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욕으로 사생활을 훔치는 위험한 선택
과시욕으로 사생활을 훔치는 위험한 선택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7.03.05 0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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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과시욕으로 사생활을 훔치는 위험한 선택

 

개인의 정체성 사라진 관성적 태도 변화 필요


 

▲ⓒcredit.com 홈페이지

 


‘카피캣’이란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비하하는 용어다. 2012년 3월, 애플의 CEO였던 故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를 강도높게 비난하며 ‘카피캣’이라고 쏘아붙인 것이 계기가 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범죄나 자살 등의 방법을 모방하는 행동을 ‘카피캣 효과(Copycat effect)’라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피캣의 유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되며 ‘SNS 카피캣’이라는 위험한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자기만족 위해 타인의 삶을 훔치다

일반적으로 카피캣 논란은 기업간의 싸움으로 국한되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카피캣의 대명사로 여겨지며 모방을 통해 성장해 온 중국의 IT 기업 샤오미다. 하지만 샤오미는 대규모 R&D 투자를 기반으로 불명예를 떨쳐내며 어느덧 엄연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지만, 국내에서는 식품, 유통, IT 업계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한 베끼기가 논란이 되며 ‘카피캣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SNS 카피캣’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등장하고 있다. SNS 카피캣은 누군가의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을 무차별적으로 훔쳐서 차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지만, 보통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콘텐츠가 주요 표적이 된다. 때문에 유명인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훔쳐뵈와 복제의 대상이 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집시 러스트(Gypsea Lust)’라는 여행 전문 웹사이트를 운영하던 호주 여성 로렌 불렌은 80만에 달하는 팔로워를 보유하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diana_alexa’라고 하는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로렌과 똑같은 장소와 구도에서 같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한 사진을 공유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불렌은 자신의 블로그에 “정말 멋진 사진을 찍었다. 그것은 찬사를 받을 만 하다. 하지만 다른 이의 작품을 훔치는 것은 전혀 괜찮지 않다”고 글을 올리며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논란이 확산되며 비난 여론이 일자 이용자는 사진을 삭제하고 계정을 폐쇄했다.
 

  이처럼 SNS 카피캣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기업들의 모방이나 표절과는 달리, 자기만족을 위해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가장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박성준 문화평론가는 “최근들어 타인에게 동경의 시선을 받게 되는 요인이 얼마나 세련되고 풍족한 삶을 살고 있는가로 변화했다”며 “내적인 가치가 외면되고,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시되는 SNS의 특성으로 인해 SNS 카피캣과 같은 행동도 늘어나게 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필요해

이처럼 자기과시와 인정 욕구가 뒤틀린 형태로 발현되는 SNS 카피캣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타인의 글과 사진을 훔치는 것이 가능하기에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개인의 사적 콘텐츠를 무단 도용하는 것에 대한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큰 노력없이 자신이 교양있는 사람인 척 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는 자신의 SNS를 그동안 여행을 다녀오거나, 맛집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용도로 활용했다. 하지만 자신이 방문했던 장소는 물론, 메뉴와 단어까지 고스란히 베낀 계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황급히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A씨는 “더 좋은 사진을 올리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하며 취미생활을 즐겼는데, 모든 것을 흉내내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며 두려운 마음이 들어 계정을 없앴다”면서 “죄 없는 자신이 활발하게 사용하던 SNS를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점에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SNS 카피캣 현상이 늘어나는 요인에 대해 한국 사회의 획일적 문화와 잘못된 교육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박성준 평론가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원래 갖고 있던 사람의 본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인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어린 시절부터 맞춰진 틀에 의해 성장한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다른 이의 기준과 기대에 맞추기 위한 강박으로 나타나고, 결국 비뚤어진 행동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장덕진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젊은 세대가 털어놓는 삶의 경험이란 것이 이전 산업화 세대와 비교하면 놀랄 만큼 제한적이고 폭이 좁다”라며 “지금은 돈이 없고 경험이 없어도 내가 노력하면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과거 세대와 달리 ‘어차피 해도 안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요즘 세대들은 타인의 경험에 빌붙어서라도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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