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납세자로 자기 삶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도 납세자로 자기 삶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5.17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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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고용률 증가세…고용서비스 개선 필요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Power Interview]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

▲사진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아침 일찍 일터로 출근해 열심히 일하고, 퇴근해서는 가족과 함께 소박한 밥상을 마주하는 것. 이것은 우리 사회가 최소한으로 지켜내야 할 가족의 풍경이다. 그리고 이는 비장애인에 비해 세배 가까이 높은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보다 간절한 소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본지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취업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되었던 중증장애인들을 포함해 보다 많은 장애인이 행복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각계각층과 협력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의 현 주소를 들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1990년 설립이후,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 사업초기 0.43%에 불과하던 장애인고용의무사업장의 장애인 고용률을 2010년 말 기준 2.24%까지 견인했다. 특히 2011년에는 기업의 요구에 맞는 장애인 맞춤직업훈련,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 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해 근로자수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 3,235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전 세계 52개국 1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 제8회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며 우리 사회 장애인식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4월은 장애인의 달이다. 매년 한쪽에서는 사회의 편견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일부는 장애인을 왜 도와야 하느냐고 묻기도 하는데.
“사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나와 장애인을 구분하는 시선은 크게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죠. 이성적으로는 장애인을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실제 만나면 잘 되지 않는 것이 우리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포용해야 하는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공정사회론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공정사회가 되려면 ‘열패감’이 강한 사람부터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조건과 같은 상황이라면 사회의 시선에 대해 장애인들이 갖는 열패감이 훨씬 커요. 장애인에게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함께 나가야 하는 부분입니다. 결국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말인데, 조기 교육을 하는 국가의 경우 장애인들을 자연스럽게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최근 ‘장애인복지 발달사’를 집필했다. 역사 속 장애인들은 사회와 어떤 소통 과정을 거쳐 왔습니까?
“집필하는 과정에서 사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역사가 발전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동네 사람들이 추수할 때 곡식을 장애인에게 모아서 가져다주면 조공에서 그만큼을 빼주는 제도가 있었어요. 이조 시대에는 맹인들에게 복지관을 지어줬죠. 반면 자본주의와 도시문명 사회에서 개인의 직업 능력이 중시되면서 장애인들이 열패감에 휩싸이게 됐어요. 최근 복지로 장애인을 보조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마음으로 실천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여 집니다.”

 

장애인 취업 능력에 대한 부정적 시각 여전


정부의 등록 장애인 숫자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증가했는지.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이 250만 명을 넘었습니다. 모두 15개의 장애유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53% 정도가 지체장애인이고 뇌병변, 청각, 시각 장애 순이죠. 장애인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중증 장애인은 80만 여명(33.6%), 경증은 158만 명, 66.4%가 넘어요.”

 

이들 장애인들의 취업은 일반인들보다 훨씬 어렵다고 하는데, 실태가 어떤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란 인식은 이미 일반화돼 있는 것 같지만, 장애인 고용은 아직 미온적입니다. 전체 상시 근로자 인구 중에 장애인이 고용된 비율은 공단 설립(1990년) 당시 0.43%정도였는데, 이제는 2.24%정도 되요. 비율이나 숫자로 보면 비약적 발전을 한 셈이지만 장애인 실업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고,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그 보다 더 심각하죠. 장애인 가구당 월평균 소득도 도시근로자 가구의 절반 정도 수준입니다. 이제는 장애인 고용의 양적 성장 보다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장애인 고용 현실이 열악한 이유는 무엇인가.
“상시근로자를 50인 이상 고용한 사업주는 법적 의무고용률을 준수해야 하고 장애인을 의무고용 인원만큼 고용하지 않는 경우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은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부담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장애인 고용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담금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벌과금 성격이지 선택사항이 아닌데 말이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능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시혜적 시선이 팽배합니다. 이런 편견이 장애인 취업의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에 장애인고용공단은 사업주의 장애인식 개선사업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일부는 기업 정원의 2.7%를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장애인 채용 쿼터제 때문에 일반 실업자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본과 유럽 일부에서 노동조합이 장애인 채용 쿼터 때문에 비장애인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 일부 기업은 노동조합이 강성이어서 그들을 내몰고 장애인으로 채용한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노동조합은 전체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이므로 장애인을 노조원으로 여기고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한 최근 기업들은 결원이 생기거나 추가 인력이 발생할 때, 장애인을 뽑는 경우가 많아요. 통상 장애인 채용이 일반인 채용을 줄이지 않는 것이죠. 미국 대학이 유색인종 입학쿼터제를 운영하면서 백인들이 소송을 하기도 했지만, 유색인종은 쿼터제가 없으면 가난이 대물림된다는 점에서 미국 법원은 유색인종의 손을 들어준 판례가 있어요. 이후 유색인종이 고등교육을 받고 납세자로 전환하면서 사회의 인종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을 담당했죠. 장애인 쿼터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죠.”

 

장애인 직업능력 개발 및 맞춤형 진로 지도
공단에서 장애인 직업능력 개발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 권역별로 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이 있나?
“전국 5개 권역에서 5개 직업능력개발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산에서 수도권을 관장하고 있고 부산과 대구, 대전, 전남에 직업능력개발원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장애인들은 이미 직업능력 자체는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어요. 세계 장애인 기능 올릭픽 대회를 7번했는데 5번 우승한 저력이 있죠. 직업 능력 자체는 강국이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직업능력 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아래 직업능력개발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직업능력개발원의 주요 교육과정과 진로지도 현황을 소개하신다면.

“직업능력개발원의 교육과정은 크게 양성과정(기능훈련)과 특별과정(취업지원과 직업재활프로그램)으로 나누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양성과정은 특성화 훈련과 나눔 맞춤훈련으로 구분되는데, 특성화 훈련이란 취업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활 프로그램과 연계해 실시하는 훈련이고, 나눔 맞춤훈련은 기업과 사전 협력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직무 훈련을 실시하여 현업에 배치하는 훈련 과정입니다. 현재 진행되는 훈련 분야는 기계, 전자, 인쇄, 공예, IT, 디자인, 건축, 의상, 외식(제빵, 바리스타)분야 등 9개 분야가 있고, 진로지도의 경우 장애특성을 고려해 적성과 능력에 부합하는 훈련분야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장애인 본인과 부모, 가족, 교사가 연계해 실시하는 중입니다.”

 

직업교육을 원하는 장애인들이 능력개발원을 이용하는 방법은?
“공단 직업능력개발원은 수시입학, 수시 수료제도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기능훈련에 관심이 있다면 권역별 직업능력개발원에 문의해 소정의 선발 평가 절차를 거처 입학 할 수 있고, 훈련기간은 1개월 이상 2년 이내인데 언제 어디서나 문의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장애인고용포털인 워크투게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워크투게더를 방문하는 장애인 구직자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사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직접 입사지원을 할 수도 있는 시스템이죠. 또한 사업주도 직무에 적합한 구직 장애인을 검색해서 채용할 수 있어요. 향후 공단은 정보화 시대에 맞게 사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원클릭 취업알선시스템을 정착시키는 등 워크투게더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장애인능력개발원을 통한 장애인 취업실적과, 취업 성공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최근 3년간 5개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양성과정과 특별과정을 통해 훈련받은 인원은 7,600여명입니다. 이 가운데 취업 대상인 기능훈련 양성과정 수료생은 2,900여명이고 여기에서 약 84%에 해당하는 2,400여명이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취업 성공사례로 23세의 중증 여성 장애인이 있었는데, 근이양증으로 독립보행이 어려워 출퇴근이 쉽지 않았습니다. 나눔 맞춤훈련을 통해 온라인 취업정보 제공 사업체에 콘텐츠 제작업무로 취업하게 됐고, 현재 재택근무를 하면서 직장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증장애인 고용,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할 것


실제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중증장애인을 채용하는 기업이 적다.
“장애인고용공단의 정책은 경증장애인보다 중증장애인 채용에 무게를 크게 둘 것입니다. 이미 지난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장애인 고용 쿼터에서 중증장애인 고용의 경우 경증장애인 2명으로 산정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또 중증장애인 82명을 공무원으로 채용되도록 했고 그 수를 더욱 늘릴 예정입니다. 실제로 장애인 채용 회피기업들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보면 ‘전동휠체어를 타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그 사람이 들어오면 어디까지 시설과 설비를 고쳐야 하는지’, ‘대인관계 등은 어떻게 하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불안해합니다. 하지만 보조 장비와 환경개선을 통해 이들은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고, 공단에서 지원하기에 문제될 것이 없어요. 기업 인사팀하고 같이 작업해서 그 기업에 맞춤형으로 직무를 찾아내고 개발하고 컨설팅해주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국에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는 공기업인 램플로이(remploy)는 지역에 따라 가구부터 속옷, 무기까지 만들어서 납품합니다. 독일은 아예 장애인 고용에 대한 법 이름이 ‘중증장애인고용법’이죠. 이는 직업훈련 등을 중증장애인에 맞추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지자체 등과 연합해 이런 모델들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장애인 취업을 위한 기업들과의 협조체제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보인다.
“지난 2005년부터 공단과 개별 대기업간 장애인 고용증진협약을 체결해 기업들이 고용의무를 이행하도록 서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224개 업체가 협약을 체결했는데, 공단은 협약기업을 핵심 기업고객으로 선정하고 집중 관리하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에 대기업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모회사인 대기업이 장애인고용을 목적으로 설립·운영하는 자회사를 말하며, 공단은 자회사 설립에 필요한 다양한 기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자회사의 고용 인원을 모회사의 고용률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 1월 포스코가 국내1호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포스위드’를 설립한 이후 현재 네이버와 삼성SDS를 비롯한 16개 기업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을 설립했어요. 대기업의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한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증장애인의 고용이 늘어나는 발판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회안전망이 있지만 장애인 스스로도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기초 복지는 좋은 개념이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장애인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납세자로 들어오게 해 자기 삶을 창조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적극적, 능동적 복지죠. 장애인의 심리에너지를 활성화시키고 사는 맛을 느끼게 해야 합니다. 즉 자는 공간과 먹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에 변화를 줘야 하죠. 장애인이라고 해서 무한정 의존적 존재로 여기는 정책은 잘못 설계된 것입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창조가 가능하도록 도와줘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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