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는 저의 커다란 화실입니다”
“필드는 저의 커다란 화실입니다”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2.05.1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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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위에 내려 않은 이야기와 감성
[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Korea 1% & Art] 골프화가 김영화

 

 

필드라는 독특한 소재를 화폭에 담고 있는 골프화가 김영화 화백은 골프와 인생의 주제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과연 이 둘의 관계에 어떤 공통점이 있기에 골프를 통해 인생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일까? 인생의 교훈에 ‘현재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여 현재를 그르치지 말고, 오지 않은 미래의 환상에 젖어 현실을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골프를 하는데 이 한 마디처럼 절묘하게 딱 일치하는 말도 없지 않은가. 눈앞에 놓인 볼을 샷 하는데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전 샷이 현재의 샷에 부담을 주어서도, 다음 샷을 미리 예견하는 것은 더더욱 금물이다. 예견은 최선의 상황인데, 최선의 상황이 어디 그리 쉬운가. 다만 현재의 샷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 우리의 인생과 닮은 모습이다.


 

자연, 사랑 그리고 삶의 향기
“저는 골프를 치면서 스케치를 바로 하곤 합니다. 남들이 샷을 하는 동안 그 홀을 스케치  하기도 하고, 동반자의 샷을 담기도 하지요. 그리고 돌아와서 화폭에 옮기니 저에게는 필드가 커다란 화실입니다.”
현 시대의 하나의 풍속이자 자연순화형 스포츠인 골츠를 주제로 ‘골프화’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개척한 김영화 화백. 그녀는 단순히 골프장 18홀의 느낌이나 경치를 표현하기보다 인간의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담아 표현한다. 즉 사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선, 면, 색채 등의 표현을 목표로 에로티시즘까지 거침없이 담아낸다. 그녀의 그림에는 우리나라 전통색인 오방색(황, 청, 백, 적, 흑)이 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은 오방색이 주는 강렬한 원색감에 시선이 쏠리기 마련이지만,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니다. 서양화와 대비되는 동양화의 특징이 그렇듯 그녀의 그림 속에는 ‘이야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골프를 주제로 한 31회 전시회를 통해 세월과 진실감이 더해지면서 골프와의 작업인연이 훨씬 돈독해진 느낌이다. 아버지 도봉 김윤태 도예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동양화에 눈 뜬 김 화백은 동양화를 전공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일삼았고, 당시 나이로는 표현하기 어두운 내면의 세계까지 작품에 담아내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한 없이 어두워진 그녀의 내면을 밝은 빛으로 이끌어 준 것은 운동 삼아 찾은 골프장이었다. 예술가에게 있어 자연은 가장 훌륭한 소재라는 말처럼 모든 것이 예술인 골프장에서 김 화백은 인생의 방향을 찾은 것이다. 더불어 순수 동양화에서 ‘퓨전’으로 변화를 꾀한 자신의 첫 걸음이 동양화의 부흥을 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녀의 손을 통해 골프의 모습과 풍경들이 그려지지만, 작품 소재인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우기도 한다. 김 화백은 “골프장에서 플레이를 하다 보면 공이 벙커에 빠질 때가 있잖아요.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은 ‘오늘은 일진이 안좋구나’라고 상심해요”라며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린에 붙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고 생각하죠”라며 위기가 기회로 바꿔지는 짜릿함을 만끽한다. 이러한 그녀의 모험적인 시도와 자세는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들어나 조선시대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와 같이 한국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다.

 

 

진정한 예술은 ‘소통’할 때 빛난다
작가와 작가자신의 심적 소통, 작가와 감상자와의 소통, 감상자와 감상자의 소통 등 예술은 작품과 어떻게 소통했는가에 따라 그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예술을 일컬어 ‘소통의 미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터. 김 화백도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지만, 대중과 더 가까운 호흡을 위해 ARTIN 갤러리를 개관했다. 갤러리가 들어선 후, 무채색 공간에는 김 화백의 오방색 감성이 더해져 공기마저 활기차게 변한 느낌이다. 김 화백은 “이러한 변화야 말로 예술의 힘이죠. 예술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자극이 되고, 나아가 그 사람이 있는 공간을 변화시키고, 문화를 창조합니다”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모험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여기에 멈추지 않고, 소통을 통한 아트 아카데미를 개최하는 중이다. 아트 아카데미는 CEO를 대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창의력을 키워라’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제 1과정 첫 수업에서 그림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나는 화가다’라는 타이틀로 누드크로키를 진행한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생애 첫 선으로 형체를 표현하는 이들의 손은 마치 오랫동안 붓을 잡은 화백들처럼 다양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이에 김 화백은 “자신의 눈이 사물의 실체를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눈과 손, 마음의 트레이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며 “많은 분들이 참석해 소통과 감성의 공간으로 거듭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예술가와 관객의 사이에서 ‘창작자’와 ‘감상자’로서의 일방적인 소통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참여하는 ‘우리’로의 소통방식을 이끌어냄으로써 감성적인 네트워크 형성에 앞장서는 김영화 화백. 그녀의 다음 샷이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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