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힘… 새누리 단독과반 승리
박근혜의 힘… 새누리 단독과반 승리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5.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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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총선 득표수 박빙, ‘이젠 대선이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Politics Focus

4·11 총선결과

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총 152석을 얻은 새누리당은 향후 정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칼자루를 쥐었다. 반면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던 민주통합당은 ‘여소야대(與小野大)’에 실패,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한명숙 대표가 사퇴했다.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152석을 얻으며 ‘과반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이어 민주당은 127석을 얻었고, 통합진보당은 13석, 자유선진당은 5석, 무소속은 3석을 이뤘다.


 

‘붕대 투혼’ 박근혜, 새누리 살려냈다
새누리당은 대선을 8개월 앞두고 치러진 선거에서 총 300석 중 152석을 얻으면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함으로써 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디도스 파문부터 민간인사찰까지 연이은 악재에 120석만 넘어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히 대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수도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도 153석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승리의 의미는 더욱 값지다.
홀로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른바 ‘대세론’을 재확인하며 위상을 공고히 했다. 그는 공식선거운동기간 동안 하루 평균 10개 이상의 지역을 누비며 유세를 펼치는 등 손목 부상에도 붕대를 감고 유권자를 만나는데 진력을 다했다. 이번 승리를 두고 새누리당 이혜훈 중앙선대위 상황실장은 “철저한 변화와 쇄신을 이루려는 진정성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힘이 승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그는 “선거운동기간 박 위원장이 유세를 다녀간 지역에선 곧바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을 당 자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도 “이번 총선 결과는 박근혜 효과의 힘”이라며 “서울에서 16석을 얻은 것도, 불과 몇 달 전을 생각하면 많이 얻은 것이다. 새누리당이 굉장히 선전한 것”이라고 박근혜 효과에 힘을 실었다.
새누리당은 비록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야당의 공세에 밀려 고전했지만, 강원과 충청에서 약진하면서 중원을 확보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에 밀려 단 1석에 그치는 수모를 당한 충청권에서는 이를 설욕하는데 성공했다. 부산에서는 ‘문재인 바람’을 차단해, 낙동강벨트에서 문재인(사상), 조경태(사하을) 등 2석만을 내주며 선방을 했다. 새누리당은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거물들이 생환했고, 정두언 의원도 3선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친박계 좌장격인 홍사덕 의원이 ‘정치1번지’ 종로에서 패했고, 정진석 후보도 중구에서 석패했다.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의원도 낙마,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여소야대 실패…한명숙 대표 사퇴
민주통합당은 ‘정권심판론’을 필두로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약진했지만 127석을 얻는데 그쳐 제1당 탈환에 실패했다. 또 통합진보당과의 연대했으나 결국 새누리당에 뒤지며 여소야대의 상황을 조성하지도 못했다. 4월 총선 직후로 미뤄뒀던 불법사찰, 권력형게이트 등에 대한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 특검 등 요구 등 대여공세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라는 유력한 대선주자를 가진데 비해 민주당은 그에 비견할 만한 얼굴이 없는 것도 패배의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돌출하면서 보수층이 막판에 결집한 것도 새누리당의 승리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용민 후보는 구속 수감된 정봉주 전 의원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에 출마해 초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여성과 인종, 노인에 대한 차별과 비하 발언이 알려지면서 내림세를 탔다. 서울 강북 지역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들이 대부분 당선된 것과 달리, 김용민 후보 자신도 결국 10% 가까운 큰 차이를 보이며 낙선했다. 특히 그는 ‘나는 꼼수다’에서 기독교에 대해 ‘저주’에 가까운 폭언을 1년 가까이 퍼부어 선거운동 막판 그의 선거사무실 앞에는 기독교인들의 항의집회가 매일같이 개최됐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민주당이 야권 연대의 신화에 빠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자신들이 차지할 수 있는 지역구까지 내주면서 통합진보당에 좋은 일을 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 교수는 “민주당에서는 MB 정권 심판구도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어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문제가 발생한 후보 등에 대해 선제적 대응을 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 탓”이라고 언급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도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리더십이 박근혜 위원장을 상대하기에 벅찼다”라면서 “민주통합당이 선거에서 승리키 위해서는 전략을 일관되게 유지했어야 하고 김용민 파문 등도 발 빠르게 대처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총선전략을 총괄한 박선숙 사무총장도 “김용민 변수가 충청·강원 지역에 꽤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강원 전 지역에서 의석을 차지했고, 충청 지역에서도 절반 이상을 탈환했다.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후보가 부산에 깃발을 꽂았고, 이해찬 상임고문이 세종시에서 당선돼 충청권의 맹주로 자리할 전망이다. 민주당 민병두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물리치고 금배지를 달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인 박지원 의원은 3선에 올랐다. 정세균 의원은 친박 홍사덕 의원을 제치고 정치1번지에서 승리했다. 한편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여야 첫 여성 수장 시대를 열었던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기나긴 검찰 수사의 어려움을 딛고 화려하게 여의도로 복귀했으나 ‘영광’을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1·15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직에 오른 지 90일 만인 13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정권 심판에 공감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투표장으로 모시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있다”며 “이 모든 부족함은 대표인 저의 책임”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선진당은 ‘존립위기’, 통진당은 ‘의석 두 배’로 대약진
자유선진당은 크게 위축됐고 국민생각은 해산될 처지에 몰렸다. 보수 성향 군소 정당이 큰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자유선진당은 충청지역에서만 5석을 얻으며 의석수가 1/3 수준으로 감소해 창당 이래 ‘존립’까지 위협받게 됐다. 보수와 진보의 기치를 내걸고 ‘대안정당’을 모색했던 국민생각은 단 1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국민생각의 정치 실험도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박세일 대표를 포함한 국민생각 지역구 출마자 20명이 전원 낙선했고, 정당 득표율도 2%를 넘지 못해 정당법에 따라 국민생각은 해산절차를 밟게 됐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선거인만큼 보수지지층이 새누리당으로 결집하면서 선진당과 국민생각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은 비례대표 포함해 13석을 얻으면서 제3 정당의 지위를 차지했다. 구 민노당의 6석에서 두 배 이상 몸집을 불린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심상정(고양 덕양갑) 등 박빙 지역에서 깃발을 꽂았다. 또 광주·전남의 최대 격전지로 불리는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를 누르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가 당선됐다. 광주·전남에서 유일하게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대결구도가 형성된 전남 순천·곡성도 김선동 통합진보당 후보가 노관규 민주통합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며 당선됐다.

 

정당투표 새누리 46.6%-야권 45.2%로 팽팽
4·11 총선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관심의 초점은 이제 8개월 뒤 대선 승부로 이동하고 있다. 우선 총선과 대선의 함수관계가 관심이다. 총선에서 이기면 그 여세를 몰아 대선까지 가져올 것이란 주장이 있다. 이른바 패키지 현상으로, 2007년 대선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이 여세를 몰아 4개월 뒤 18대 총선에서 완승한 것이 패키지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반면 정반대의 시계추 현상도 있다. 주요 선거에서 어느 한 정당이 이기면 다음 선거에서는 상대 정당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으로, 절묘한 균형과 견제를 바라는 유권자의 마음이 선거에 반영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는 패키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관측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좀 더 많다. “새누리당이 총선 승리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기 때문에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가 논문 표절의혹으로 탈당, 김형태 당선자가 제수 성폭행 문제로 추방당하면서 야권에선 박 위원장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어 과반의석이 무너진 새누리당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민주통합당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한명숙 대표의 사퇴로 새 지도부를 구성해야하는 중대한 사안이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항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행보가 관측되면서 상황은 시시각각 급변하고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안철수 원장이 대권에 나온다면 그 선택지는 여권이 아니라 야권이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있을 후보단일화과정은 최근 민주통합당과 진보통합당의 후보단일화에 비해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밝혀 박근혜 비대위장이 절대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전망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 투표 집계는 대선 전망과 관련해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지역구 후보들은 모두 932만 4,911표(43.3%)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후보들은 815만 6,045표(37.9%), 통합진보당 후보들은 129만 1,306표(6.0%)를 얻었다. 야권연대 후보들은 전체적으로 944만 7,351표를 얻어 새누리당 후보들의 득표보다 12만 2,440표가 많았다.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는 정당투표에서도 새누리당 등 범보수 진영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48.26%, 범진보 진영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48.56%였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대 간에도 팽팽한 균형이 이뤄져 있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4·11총선에서 20~30대 유권자 수는 1,560만 8,460명(38.9%)이고 50대 이상 유권자는 1,575만 3,358명(39.2%)이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젊은층 유권자와 보수 성향이 짙은 고령층 유권자가 40대를 사이에 두고 거의 비슷하게 분포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 균형도 팽팽하다.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서 영남ㆍ강원을 석권하고 충청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서울에서는 48개 선거구 가운데 16곳, 수도권 전체로는 112곳 가운데 43곳에서만 승리했다. 여기에다 진보 진영이 부산·경남에서 눈에 띄게 득표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부산지역 정당투표에서 진보 진영은 41% 정도를 가져갔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여권이 유권자 수에서 항상 다수를 점한다’는 얘기도 이제 옛말이 된 셈이다.
각 측면에서 양 진영이 팽팽하게 맞서다 보니 연말 대선에 대한 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대선을 준비하는 여야 대선주자들에게는 이번 총선 결과에 연연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새롭게, 낮은 자세로 출발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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