 데어 벨렌의 당선을 축하해줬는데,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트위터에 ‘명확한 친유럽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승리를 거둔 판 데어 벨렌에게 축하인사를 보낸다’고 썼다. 아울러 ‘그의 승리는 국수주의와 ‘반유럽 포퓰리즘’의 중대한 패배’라며 크게 환영했다. 독일의 지그마어 가브리엘 부총리도 ‘유럽 전체가 마음의 짐을 하나 내려놓았다’며 ‘우익 포퓰리즘에 대항하는 양식과 분별의 명백한 승리’라고 밝혔다.


  그러나 EU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프랑스 철학자인 베르나르-앙리 레비 교수는 “사람들이 현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고 대신 후보 개인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에서 르펜이 당선될 가능성도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 ⓒpixabay

 

 

테러로 점차 고조되는 반(反)이민자 정서


유럽 내에서 EU탈퇴 움직임이 태동하게 된 것은 지난해 시리아 난민 문제와 그간 유럽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유럽인들 사이에 반이민자 정서가 싹텄기 때문이다. 특히, EU 회원국들은  ‘솅겐 조약’이라는 국경 개방조약을 체결했는데, 이로 인해 이민자들에 대한 통제가 느슨한 편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국민투표 부결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게 된 배경에는 이민자 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는데, 실제로 지난해 이탈리아에 유입된 이민자 수가 이미 18만 명에 육박했다. 이민자들을 둘러싼 갈등은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과거 파리테러에 이어 최근 니스테러까지 발생하면서 프랑스 시민들 사이에 이민자들에 대한 반감이 더욱 고조됐다.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했던 독일도 난민들이 저지른 테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쾰른 집단 성범죄, 베를린 트럭 테러 등 범죄와 테러가 일어났는데, 모두 난민들이 주동자였다. 이에 이민자 반대론을 펼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성장하는 데 기회가 된 반면, 이민자들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친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정치적 위기로 다가왔다. 독일 DPA통신이 여론조사기관 포르사와 유거브를 통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 지지율이 52%로 아직까진 건재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앞으로 메르켈 총리가 독일 내 난민·이민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최근 선출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사회민주당·중도좌파) 독일 대통령의 행보에 따라 그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에서 벌어졌던 테러만을 보고 이민자들 중 중동지역의 사람들을 ‘악마’로만 표현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민자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차가운 시선과 불우한 환경 등이 선량한 이민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돌변하게 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2005년 파리 교외 소요사태나 마티유 카소비츠 감독의 영화 ‘증오’만 하더라도 유럽국가 내에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전부터 유럽인들이 그들만의 시각으로 상황을 봤던 점도 유럽인과 이민자들 사이의 불신을 조장하는데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김경옥 한남대학교 교수는 “프랑스 내에서 이민자 문제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제국주의 잔재와 경제적 제약 등으로 물과 기름처럼 이민자들은 유럽사회에 섞기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같은 문제가 세대를 거치면서 악순환 되고 있어 문제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중동을 둘러싼 문제들, 더 이상 내부 문제 아니야 


과거 무장테러단체들은 공포심을 심어주는데 주력했다면. 현재의 IS(Islamic State,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는 사회에 불만이 많은 청년들에게 접근하여 동조를 끌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외로운 늑대형 범죄자들도 끌어들이고 있어 또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 IS가 전 세계를 상태로 테러를 일으킨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다른 중동 국가들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킨 뒤 중동국가들과 결속력을 다지기 위함’이라고 풀이했다.


  항간에 중동 지역 간의 이념 갈등이 전 세계 테러로 확장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동 지역 간의 갈등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테러사건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해당 갈등의 시작은 수니파(다수파)와 시아파(소수파) 사이의 대립에서 출발했으며, 1978년 10월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발발로 팔레비 왕정체제를 무너뜨린 이란이슬람공화국의 등장이 세습왕정체제를 유지하던 수니파 국가들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갈등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결국,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수니파 중동국들과 이란 중심의 중동국가간의 종교적 헤게모니 쟁탈전이 시작됐고, 여기에 자본주의와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현재는 종교적 갈등을 넘어 정치, 경제, 외교 등 전 분야의 갈등으로 확산됐다.


  이 둘의 경쟁은 원유로도 이어진다. 현재 최대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선 원유를 통해 시장점유율과 국가 발전을 위한 재정 확보가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선 이란의 산유량 증대와 유가상승을 견제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으로 중동 내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됐다. 그는 IS와의 전쟁을 본격화하기 위해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예멘 등의 중동 국가를 테러 위험국가로 지정했는데, 이라크와 시리아는 이란의 영향권 안에 있는 ‘시아파 벨트’에 포함된 국가이고, 예멘은 이란의 개입이 강하게 의심되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로 인해 이란은 리알화 가치가 하락해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말 리알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10년 전에 비해 450%나 하락했다. 이에 이란 보수 진영은 로하니 대통령이 미국에게 속았다며 로하니를 비판했지만, 아직까지 로하니 대통령과 대적할 만한 후보를 배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의 외교정책으로 인해 로하니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강경파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란은 서방과 더 대립적인 길을 걷게 될 전망이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를 막겠단 뜻으로 반이민정책 행정 명령을 내렸는데, 7개 국가에 사우디, 이집트,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친미국가들이 포함되지 않아 비난이 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조처가 전 세계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다는 점입니다”라고 전했다.
 

  과거 유럽 세계와 이슬람 세계는 단독적인 세계관 안에서만 살았다. 그러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점차 서로의 세계관에 관여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그들이 가진 문제들 역시 공유되어 더욱 심화됐다. 이러한 연결고리로 인해 결국 유럽과 중동 지역의 앞날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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