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터키
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터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17.02.28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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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지훈 기자]

 

 

대통령 중심제 개헌 국민투표를 앞둔 터키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유한 에르도안 대통령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고질적인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여 약 14년 간 총리, 대통령으로서 장기 집권하고 있다. 여당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고 총선에서도 승리를 거두자 효율적인 정부 운영을 이유로 대통령의 권한이 지금보다 강화된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을 발의하여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야당 지지자들은 에르도안이 독재, 권위주의 통치를 하기 위해 개헌을 시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40%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가진 에르도안 대통령

‘아타튀르크(터키의 아버지)’는 터키를 오늘날 중동-이슬람 지역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세속적인 국가로 만든 무스타파 케말 대통령을 가리키는 애칭이다. 대체로 터키

국민들은 자신의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아타튀르크를 존경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초상은 터키 화폐의 도안으로 사용되고 이름은 터키에서 가장 큰 공항과 대로에 붙을 정도다. 현 터키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은 서구화와 세속주의라는 기치를 내세운 아타튀르크 전 대통령과 달리, 서구화와 이슬람주의를 융합한 노선을 취하고 있다. 비록 에르도안은 아타튀르크와 정치적 입장이 다르지만 터키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역대 터키 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3년 처음 총리의 자리에 오른 에르도안은 터키의 고질병인 만성적 인플레이션을 안정화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르도안이 집권한 이후 터키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5%에 달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며 2003년부터 현재까지 총리, 대통령으로서 약 14년 간 집권하고 있다. 야당이 오랜 기간 동안 정권창출에 실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삼순 주에 거주하는 중도성향의 대학생 Damla씨는 “현 여당이자 보수정당인 정의개발당은 경제에 강하고 야당은 과거에 집권할 때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지 못한 탓에 무능력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응답했다. 


국내 중동-이슬람 연구 권위자인 한양대 이희수 교수는 “그동안 터키의 친서방-탈이슬람화가 진행되었으나, 80~90년대에 양극화, 소득불균형, 최대 100%에 달하는 인플레이션,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하여 국민 절대다수가 지쳐 있었습니다.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에르도안이 서구화와 이슬람의 가치를 접목한 정치슬로건을 제시했고 국민들은 제 3의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여 정권을 교체하였습니다”라고 에르도안의 집권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이어서 이 교수는 에르도안이 그 어떤 세속주의 정권보다도 적극적으로 친서방 정책을 펼치고 EU가입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한 결과, 기존의 이슬람주의 정당이 넘지 못한 마의 지지율 10%을 극복하고 약 40%의 견고한 대통령 지지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이슬람주의 성향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세속주의가 터키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정당이 해산되거나 집권 중에도 세속주의 수호를 위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정치적 입지가 공고해지자 이슬람주의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군부가 2016년 7월 세속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쿠데타 진압에 동참했다. 이는 일전에 없던 사건으로써 에르도안의 대중적 인기가 탄탄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게다가 군부 쿠데타가 진압된 후, 2016년 7월 7일에 있었던 ‘민주주의와 순국자를 위한 집회’에 모인 수백만의 군중들은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에르도안 당신은 신의 선물’ 등의 문구를 담은 팻말과 깃발을 들고 에르도안을 연호했다. 뉴욕타임즈는 이 행사를 다룬 기사에서 에르도안이 “실패한 쿠데타를 계기로 아타튀르크를 대신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 국민투표 예측 어려워

터키의회는 1월 21일 대통령의 권한을 확대하는 대통령 중심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4월 초에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비판적인 현지 언론과 외신들은 이번 개헌안이 에르도안의 정권연장 및 권력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희수 교수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40%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여당인 개발정의당이 현재 정치권력을 공고히 구축하기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해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터키 현지의 여론조사기관마다 제각기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에 현재 국민투표의 결과가 어떠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여론조사의 추이를 살펴보면 터키가 대외적인 갈등을 겪거나 테러공격을 받은 사건이 일어난 직후 대통령 중심제 개헌을 찬성하는 응답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이희수 교수는 “에르도안과 정부여당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현 터키가 거의 계엄 상태 하에 있습니다. 따라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시위를 통한 개헌반대의 목소리가 결집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개헌 국민투표가 통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급진좌파계열의 쿠르드노동자당(이하 PKK)의 무장 세력이 쿠르드족의 독립을 주장하며 폭탄테러를 일으켜 터키시민과 군경이 희생되는 사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PKK의 테러는 30년간 지속된 만성적 위협이지만 특히 근래 테러가 빈번하고 그로 인한 인명피해도 심해 안보적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에르도안을 지지하지 않는 세속주의, 야당 지지자들도 정부의 PKK에 대한 강경한 대응에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당인 공화인민당을 지지하는 터키 동부의 Orty씨는 “야당을 지지하지만 정부가 PKK를 상대로 강력한 대처를 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에르도안과 정의개발당의 지지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PKK가 지속적으로 폭탄테러를 시도한다면 개헌 국민투표에서 찬성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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