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적인 사고력와 상상력을 키우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비판적 사고와 탐구의식 함양
건축분야는 누구나 접근하기가 어려운 전문적인 영역으로 대부분 생각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분야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축물’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동들에게 건축을 교육하는 ‘건축교육’이 전 세계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핀란드식 건축교육을 들여와 ‘한국형 건축교육’으로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아키트리’를 취재했다.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사고를 키워주는 한국형 건축교육
선진국 중 하나인 핀란드의 초등학교 수업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핀란드 교실에서는 토론과 게임, 발표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상호 작용이 일어나는 수업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교육방식에서 태동한 핀란드의 ‘아르키 건축학교’는 4~19세까지 약 400여 명의 학생들이 매주 정기적으로 건축교실에 참여하고, 단기 강좌에도 매년 1천 명 이상이 등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3년 국토교통부에서 학생들을 위한 건축교재를 발간해 건축교육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아키트리는 핀란드식 선진 건축교육 모델을 들여와 한국형 건축교육을 선보이면서 교육 분야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아키트리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건축을 통한 창의적인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아동 건축 교육부문 국내유일의 교육개발 연구소이다. 아키트리는 체계적인 대상별 프로그램과 자체 개발한 교구재를 기반으로 초등학생들에게 다양한 건축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조미란 팀장과 디자인을 전공한 서희정 실장, 그리고 방과 후 미술교육 강사 출신의 김은정 팀장이 머리를 함께 맞대고 만들어낸 건축교육 프로그램들은 방과 후 교육을 중심으로 호평 받으며 차차 입지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 서희정 실장은 “아키트리는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배경지식에 대해 상호 간에 소통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능동적 사고를 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건축이미지를 자유롭게 시각화해 제작함으로써 풍부한 발상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조미란 팀장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조 팀장은 “건축이란 전문적인 지식이 아닌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고 느끼는 일상입니다. 아파트 위주의 제한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독창적인 형태의 주거환경과 건축물들에 대해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 실생활에 늘 흔히 접하는 건축물들에 대해 다양하게 공부하고 나면, 건축을 보는 시야는 물론이고 다른 사물을 보는 눈 또한 넓어지는 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아키트리 측의 설명이다.
그동안 미술교육 강사로서 활동하던 김은정 실장은 보다 나은 창의적인 사고를 위한 교수법에 대해 연구하다가 건축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교육대상인 아이들이 즐겁게 배우면서도 창의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교육이 바로 건축교육이었다는 이야기다. 매우 어린 유아연령부터 선행학습이 시작되는 국내 교육현실에 비추어봤을 때, 단순히 영어단어를 외우고 수학문제를 푸는 것이 교육의 전부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아키트리. 유아 또는 초등학생 연령의 아이들은 단순 주입식 교육이 아닌 적기에 맞는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교육지론이다.
건축교육을 올바르게 홍보하고 알리는데 주력할 예정
서희정 실장은 건축이란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의 환경을 스스로 설계해내는 미래지향적 학문이기 때문에 건축교육은 사고의 폭과 창의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필수적인 교육분야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아키트리는 건축프로그램을 연구개발하면서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건축이라는 학문을 초등학생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흥미 위주의 구성이나 건축의 어려운 이론 위주의 구성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노력 끝에 현재의 아키트리만의 독창적인 건축교육 프로그램이 탄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아키트리의 건축교육은 건축과정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 다양한 건축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건축설계와 건설, 세계 유명 건축가 이야기, 건축물 속 숨겨진 이야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건축 관련 교육 내용을 통해 효과적인 커리큘럼을 구성했다는 것이 아키트리 측의 설명이다.
건축교육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주변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게 하고 사회 환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판적 사고와 탐구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바로 아키트리의 교육목표이다. 김은정 팀장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보다 열린 시각을 배우고 미래 지향적인 창의적인 생각을 구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교육 교구재를 직접 개발하고 있는 아키트리는 교육에 사용되는 재료선정에도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흔한 재료인 종이와 우드락은 표현에 한계가 있고 흥미도 금방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재료를 선별해 사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이들이 사용할 때 재료의 위험성은 없는지 검토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에 맞는 조작능력까지 고려하면서 가장 적합한 교구재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미란 팀장은 건축교육에 대한 아직 부족한 사회적 인식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재 이 같은 건축교육 관련 콘텐츠 개발은 국내외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대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 팀장은 “건축에 많은 관심이 있는 학부모가 아니고서는 건축교육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건축교육을 알더라도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만이 수강해야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어 어려움이 많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꼭 건축을 꿈꾸지 않더라도 창의성과 사고력 계발을 위해 어떤 학생들에게나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아키트리는 앞으로도 건축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올바로 알리는데 주력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건축체험관을 개설해 보다 많은 아이들이 건축 관련 체험학습을 하도록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한국형 건축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적 사고를 배양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아키트리가 앞으로도 양질의 건축교육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