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탄핵시계 손에 쥔 헌법재판소
빨라진 탄핵시계 손에 쥔 헌법재판소
  • 김동원 기자
  • 승인 2017.02.2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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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탄핵심판 두고 신경전 벌이는 청와대와 헌재
[이슈메이커=김동원 기자]

 [Cover Story] 다가오는 대통령 심판의 날  


 

빨라진 탄핵시계 손에 쥔 헌법재판소 

3월 탄핵심판 두고 신경전 벌이는 청와대와 헌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과 ‘기각’이라는 갈림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퇴임 이후 8인 체제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의 데드라인은 3월 13일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을 넘기면 탄핵심판은 7인 체제로 진행된다. 의결 정족수가 적을수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 따라서 탄핵심판 선고일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월 13일 기점으로 달라지는 탄핵 인용과 기각의 입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심판 사건이 사실상 종반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선고일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13일, 박헌철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종료면서 헌재는 8인 체제로 들어섰다. 오는 3월 13일에는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그 이후부터는 재판관 7인이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될 예정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선고가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퇴임 전인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헌재는 지난 2월 7일에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1차 변론기일에서 피청구인 법률대리인단이 신청한 17명의 증인 중 8명을 받아들여 2월 22일에 추가 변론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불출석 증인 등에 대한 추가 변론기일과 함께 2월 24일부터 28일 사이에 최종변론기일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 이어 약 2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평의 등의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확정된 변론기일을 고려했을 때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최종선고는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2월 28일에 최종변론기일이 열린 뒤 2주 후인 3월 14일 이후에 선고가 이뤄지더라도 9인 체제는 유효하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퇴임 전 평의 과정에서 표결에 참여할 수 있어서다.

 
의결 정족수가 적을수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리한 조건이 형성된다. 8인 체제를 유지 중인 헌재에서 박 대통령이 ‘탄핵기각’이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소 재판관 3명의 반대표’를 이끌어내야 한다. 심판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는 7인 이상이고, 이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탄핵소추가 인용될 수 있어서다. 이를 달리 보면, 정족수가 7인 미만일 경우 탄핵심판 진행은 멈추게 되고, 7인 체제에서는 단 2명의 반대표만 이끌어내도 탄핵소추가 기각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결국 심판 정족수가 적을수록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7인 체제를 만들기 위해 탄핵심판 지연 전략을 사용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탄핵심판이 재판관 정족수와 관련된 ‘숫자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당장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탄핵기각을 목표로 하면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움직임을 수차례 보여 왔다. 정계 전문가들은 무더기 증인신청과 대린인단 전원사퇴를 운운한 것도 모두 탄핵심판 지연책으로 해석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 최후변론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 역시 시간 끌기 전략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퇴임한 재판관에 대한 공석이 메워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헌법은 대통령에게만 헌법재판관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서다.

 
8인 체제에서 최종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을 두고도 각종 여론전과 헌재에 대한 탄핵기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리는 헌법재판소 주변과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는 연일 탄핵 찬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정미 권한대행이 심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잠잠했던 친박 정치인들도 다시 고개를 들어 ‘박 대통령 탄핵기각’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 2월 6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국회 기자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2월 8일에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누구도 탄핵심판 결과를 예단하거나 인용이 정의인 것처럼 호도하면 안 된다”며 “억지로 심리를 밀어붙이거나, 특정세력의 강압에 여론이 휘둘리면 헌정 질서가 설 자리 없다”고 발언했다.

  

기각과 인용 사이에 선 탄핵심판 시나리오


헌법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서 탄핵시계를 계속 흐르게 할 것이냐, 멈추게 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헌재의 판단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한 법학 교수는 “헌재는 재판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끄는 데 필요한 소송지휘권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헌법재판 당사자라 해도 그를 신문하는 것이 탄핵 결정에 필수요소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출석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대통령 측의 추가 증인 신청, 대통령 변호인단의 전원 사퇴 등도 헌재가 ‘결단’할 경우 탄핵심판 진행에 아무런 장애요소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한 변호사도 “헌재는 지난해 말 검찰로부터 2만 쪽 이상, 무게로 1t이 넘는 분량의 수사기록을 넘겨받았다. 또 2월 초까지 이미 공개변론을 10회 이상 진행했을 만큼 쉼 없이 재판을 진행해왔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엔 결론을 내리기까지 공개 변론 횟수가 7회에 불과했다. 이처럼 각종 증거와 증언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재판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증인 신청 요구를 거부해도 헌법심판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헌재가 ‘더 충실한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향후 탄핵 일정은 외부 요인보다 전적으로 재판관 8명의 결정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앞두고 탄핵 기각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5일, 박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정규재TV’ 진행자 정규재씨는 “박 대통령이 탄핵 기각 후 국민의 힘으로 언론과 검찰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음에도 지난 1월 1일 기자간담회 형식을 차용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탄핵 사유를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촛불에 담은 염원으로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의 자신감처럼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탄핵 기각에 대한 여론이 증가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월 15일, MBN이 진행한 긴급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5%는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인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응답은 19.5%였다. 지난해 12월 말과 1월 말 조사를 거치면서 80%에 육박했던 탄핵 인용 여론이 떨어진 사이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여론이 반등 흐름을 만들어낸 것이다. 

 
헌법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경우 국가적으로 큰 파장이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선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대청소’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한 정치학과 교수는 “탄핵이 기각되는 동시에 박근혜와 친박 세력들은 자신들을 공격했던 기구와 단체, 인물들에게 반격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경제다. 현 한국 정치 상황이 세계적으로 관심이 큰 만큼 탄핵이 기각되면 국가의 위신과 신뢰도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방’에 출연해 탄핵이 기각되면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기각된다면 바른정당은 국회의원 사퇴한다고 했다. 그런데 기각되면 무슨 의미가 있냐. 국민들이 가만히 있겠냐.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심판 이후 갈등 확산 우려


3월에 탄핵심판이 이뤄지고 대통령 탄핵이 인용될 경우 대선주자들의 본격적인 지지율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탄핵심판 예상 선고일을 3월 9일부터 13일까지로 좁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지정 가능 예상 일자’를 문의한 결과 이 기간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5월 9일에 19대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 의원이 제출받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3월 9일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대선은 4월 28일부터 5월 8일 사이에 지정 가능하다. 3월 10일 인용되면 4월 29일부터 5월 9일까지 가능하고, 3월 13일의 경우 5월 2일부터 12일 사이에 대선 날짜를 지정할 수 있다. 3월 11일과 12일이 주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헌재에서 탄핵 인용 여부를 발표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제35조 제1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궐위로 인한 선거 또는 재선거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하되 선거일은 늦어도 선거일 전 50일까지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 대행자가 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을 두고 대선후보들의 신경전도 상당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2월 12일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열린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 및 탄핵촉구 정권교체 결의대회’에서 “탄핵이 결정되는 그 순간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탄핵이 결정되는 그 순간까지는 우리가 탄핵에 더 집중해 촛불을 높이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 2월 9일 서울 마포구 대한노인중앙회 방문한 자리에서 “국회가 정치적인 지도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 충남지사는 헌재를 향해 “의회가 심의하고 이유를 붙인 대로, 탄핵 가부에 대해 빨리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2월 16일 “탄핵이 인용되고 나면 그때부터가 본격적인 지지율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 되면 누가 대한민국 미래 적임자가 될 것인지를 여러 기준으로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며 “저는 의학, 과학기술, 산업, 교육, 정치의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전문가로서 성과를 내고 능력을 증명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탄핵심판이 인용, 기각 두 노선의 기로에 선 가운데 헌법 전문가들은 결과에 따라 발생되는 갈등에 대한 준비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탄핵·특검 연장’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고, 대한문 앞에서는 탄핵 기각을 위한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거가 다가오면서 양측의 세 불리기와 갈등 양상은 선동정치까지 가세하며 격화하는 실정이다. 극단의 대립관계 속에서 헌재가 기각과 인용 중 어떤 결론을 내리든 수용 대신 반발할 공산이 커 보인다는 게 정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통령 탄핵이 국가의 향방을 좌우하는 중대사인 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헌재가 3월을 대통령 탄핵 여부 심판의 날로 결정지을 수 있을지 그 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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