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사이 갈림길에 놓인 미국 연방 대법원
진보와 보수 사이 갈림길에 놓인 미국 연방 대법원
  • 박경보 기자
  • 승인 2017.02.28 1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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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경보 기자]

 

 

진보와 보수 사이 갈림길에 놓인 미국 연방 대법원

트럼프 당선으로 강경 보수파 역할 확대될 듯


 

▲미국연방대법원 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 간 공석인 새 연방대법관으로 닐 고서치 판사를 지명하면서 낙태 등 미국 사회의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유력지인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2월 보수 성향의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한 이후 진보·보수가 4명씩 차지하고 있는 연방대법원의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며 보수 세력이 주도하는 논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트럼프의 고서치 지명으로 연방 대법원 보수화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2월 스캘리아 전 대법관의 사망으로 보수와 진보성향 대법관이 팽팽하게 대치해왔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앨리토, 앤서니 케네디 등 4명은 보수 성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스티븐 브레이어,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등 4명은 진보 성향의 대법관으로 분류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31일(현지시각)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미국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연방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고서치 판사가 미 상원의 인준을 받게 되면 지난해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 사망 이후 1년 이상 8명으로 운영돼 온 미 연방대법원이 정상화되는 동시에 보수 우위 구도로 회귀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고서치 판사는 뛰어난 법적 능력과 훌륭한 정신, 엄청난 규율로 인해 초당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며 “상원이 그를 인준하자마자 대단한 법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고서치는 우리가 추구하는 대법관의 모습과 흡사해 초당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며 그의 결정이 수백년, 혹은 영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고서치 지명자는 컬럼비아대학교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영국 옥스퍼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허바드 로스쿨 시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공부하기도 했다. 1993년 바이런 화이트 전 대법관과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의 서기로 법조계에 입문한 그는 로펌과 법무부를 거쳐 2006년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콜로라도주 연방항소법원 판사로 지명됐다. 고서치는 1991년 클래랜스 토머스 대법관이래 최연소 대법관 지명자이기도 하다.

 
또한 그는 헌법 원전주의를 강조하는 보수 성향의 판사다. 또 법규를 있는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원문주의자(Textualist)이기도 하다. 고서치는 지난 2013년 기독교 업체 하비로비 등이 직원들에게 피임 비용을 지원하는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 없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사측 손을 들어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했다. 또 만약 그가 연방대법관이 될 경우, 지난 2015년 연방대법원의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 등 미국의 친(親) 동성애 흐름에 어떤 변화를 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통해 고서치 판사의 대법관 인준 표결을 저지하려는 모양새여서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닐 고서치 판사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의원 100명 중 6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현재 여당인 공화당 의원은 52명이기 때문에 모두가 찬성하더라도 민주당 의원 8명의 지지를 더 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법관 인준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벌써부터 철저한 검증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고서치 지명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노동자보다 기업을 옹호하는 고서치에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그가 대법관으로서 적합한지 광범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종신제 미국 대법관, 앞으로 수십 년간 보수화 될 듯 


트럼프 대통령이 골서치 판사를 지명하면서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연방법원의 빈자리를 신속하게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역대 미국 행정부는 대법원 및 연방법원에 자기 색깔 사람들을 가능한 많이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으며, 공화당과 민주당은 법관 인선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 왔다. 연방법원은 총기규제법, 낙태 규제, 유권자 관련 각종 법 및 이민 문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의 법적 판단을 내리는 기관으로 법관의 정치·사회·법리적 성향이 어떠한가에 따라 판결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무려 100석이 넘는 법관 공석을 트럼프 차기 정부에 넘겨 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공화당에 있다. 하원과 상원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공화당이 진보성향의 오바마 정부의 법관 인준을 거부하거나 인준절차를 하염없이 지연시켰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스캘리아 후임으로 메릭 갈랜드 판사를 지명했지만, 공화당은 퇴임하는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며 갈랜드 판사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단 한 번도 열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 후보를 지명한 이후부터는 낙태와 동성간 결혼, 총기 소지 등 미국 내 민감한 사회 문제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총 9명으로 구성된 미국 연방 대법관은 지난해 2월 보수파인 안토닌 스칼리아 판사가 타계한 이후 1개의 공석을 유지해 왔다. 그동안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파가 우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양측은 4대 4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성향의 고서치 판사를 지명하면서 보수 5, 진보 4로 보수파가 주도권을 다시 잡게 돼 낙태와 동성간 결혼, 총기 소지 등 민감한 주제들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대법관은 종신제여서 트럼프가 이들이 퇴임한 후에도 수십 년간 성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미 언론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강력한 권한을 가진 연방대법원이 최소 수십 년간 우향우를 하게 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에 이어 보수 성향의 대법관인 고서치가 미국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뒤흔들게 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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