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시대를 울리는 '印尼 반둥정신'의 메아리
[이슈] 시대를 울리는 '印尼 반둥정신'의 메아리
  • 이종철 기자
  • 승인 2024.04.2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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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신화통신] 1955년 4월 18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는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지역)가 식민지배 국가의 참여 없이 아시아·아프리카 국민의 직접적 이익을 논의한 대형 국제회의가 처음으로 열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남방국가들이 단결하기 시작하고 수세기 동안 서방이 주도해 왔던 세계 구도가 변화했음을 의미하는 자리였다.

 29개 아시아·아프리카 국가(지역)의 정부 대표단이 1955년 4월 18~24일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새로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탄생

1955년 4월 18일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개막식에서 수카르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남방국가를 대표해 "이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의 유색인종 대륙 간 회의"라고 각성의 목소리를 냈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에게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든 식민주의는 지구상에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하는 사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중요한 회의에서 신생 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반대하는 기치 아래 주권 독립의 수호를 강조하며 다자주의와 주권 평등 원칙을 통한 국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단결·우의·협력'을 핵심으로 하는 반둥정신을 제시했다. 이는 당대 국제 관계사에 짙은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는 대표단을 이끌고 회의에 참석했다. 중국 측이 제창한 '평화공존 5개 원칙'은 반둥정신의 중요한 구성 부분이 됐다. 이어 세계 대다수 국가가 받아들여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이자 국제법의 기본 원칙이 됐다.

◇약탈을 불러온 풍부한 산물

백인 우월주의와 약육강식을 신봉했던 유럽 식민주의자들은 아프리카·미주·아시아에서 학살과 약탈을 일으켰다. 300년 이상 서방 열강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는 식민지 개척자들의 탐욕과 잔혹함을 잘 알고 있다.

적도에 걸쳐 있는 인도네시아는 화산재가 쌓여 토양이 비옥하고 알맞은 기후로 정향, 육두구, 후추 등 향신료가 많이 난다.

향신료 등 사치품에 대한 수요로 포르투갈·스페인·네덜란드·영국 등은 1512년부터 향신료라는 '황금'을 찾아 지금의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 앞다투어 배를 보냈다.

 지난 14일 촬영한 자카르타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식민지 시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선박 모형. (사진=신화통신 제공)

1619년 네덜란드는 자바섬의 무역 집산지였던 자카르타를 점령하고 이곳을 거점으로 인도네시아를 장기간 식민 지배했다.

두 번이나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총독을 지낸 얀 피터루스존 쿤은 냉혹하고 무자비하기로 유명했다. 그는 1621년 육두구 무역을 독점하기 위해 반다 제도 주민 1만5천 명 대부분을 학살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인들 사이에서 '반다의 도살자'로 불렸다.

 14일 촬영한 옛 네덜란드 식민정부 본부로 1974년 자카르타 역사박물관이 됐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300년 넘게 이어진 식민 통치 과정에서 네덜란드인은 약탈자 역할을 하며 저수지의 물을 말려 물고기를 잡는 식의 야만적인 정책을 폈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 경제는 기형적으로 발전하며 종주국의 원자재 공급지로 전락했고 국민 생활은 극심하게 어려워졌다.

20세기 전반 억압받던 아시아 국민들이 점차 각성하기 시작했고 독립·자주를 요구하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목소리도 날로 커져갔다. 수카르노 등 인사들은 정당을 결성해 민족 독립을 위해 싸우며 국민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그는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반둥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1945년 8월 17일 인도네시아가 독립했다. 수카르노는 초대 대통령이 되어 인도네시아 국민을 이끌고 전쟁을 통해 인도네시아를 재식민지화하려는 네덜란드의 시도를 저지했다.

수카르노 대통령은 식민주의자들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실패를 기꺼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므로 신흥국가들이 일치단결해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결하면 불가능은 없다

역사적으로 서방국가들은 타국의 노예화와 착취를 통해 자국의 근대화를 실현했다. 하지만 이는 타국 국민들에게 깊은 재앙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오늘날 인도네시아는 개발도상국과 단결·협력하며 평화·평등의 방식으로 '일대일로' 공동건설에 참여해 공동 발전을 이뤄냈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새로운 발전의 길을 걸을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현재 세계 경제 질서의 불공정을 목도했습니다. 우리는 무역 차별을 거부해야 합니다. 산업 다운스트림의 발전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평등하고 포용적인 협력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난해 8월 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 국가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단결해 스스로의 발전 권리를 지키고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를 달리는 EMU(동력분산식·Electric Multiple Unit) 고속열차를 지난해 12월 6일 드론 사진에 담았다. (사진=신화통신 제공)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5년 4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와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 위도도 대통령과 함께 중국과 인도네시아 양자 간 '자카르타-반둥 고속철도 프로젝트 전개를 위한 기본 안배' 체결을 지켜봤다.

그해 4월 22일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는 위도도 대통령의 초청으로 시진핑 주석이 첫 번째로 연단에 올라 '반둥정신 발양, 협력·윈윈 추진'이라는 제목의 중요 연설을 했다.

시 주석은 "60년 전 반둥회의는 단결·우의·협력의 반둥정신을 구축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민족 해방 운동을 촉진하고 세계 식민지 체제 와해의 역사적 과정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세 아래 우리는 반둥정신을 크게 발양하고 새로운 시대적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해 협력·윈윈을 핵심으로 하는 신형 국제 관계를 구축하고 국제 질서와 국제 관계를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며 인류 운명공동체를 건설해 아시아·아프리카 및 다른 지역 국민이 더욱 행복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 반둥에서는 자카르타-반둥 고속열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 '단결·우의·협력'의 반둥정신이 내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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