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Sarah Chang)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Sarah Chang)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2.05.17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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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Special Interview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Sarah Chang)

에너제틱 사라 장
연주자로서의 삶 즐기는 진정한 연주자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을 수식하는 언어들은 현란하다. 8세 때 받은 오디션에서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와 리카르도 무티로부터 오케스트라 협연 요청을 받은 ‘음악 신동’, 15세에 세계 3대 오케스트라 베를린필, 빈필, 뉴욕필과 협연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천재 소녀’, 다니엘 바렌보임, 로린 마젤, 쿠르트 마주어, 사이먼 래틀 등 내로라하는 지휘계의 명장들과 함께하며 20대에 할리우드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젊은 거장’. 그녀는 지금까지 줄곧 승승장구, 연주자로서 거침없이 달려왔다.

 

20년이 넘도록 바이올린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보다 사람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악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굉장히 아름다운 악기인 것 같고. 노래하는 것처럼 서정적이죠. 그게 저한테는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사실 바이올린은 육체적으로 어색한 악기예요. 몸이 비대칭으로 비뚤어지고 음도 그냥 나오지 않으니까요. 피아노는 음을 누르면 누가 누르든 동일한 소리가 나잖아요. 하지만 저는 피아노보다 바이올린이 훨씬 감정적이고 인간적인 악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바이올린이 좋아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리고 탑 레벨들은 바뀌지 않고 큰 도시들을 가면 계속 보게 되는데, 그 서클이 굉장히 좋더라구요. 그 그룹과 같이 연주하면 음악의 퀄리티가 너무 좋으니까 저도 하면서 더 즐기게 됐죠. 그때부터 진지하게 이게 참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장영주씨만의 장점이 있다면?
“제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모두 감성적인 음악 포인트가 있는 곡들이에요. 그게 테크닉보다 저를 더 잡아끌어요. 테크닉이 좋은 사람은 너무 많아요. 그건 저한테 별로 인상적이지가 않죠. 테크닉이 좋다고 음악적으로 감동적인 건 아니니까요. 저도 그런 쪽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작곡가가 따로 있나요?
“브람스는 무조건 다 좋아하구요, 쇼스타코비치도 좋아해요. 시벨리우스도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하나예요. 나이 들면서 누군가를 또 발견해서 좋아하는 작곡가가 더 생길 때는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곡들은 바뀌지 않는 것 같아요.”

 

1년에 100회 이상 공연을 하는데 힘들지 않나요?
“그렇진 않아요. 육체적으로 힘들 땐 있죠. 시차 때문에 잠 못 자고 하니까. 하지만 실제로 무대 위로 나와 연주할 땐 너무너무 좋아요. 그게 재밌고 그걸 너무 좋아하니까 하는 거죠. 사실 이제는 한 군데 쭉 있는 걸 잘 못하는 것 같아요. 어떤 도시 가서 일주일이 넘으면 막 움직이고 싶어져요. 이런 라이프스타일이 제 캐릭터에 맞는 것 같아요. 오케스트라 뮤지션인 제 친구들을 보니까 가정생활과 연주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더라구요. 보통 한 도시에서 연주하니까. 하지만 솔로이스트는 매주 다른 도시를 가야 해요. 게다가 지금은 제가 제일 바쁘게 일할 때라고 생각해요. 아직 결혼 안 했고, 애도 없으니까.”

가장 길게 쉬어본 게 언제인가요?
“스물한살 때 한 달이요. 열일곱살 때 좀 쉬게 해 달라고 했더니 스케줄이 꽉 차서 3년 후에나 비울 수가 있대요. 그래서 6개월을 달라고 하고 기다렸는데, 막상 그때가 되니 6개월이 3개월이 됐다가 3개월이 점점 줄어 결국은 한 달밖에 못 쉬었죠. 안 되더라구요.”

 

바이올린 때려치우고 싶었던 때는 없었나요?
“딱 하루 있었어요. 핀커스 주커만이 제 연주 전날 베토벤 콘체르토를 연주해서 보러 갔는데, 그날 하루 종일 제 생에서 처음으로 바이올린 케이스 밀어놓고 손도 안 댔어요. ‘나 연주 안 할래.’ 정말 너무너무 잘 하시더라구요. 나는 정말 그렇게 할 순 없을 것 같았어요. 생존해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자예요.”

 

바이올린 말고 다른 일을 상상해본 적은 없나요?
“하하하. 심각하게 생각한 건 없고, 한동안 저널리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어요. 인터뷰를 많이 하니까 기자를 해보면 재밌겠다 생각해본 적 있었죠. 또 쇼핑을 하도 좋아하니까 퍼스널 쇼퍼(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일대일 맞춤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 그냥 다 취미로 해보면 좋겠다 생각해본 거고, 진지하게 생각한 건 아니에요.”

 

메이크업은 직접 하시나요? 진한 눈화장이 트레이드 마크가 됐잖아요.
“특별한 일이 있을 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해주고, 보통은 제가 직접 해요. 그런데 한국에선 눈화장을 이렇게 안 하잖아요. 미국에 가면 제가 메이크업을 안 하고 다니는 편인데, 한국에 오면 뭘 이렇게 많이 했냐고들 그래요. 대신 여기선 피부화장을 굉장히 많이 하더라구요. 전 파운데이션을 너무 싫어해서 피부화장은 하나도 안 하고, 눈하고 입만 해요.”

 

무대엔 언제까지 서고 싶은가요?
“잘 모르겠어요. 손이 제대로 돌아가고 제 심장이 연주를 즐길 수 있다면 시간제한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 모르죠. 그래도 지금 생각으론 언제까지고 계속 하고 싶어요.”

 

언제가 가장 힘든가요?
“아픈데 연주해야 할 때. 기분이 너무너무 나쁠 때도 나와서 연주해야 되고. 비행기도 너무 많이 타고, 어깨도 아프고, 연주를 많이 하니까요. 어떨 땐 그냥 몸이 너무 힘들어요. 너무 달리니까요. 그것 말고는 괜찮아요. 하하하.”

 

연주 여행하면서 다닌 도시 중 인상적인 곳이 있다면?
“한국은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거 같아서 재밌어요. 할아버지가 어디 앉아 계신지 항상 알게 돼요. 언제나 첫 번째로 일어나 박수를 쳐주시니까요. 음악적으로는 독일이 참 좋아요. 독일 청중들은 연주할 때 굉장히 굉장히 조용해요. 연주 끝난 뒤 미국에서처럼 막 일어서서 휘파람 불고 소리 질러주고 그건 절대 안 하는데, 그냥 조용하게 박수를 정말 몇 십 분 동안 쳐줘요. 커튼콜을 열 몇 번 할 때도 있어요. 이제 집에 가야 돼, 이럴 정도로 부르고 또 부르고.”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연주자로 산다는 건) 좋은 점이 너무 많아요. 정말 재미있고 만족스럽고. 권하고 싶어요. 대신 솔직히 힘든 점도 굉장히 많거든요. 퍼스널 라이프가 없어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고 그래도 음악이 너무 좋고 무대에서 연주하는 게 좋으면, 이만큼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은 없는 것 같아요. 근데, 무대에서 떨고 음악은 좋지만 친구들하고 시간 보내고 싶어, 남자친구하고 주말마다 만나고 싶어, 그러면 맞지 않아요. 행복해질 수 있는 다른 길을 빨리 찾는 게 나은 거 같아요. 빨리 결정하는 게 좋아요. 학교 가서, 유학 가서 몇 년 동안 고생한 다음에 그러는 건 시간 낭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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