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 위협하는 상속분쟁, 해답은 없나?
아시아 경제 위협하는 상속분쟁, 해답은 없나?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5.17 1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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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 없는 유럽 가족기업에서 답을 찾다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Issue Focus] 삼성家 상속분쟁

 

삼성가의 상속분쟁이 여러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있다. 오너 일가의 개인적 소송이지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를 예측하는 증권가의 보고서가 대표적이며, 삼성을 비롯한 아시아의 족벌기업들이 가족 간 분쟁으로 기업의 주가는 물론이고 아시아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소위 ‘있는 사람들’끼리의 전쟁을 두고, 반(反)재벌 정서를 드러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이는 수백 년 명맥을 이어가는 유럽의 가족기업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상속분쟁 본격화, 삼성 지배구조 흔들다
삼성가 상속분쟁과 관련해 이건희 삼성 회장이 3월 23일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함에 따라 상속재산분할소송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날 오후 이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태평양과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원은 이번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에 답변서를 냈다. 답변서에서 이 회장 변호인은 “원고 측이 신청한 4건의 증거신청서를 아직 검토하지는 못했다”면서도 “원고의 증거신청은 청구에 대한 입증취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관련이 없는 부분까지 광범위하게 망라돼 있는 것으로 보이므로 증거채택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돼야 한다”고 전했다. 또 “조만간 원고가 제출한 증거신청서를 입수해 내용을 확인하고 증거신청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의견서 제출까지 원고 측 증거신청에 대한 채택여부 결정을 보류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이 제출한 답변서가 원고 측에 송달되면 재판부는 기일을 정하고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앞서 지난달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장남 이맹희 씨와 차녀인 이숙희 씨는 소장에서 자신들의 몫이라고 주장한 2조 3,000억 원, 7,000억 원대의 차명재산 가운데 각각 7100억 원과 1981억 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이숙희 씨는 “선대회장이 타계할 때 차명주주 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삼성생명·삼성전자 발행 주식은 상속인들에게 포괄적으로 승계됐지만 이건희 회장이 이를 알리지 않은 채 단독으로 주식을 관리했다”며 “법적 상속분에 따라 이 주식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범LG家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때부터 차명주식 반환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맹희씨의 소송에 이어 이숙희씨까지 가세함으로써 삼성家의 재산분쟁은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이후 어떤 형제가 추가로 소송에 참여 할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생전에 3남5녀의 자녀를 두었지만 차남인 이창희 새한미디어 회장은 지난 1991년 사망해 현재 7명의 자녀가 생존해 있다. 소송을 제기한 이맹희 씨와 이숙희 씨 외에는 장녀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3녀 이순희씨, 4녀 이덕희씨, 5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 1~2명의 형제가 추가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반환주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어 이들 형제가 승소할 경우 지분구조 변화와 함께 경영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민감한 삼성생명 주식이 소송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양측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CJ나 신세계 등이 분가할 당시 삼성생명 주식의 가치 산정을 놓고 빚었던 갈등이 지금 이건희 회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누리꾼 SNS 통해 ‘냉소적 비평’
삼성가 상속분쟁을 두고 누리꾼들은 어떤 반응일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유산다툼을 벌이며 점차 격화되는 소송전에 대해 대체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최대 재벌가의 다툼원인에 대한 의견 피력보다는 한마디로 ‘돈 있는 자산가들만의 다툼’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은연중에 반(反)재벌 정서를 드러내는 네티즌이 적지 않다.
아이디 마포***는 자신의 트위터에 ‘또 하나의 기적, 남다른 가족애’라며 과거 삼성의 TV광고 슬로건에 빗대어 풍자하고 나섰다. 그는 “돈 앞에서는 형제간도 필요가 없구나! 삼성가에서 여지없이 증명된다”라며 유산상속을 둔 형제간 다툼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아이디 귀농사***** 역시 트위터를 통해 “삼성이 경사가 끊이질 않는다”라며 겹겹이 쌓인 삼성가의 악재를 비꼬아 표현했다. 일부 누리꾼은 이번 분쟁에서 이맹희·이숙희씨가 승소하면 이건희 회장의 입지가 위태로울 것이라며 이번 법적분쟁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 대한 개인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다.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이 패소할 경우 국내 굴지의 기업인 삼성의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를 축으로 하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가 무너지면서 경영승계 및 활동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리안 oncha*****는 “이건희의 힘이 약해지면 (형제 간 분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재벌의 모순이 국가 경제에 나쁜 영향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노 대변인은 “이건희 회장은 문제의 삼성생명주식이 형제간의 합의에 의해 명의신탁되고 그 대가를 다른 방식으로 보상하기로 한 것인지, 아니면 형제들의 동의 없이 독차지한 것인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탈한 증여세, 상속세 등 세금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방안을 국민에게 밝혀야 한다”고 전했다. 삼성가의 유산 소송전이 공방을 거듭 할수록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눈길은 더욱 차가워질 수 있다는 것이 재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아시아족벌기업 가족 간 분쟁, 아시아 경제마저 위협“
삼성을 비롯한 아시아의 족벌기업들이 가족 간 분쟁으로 기업의 주가는 물론 아시아 경제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의 삼성,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대만의 포모사 등 아시아의 거대 족벌기업들이 집안싸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고 BBC방송은 3월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아시아의 상장기업 가운데 족벌기업은 절반을 차지하고 현지 주식시장의 1/3을 책임지며 수백 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아시아 족벌기업들은 일본, 유럽,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의 주요 기업들이 금융위기에 잔뜩 움츠리는 동안 신흥시장을 주도한 핵심 성장엔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세계2차대전 이후, 기업을 창립했던 아시아 재벌 1세대들이 2,3세대들에게 권력을 이양하면서 족벌기업 간 상속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투자은행 크레딧스위스는 전했다. 더불어 아시아의 많은 족벌기업들이 후세대로 권력이양을 위한 계획을 이행하는 데에 실패하면서 불확실성이 짙어진 것은 물론이고, 재벌가 불화로 인해 기업가치 마저 위협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족벌기업의 권력승계에 대해 연구하는 홍콩중문대 조세프 펑 재정회계학 교수는 BBC방송에서 “아시아 창업가는 뛰어난 사업 감각을 자랑한다. 그러나 승계라는 단순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설명했듯 이건희 삼성 회장은 형 이맹철 씨와 누나 이숙희 씨의 유산상속 소송건에 휘말렸고, 대만 최대 석유화합업체 포모사도 창립자 왕융칭의 사망으로 자식들 간 상속재산을 놓고 끊임없는 분쟁이 일고 있다. 대만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던 왕 회장이 4명의 부인 사이에 낳은 자녀 12명이 유산을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인도 최대 갑부인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그룹 회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는 동생 아닐과 5년간 재산분할을 놓고 '형제의 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홍콩에서 발생한 마카오 ‘카지노의 왕’ 스탠리 호의 재산을 둘러싼 가족분쟁도 연일 현지 언론의 1면을 장식했다. 현재 아시아 기업 갑부들의 나이가 대부분 80~9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10년간 족벌기업들의 가족 구성원 간 분쟁이 끊임없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이어 펑 교수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족벌기업들이 각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심각한 (경제저하)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족벌기업의 주가에도 변동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펑 교수는 “최근 권력승계를 시작한 아시아의 250여개 족벌기업의 주가를 추적해 본 결과 권력 승계를 시작한 처음 3년간 주가는 이전에 비해 60%까지 떨어졌다”며 “족벌기업의 후세대는 창립자의 카리스마나 기술 등을 그대로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승계 과정에서 이런 자산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지 못하면 경영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렌베리 등 유럽 가족기업, 수백 년 명맥 이어가 대조
이처럼 아시아 가족기업들이 잇따른 집안 분쟁으로 우려의 시선을 받는 것과 달리 유럽 가족기업들은 몇 대에 걸쳐서도 경영권을 탄탄히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의 발렌베리 일가. 발렌베리는 창업주인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엔실다 은행(현 SEB)을 1856년 세운 이후 무려 150년 이상 경영권을 지켜오고 있다. 발렌베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전투기 생산업체 사브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손자회사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는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덴마크 최대 기업 댄포스도 클라우젠 가문에 의해 2대째 운영되고 있고, 유럽 가족기업 성공사례의 대표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발렌베리는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인베스터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이곳에 가족들의 지분을 맡겼다. 각 계열사가 거둬들이는 이익은 인베스터로 모여 발렌베리 후계자들이 세운 공익재단에 귀속, 대부분 사회로 환원된다. 후계자들의 재산은 수백억 원대로, 수조 원이 넘는 우리나라 재벌 사주들의 재산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발렌베리 가문의 승계 전략은 ‘강인한 의지와 국제적 시각을 가진 유능한 경영자’를 표방하고, 검소함과 도덕성, 사회적 책임 등으로 존경 받는 기업인이 되도록 가르친다. 이를 위해 발렌베리의 후계자들은 꼭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험난한 바다 생활을 경험하는 전통을 갖고 있다. 스스로 학비를 벌어 유학을 다녀오고 외국의 선진 금융회사에도 취업해 국제금융과 산업의 흐름을 익히고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그러면서 황제식 독단경영의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장자 상속의 전통은 없으며, 가문의 사촌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한다. 발렌베리는 항상 2명의 리더를 둠으로써 잘못된 판단 가능성을 줄이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토록 한다. 가문의 승계자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일상적 경영 권한은 전문경영인들에게 과감하게 이양하는 전통도 만들었다. 승계자는 지주회사를 통해 그룹의 비전과 전략, 대규모 투자 결정만 내리고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알아서 하도록 한다. 그러다 계열사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지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치닫는다 싶으면 가문에서 직접 경영에 개입하게 된다. 발렌베리가 5대째 경영권을 승계했고 앞으로도 이런 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데 있다. 스웨덴 국민의 발렌베리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민을 위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며 조용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주는데 고마움을 표시한다. 스웨덴 국민은 발렌베리가 외국인들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고 안정적으로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황금주’ 제도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발렌베리의 경영권 승계 모델은 이건희 삼성 회장도 부러움을 표시했던 것으로 앞으로 한국 재벌들의 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렌베리가(家)의 후계자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회장은 삼성그룹의 상속관련 분쟁을 보고 “가업승계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해결해 줄 문제다”라고 말했다.
족벌기업의 최대 과제는 다음 세대에게 창업자의 무형의 자산을 넘기는 것이다. BBC방송에서 펑 교수가 언급한 “모두가 홍콩최대 재벌 리카싱처럼 집을 지을 수 있겠지만 리카싱과 똑같은 명성이나 정치적 인맥을 보유할 수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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