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상품과 서비스로 ‘고독’을 달래는 시대 도래
[이슈메이커] 상품과 서비스로 ‘고독’을 달래는 시대 도래
  • 손보승 기자
  • 승인 2024.05.13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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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국가적 차원 대응 나서는 각국 정부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상품과 서비스로 ‘고독’을 달래는 시대 도래
 

지난해 갤럽이 전 세계 142개 국가 및 지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의 약 4분의 1은 ‘매우’ 또는 ‘상당한’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비율이 17%인 반면, 19세~29세 청년 27%가 ‘상당히 외롭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외로움의 문제가 단순히 노화 문제가 아닌 모든 연령대의 문제라는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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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국가적 차원 대응 나서는 각국 정부
고독은 인간의 육체를 실제로 병들게 한다. 최근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 및 면역 체계 기능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고독이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 사항’이라며 ‘외로움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발족해 사회적 고립의 고리를 끊어 외로움이 초래하는 육체적·정신적 위험을 막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WHO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사회적 연결 위원회를 통해 외로움을 글로벌 보건 과제 우선순위에 두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를 이끄는 비베크 머시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은 외로움을 “과소평가되고 있는 위협”이라며 “외로움은 오랫동안 정신적·육체적 질병을 유발하는 그림자로 존재해 왔다”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독이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 사항’이라며 ‘외로움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Yann Forget/Wikimedia Commons
세계보건기구(WHO)는 고독이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 사항’이라며 ‘외로움 해결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Yann Forget/Wikimedia Commons

  이처럼 외로움이 일부 사람이 간헐적으로 겪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다뤄야 하는 의제라는 문제의식이 나타나며 각국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외로움의 잠재적 위협이 여러 연구를 통해 드러나고 있어서다.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외롭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된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일찍 사망할 위험이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로움이 담배를 매일 15개비씩 피우는 것만큼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PHSCC의 연구 결과도 있다.

  다양한 대책들이 마련되고 있는 가운데, 2018년 영국 정부는 외로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 직을 신설해 이 문제에 8,000만 파운드 이상을 투자했다. 이어 일본도 2021년 고독·고립 담당 장관을 임명하고 총리 관저 내각 관방에 고독·고립 대책실을 출범시켰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해 10월 성 치료사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루스 웨스데이머 박사를 ‘외로움 명예대사’로 임명하고 외로움과 관련한 공익 광고와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방법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치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웨스데이머 박스는 뉴욕타임스에 “중요한 것은 ‘의미 있는 바쁨’을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틴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르니타 니보그가 창업한 ‘미노(Meeno)’는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관계를 멘토링 하는 업체다. ⓒCollision Conf/Flickr
틴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르니타 니보그가 창업한 ‘미노(Meeno)’는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관계를 멘토링 하는 업체다. ⓒCollision Conf/Flickr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속속 등장
이에 발맞춰 최근 들어 외로움을 상업적으로 해소시켜 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다. 미국에선 부드러운 감촉의 봉제 인형 브랜드 ‘스퀴시멜로(Squishmallow)’가 젊은 층에게 사랑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방에 부착하는 작은 인형이나 안으면 기분 좋은 푹신한 쿠션 등의 힐링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에서는 집에 돌아온 주인을 반갑게 맞이하고 응석까지 부리는 ‘러봇(LOVOT)’ 등 반려 로봇이 인기다. 가상 비서, 소셜 로봇 등도 외로움 경제의 산물이다.

  특정 주제나 취미를 중심으로 만남과 교제를 지원하거나 시간당 얼마씩 요금을 매겨 친구를 빌려주는 등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서비스도 눈에 띈다. ‘낙엽을 쓸어 담는 사람들의 모임’을 뜻하는 ‘리프 레이커스 소사이어티(Leaf Rakers Society)’는 가을을 사랑하는 이들로 구성된 비공개 페이스북 그룹이다. 가을과 어울리는 음식이나 음악 등 관련 정보로 가득 찬 곳이다. 처음 2018년 스타벅스가 가을 한정 메뉴인 호박 라테를 출시하며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금은 가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교감하는 비밀스러운 사교 모임으로 발전했다. 펜실베이니아 경영대학의 피터 페이더 교수가 인정한 보기 드문 고객 중심적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한편 글로벌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은 루마니아에서 고향이 그리운 학생들이 혼자 사는 할머니의 집을 방문해 함께 식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함께 요리하며 먹는 즐거운 모습에 전 세대가 공감했고, 스마트폰과 SNS 사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노인도 많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상업적인 공유 주거 공간이나 공유 업무 공간도 유행이라 이곳에서 사용자들이 공동 공간을 활용하며 친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개인의 노력과 정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Pixabay
전문가들은 기술이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수는 없다며 개인의 노력과 정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Pixabay

 

미국 기반 스타트업 잇따라 투자 유치
미국에서는 벤처 캐피털(VC)사를 중심으로 외로움을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외로움이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이슈가 되고 있는 만큼 이를 겪는 사람들을 도와 비용은 줄이는 식으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과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틴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르니타 니보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미노(Meeno)’는 지난해 벤처캐피털 업체 세콰이어 등으로부터 390만 달러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미노는 외로움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인간관계를 멘토링 하는 업체다. 니보그는 “외로움의 위기는 그 어떠한 것보다도 크고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Z세대로 불리는 18~25세 이용자들의 외로움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챗봇 친구 서비스와 차별화를 두며 관계맺음에 대한 ‘퍼스널 멘토’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투자자인 휴고 암셀름은 “AI라는 친구가 단순히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식이라거나 인간의 우정을 대체하는 식으로만 활동하진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 “AI가 인간 사이를 연결해주고 인간관계를 촉진하는 식으로 움직일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미국 스타트업 ‘위스도헬스(Wisdo Health)’가 1,100만 달러의 시리즈A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무리한 소식도 있었다. 위스도헬스는 정신 및 신체건강, 정체성, 가족 등 사회 건강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사람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서로 치료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병을 겪는 환자가 홀로 치료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병에 걸린 다른 환자와 소통하고 연대하며 병마와 싸울 수 있게끔 돕는 식이다. 창업자 보아즈 가온은 신장암과 백혈병으로 2008년 사망한 자신의 아버지가 투병 생활을 하던 중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한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진다.

  애리조나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픽스헬스(Pyx Health)’ 역시 지난해 여름 의료 중심 사모펀드 TT캐피털파트너스의 투자를 받았다. 픽스헬스는 개인의 건강 정보와 혼자 살고 있는지 등 각종 데이터를 알고리즘을 분석해 외로움을 경험할 위험성이 큰지를 분석하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2011년 설립된 스타트업 ‘피플후드(Peoplehood)’는 커뮤니티를 구축해 대면 또는 온라인 그룹 대화를 추진하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다만 기술이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소셜미디어(SNS)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이 더욱 악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8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사용자의 36%가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담았다고 한다. 따라서 외로움 경제는 외로움을 부분적으로 해소해 줄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에 이르기는 어렵다. 결국 심각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면 전문 상담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거나 약물치료와 같은 적극적인 해소 방법이 우선되어야 한다. 더불어 개인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부의 보다 깊은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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