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끄는 리딩기업들의 추락으로 갈길 잃은 한국경제
경제 이끄는 리딩기업들의 추락으로 갈길 잃은 한국경제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2.28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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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경제 이끄는 리딩기업들의 추락으로 갈길 잃은 한국경제

경제 정책 집중하는 정부, 위기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

 

 

 


한국 기업들은 그동안 전자와 자동차, 철강, 해운 등에서 높은 이익을 내고 국가 경제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매출을 견인했던 국내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더 이상 고속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마저도 반도체와 가전 등에서는 올해 호실적을 냈으나 최대 매출 부문인 모바일 사업부문에서 큰 손해를 보면서 한국경제 전체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로 촉발된 한국경제의 추락


지난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성장 전망과 관련해 갤노트7 단종 사태를 언급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데 한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언급한 것이다. 이날 현대자동차의 장기 파업에 따른 영향에 관해서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갤럭시 노트7의 판매·생산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한국 경제의 수출과 성장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경제의 성장 침체와 중국의 선전, 일부 기업의 품질관리 문제, 여기에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국내 대표기업들이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전통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려 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드로이드 최고의 스마트폰’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폭발 이슈에 휘말리면서 다른 건 몰라도 제조업에 있어서만큼은 1등이라는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것이다. 현재까지 삼성전자가 밝힌 손실 및 예상비용만 7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며 전장 부품업체 하만 등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 지배구조 재편 등 과제가 산적해있다. 국내 2대 전자업체인 LG전자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사업부인 MC사업부의 실패 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전 사업부문 실적이 긍정적이긴 하지만 하이센스와 TCL, 하이얼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매섭다. 

 
덩달아 자동차 업계는 올해 총체적인 난관에 부딪혔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세타II 엔진과관련한 품질문제가 대두되고, 해외시장과 국내시장간 가격 및 서비스 차별 논란, 내부 고발자 이슈, 노조의 장기 파업 등이 겹치면서 내수시장 점유율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60%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국내 자동차 판매량이 5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이는 르노삼성과 한국 제너럴모터스(GM) 등 해외업체들이 약진한 데 따른 것일 뿐 현대기아차는 별다른 실익을 보지 못했다. 해외 시장 상황도 녹록치 않다. 중국에선 자국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도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올해 최대 격변기를 맞이했던 조선업종은 발주 감소와 일감 부족에 따른 도크 폐쇄 우려가 여전하다.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경영합리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해운업종은 업황 침체 장기화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중공업은 중동 인프라 투자 보류로 수주 목표 달성에 차질이 예상된다.

   

불확실성에 빠진 한국경제


국내외 정치적 불확실성은 이들 기업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삼성과 현대차, SK, LG, 한화, 한진 등 주요 대기업들이 모두 관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 총수들 최순실게이트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다. 기업들은 최순실 사태와 관련한 일련의 수사 과정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물론 기업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가 국가별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강화시키면서 이에 따른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made in USA’를 부각시키며 해외 생산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언급하고, 무역협정 재협상 의지를 밝혀온 만큼 국내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자국 기업 육성을 위해 국가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해외기업들의 진입 장벽을 갈수록 높이고 있는 상태다. 한국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이처럼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 정도가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경제 불확실성 함정에 빠지다' 보고서를 보면, 주요 국가의 환율과 주가 변동성 등 11개 지표로 추산한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 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48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에는 37.7포인트였지만 국내 정치 불안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대외 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두 달간 10.3포인트나 급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불확실성 지수는 87.6포인트였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는 52.8포인트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국내 정치적 불안과 미국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 갈등 심화 등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의 대내외 불확실성은 앞으로 과거 유럽 재정위기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올라가면 국내 산업생산 증가율은 6개월 후 5.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설비투자 증가율과 소매판매 증가율도 각각 7.4%포인트와 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경제가 5대 대내외 리스크에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되면서 위기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업투자와 소비가 직격탄을 맞아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의 대내외 환경을 보면 그동안 산발적으로 우리경제를 위협해왔던 ‘리스크 5종 세트’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형국이다. 

 
대외적으로는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보호무역주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노골적인 무역보복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가 대외여건을 극도로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탄핵정국의 불확실성이 정점으로 치닫는 가운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창궐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한동안 조용하던 북한이 지난주말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북한 리스크까지 가세해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특히 이번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북 강경노선을 천명해온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것으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와 ‘기싸움’에 나선 것으로 평가돼 그 파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북한 리스크는 그 자체로 엄청난 잠재적 폭발력을 갖고 있는데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은 물론 대외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쳐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특히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기업투자와 가계소비가 직접 타격을 받는다. 불확실성 지수가 10포인트 상승할 경우 설비투자 증가율은 3~6개월 사이에 6.4~7.4%포인트 하락하고, 산업생산은 5.6~5.9%포인트, 소매판매는 1.5~2.0%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작년말 이후 급격히 높아져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경우 우리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기관 합동점검반 회의’를 갖고 상황별 비상대응 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재점검하고 시장 불안시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장 금융시장 등 이상 징후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불확실성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창의적 리딩그룹 육성해 위기 극복할 필요성 제기 


실질적인 경제 첨병인 대한민국의 산업계는 그야말로 울상인 상황이다. 리딩기업들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만한 ‘매력 상품’이 태어나지 않고 있다. 반도체가 수십년 째 우리 경제의 선봉에 있다는 건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비극적인 얘기다. 이 때문에 재정·통화정책 같은 ‘언발에 오줌누기 식’ 해법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분명한 응급처치다. 


문제는 최근 악재들이 너무 많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국내외 정치 불확실성은 물론이고 보호무역주의 가능성과 만연한 기업 옥죄기, 부동산 경착륙 우려, 인구절벽 현실화 등이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최순실 정국’은 우리 사회의 동력 자체를 멈추게 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컨트롤타워부터 세우고 미래 먹거리까지 염두에 둔 구조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제 컨트롤타워를 통해 장기적인 구조개혁과 체질개선 노력이 최우선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민간 경제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 강인수 원장은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신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았고, 경제 역동성이 줄었다”고 저성장 원인을 진단했다. 강 원장은 이 인터뷰에서 교육개혁을 통해 창의적인 리딩 그룹(leading group)을 육성해야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강 원장은 “우리는 그동안 창의적인 그룹이 부족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보다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 만족해야 했다. 이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도록 고등교육의 다양성에 신경을 써야 한다. 대학교육의 자율성과 다양성도 보장해줘야 한다”라며 창의적인 그룹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는 현재 국내 경제에 드리운 IMF 수준의 위기를 부인하고 있지만, 올해 경제정책을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정도로 대내외 불확실성에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화두는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라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정부는 2017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을 당초 예상치보다 0.4%p나 낮춘 2.6%로 제시했다. 정부가 실질성장률을 2%대로 제시한 것은 외환위기 터널에 갖혀 있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전망대로 내년에도 2%대 성장에 그치면 3년 연속 2%대 성장에 머물게 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2014년(3.3%)을 제외하면 모두 2%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암울한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새해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은 알맹이가 빠진 맹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조원 이상의 돈을 풀어 경기 불씨를 살리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지만, 이전에 발표됐던 내용과 별반 다를 바 없고, 대내외적으로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타개할 정책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면 경기 하강을 막고 경제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구조조정과 신성장산업육성을 통해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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